2009년 '정선'
퓨니
고유성을 지키다
고유한다는 것. 그것은 무엇일까? 계속해서 변해가는 시대에서 고유하다는 것은 가능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정선에서 생각하고 추측해보았다. 그 중의 하나가 '색'이다. 내가 처음 보았던 것은 '색깔'이었다. 난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기위해 마을주민들이 사는 시장, 학교, 주택가에 갔다. 사실 색에 집중할 생각이 없었지만 내 눈을 사로잡는 색들이 많았다. 서울이나 도시에선 보기 힘든 원색이었고 굉장히 강했다. 내 시선을 끄는 색들은 모두 내 사진기에 담아냈다. 화려하기 보단 차분하고 심플한 도시의 색에 적응되어 있던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가 된 것 마냥 모든 것이 신기했다. 옛날에는 탄광촌이었기에 시냇물도 검은색일 정도로 마을이 검 했다고 한다. 그 정도면 마을은 흑백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석탄의 검은색으로 인한 어두운 마을의 분위기를 없애기 위해 검은색과 분위기가 다른 밝고 화려하며 강한 원색을 많이 썼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이 색'들을 정선의 고유한 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시 내 머리를 강타한 것은 리뷰모임 때 원색의 페인트가 싸기 때문에 시골에 가면 원색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얘기였다. 그럼 내가 담아냈던 색들은 정선의 고유함이 아닌 것인가? 라는 질문을 하면서 정선의 고유함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보게 되었다.
개인탐사 첫날 색을 보고 두 번째 날 사북에 가서도 색을 찾겠다는 마음으로 갔었다. 그러나 사북은 고한과 달리 집도 많이 없었고 색도 많이 없었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모두 전당사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흥미를 갖지 못하고 있을 무렵 '아름다운 도시 정선, 어떻게 디자인 할 것인가?'라는 타이틀로 그날 대토론회를 한다는 포스터를 보게 되었고 난 곧장 대토론회가 열리는 카지노로 향했다.
대토론회가 시작하기 5분전 연회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뒤에 멀찍이 서서 대토론회에 오는 사람들을 보았다. 모두 정장을 차려입은 사람들이었다. 모두 자기들끼리 악수하고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뒤에서 나는 '나 같은'사람은 오는 곳이 아닌가 하고 주춤했었지만 일단 들어가는 보기로 했다. 대토론회는 시작할 시간이 되었지만 자리에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러나 10분 후 쯤 점점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다.
대토론회의 내용은 간략하게 이런 내용이었다. ‘정선은 매우 아름다운 도시이지만 지금은 아름답지 않다. 우리가 정선을 아름답게 디자인을 하여야 한다.’ 그런데 내가 듣다가 의문점이 든 것은 이것에 대해 이야기를 한 사람은 정선에 사는 마을주민이 아닌 외부에서 온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 사람들이 내민 정선의 디자인 된 후의 모습을 보니 그건 정선이 아닌 모든 것이 똑같고 정비되어 있는, 엑셀의 표 같은 느낌의 높은 빌딩들이 있는 강남이었고 발전하고 있는 대도시일 뿐이었다. 그러면서 그들은 탄광촌이었던 정선이 지금은 탄광촌의 잔재인 석탄가루로 환경이 파괴되고 있고 그래서 환경에 오염되는 것들을 모두 없애고 탄광의 역사를 보존하기 위한 박물관들을 매우 잘 만들어야 하고 카지노는 정선이 문화관광지로 발전하기 좋은 매개역할을 한다면서 카지노를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을 했다. 그리고 정선에 있는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이나 가게들을 보면서 이것들을 모두 새로 정비를 해야 한다고 말을 했다. 즉 강남처럼 정비를 하자는 것 이었다. 난 이 말을 들으면서 너무 화가 났었다. 저 사람들은 외부인으로서 정선에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 내가 생각했던 정선의 고유한 것들을 모두 획일화시키려고 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강남처럼 바꾸고 굉장히 모던하게 바꾸는 것이 정말 정선을 위한 일인 것인가? 그것을 저 외부인들이 말할 수 있는 것인가? 내가 뒤에서 보았을 때 마을주민들은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마을 주민들은 대토론회 중간에 계속 자리를 떴고 나중엔 남은 사람이 별로 없었다. 처음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것이 힘들어 정선이 어떻게 가꾸어지는 것은 뒤의 문제라고 생각하여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다른 추측이 들었다. 언제나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 정선에 와서 정선을 아름답게 디자인을 하자고 말하는데 그래서 자신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똑같은 이야기만 계속해서 들어서 또 뻔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연회장을 빠져나간 것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마을의 고유함과 디자인에 대해서 '외부인은 획일화를 시키려하고 마을주민들은 관심이 없다거나 또 반복되는 이야기를 듣기 싫어서 더 이상 마을 디자인에 대해 듣지 않는다'는 생각에 빠지다가 나 또한 외부인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러나 계속 생각을 해보니 마을의 고유성을 무시한 채 획일화가 되어가는 것은 정선뿐 만이 아닌 한국이 그러했다. 요즘 어디를 가도 동네마다 한창 공사 중이다. 조금만 오래되었다 싶으면 바로 부수고 새로운 것을 짓기 시작한다. 계속해서 허름한 것들이 없어지고 모두 같은 모습의 건물들이 생겨나면서 그 동네는 동네만의 고유성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과정을 겪고 있는 정선의 고유성은 무엇이고 이것이 정선이라는 마을이라고 무엇을 보고 알 수 있을까?
정선에서 난 너무 많은 것들을 보았다. 한 곳엔 조그맣고 허름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가게들도 모두 오래되 보이지만 조금만 걸으면 굉장히 모던하고 큰 빌딩들과 경석산을 잡아먹을 것만 같은 카지노가 있었다. 이것은 현재 모든 것이 빨리 사라지고 빨리 생겨나는 사회의 변화가 한 곳에 모인 것만 같다. 카지노 주차장이면서 경석산의 정상을 보면 외제차가 엄청나게 주차되어 있고 카지노에 들어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어간다. 하루 벌고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한 곳에선 서양에서 들어온 도박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개인 탐사 둘째 날, 카지노에서 대토론회를 듣고 카지노에서부터 숙소까지 걸어갔다. 옆으로 카지노가 있고 좀 더 가니 카지노의 주차장이자 경석산의 정상이 보였다. 서양에서 들어온 도박이 이루어지는, 겉에서 보았을 때는 굉장히 웅장하게 생긴 곳의 주차장과 우리나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는, 석탄으로 만든 경석산의 정상이 같은 곳인 걸 보니 모순적이라고 생각하면서 이게 지금 사회가 변해가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거기서 10분은 머물러 있었던 것 같다.
이런 현상들은 '그것'의 역사나 문화를 무시하고 그저 현재 사회가 생각하는 멋있고 세련된 것으로 포장을 시켜버리는 것이다.
고유성은 지켜져야 한다. '그것'의 역사와 문화를 지키지 못한다면 그것의 정체성 또한 없을 것이고 더 이상 발전할 가능성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는 '그것'은 사람도 마을도 들어가야 한다.
나는 나의 고유성을 잘 지키고 있었을까?
나의 고유성을 지키기 위해선 충분한 학습과 나의 언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된'학습을 하기 위해선 자신의 감정에만 잡혀 사는 것이 아닌 대로는 객관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나는 정선에서 나의 감정에만 사로잡혀 있었다. 정선은 다 함께 가는 여행이었다. 함께 '어떠한'것을 보고 이야기를 하고 느끼는 것이었지만 나 혼자만의 감정에 빠져들어 계속해서 혼자 있고 혼자 생각하고 혼자 느꼈다. 그러다보니 더 나만의 생각에만 빠지고 다른 이들과 나의 생각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지고 더 나를 숨기려하고 우울감에만 빠졌던 것 같다. 그래서 난 나에게 객관적이지 못했고 그래서 나의 생각만 있고 학습은 되지 않았다.
'행복한 시민'이 되고 싶은 나는 이런 것들을 변화시켜야 한다. 감정에만 빠지지 않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하고 그러면서 학습을 하고 나의 언어를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