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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시민문화 워크숍글 수 603
정선을 가기 전 나는 한창 매체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내가 관심 있어 하는 사진을 찍는 것을 개인연구주제로 해보겠다고 했을 때, 보다 많은 움직임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그리고 사진을 찍는 장소가 시장이라고 결심한 이상 더더욱 그러하였다. 거의 매주 일요일마다 나는 구매하는 사람들과 팔려가기를 기다리며 판매대에 다양한 방식으로 진열되어 있는 물건들을 카메라 렌즈를 통해 구경하면서 움직였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상황 - 어떤 상인이 시장의 사진을 찍던 나에게 큰 소리로 말하며 화를 내었다 - 을 겪으면서 때로는 나의 카메라 렌즈에 비치는 대상이 공격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매체를 든 사람으로 어떤 공간에 들어간다는 것이 조심스러워졌다. 그런 고민 지점을 정선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마을의 예술가를 만나고, 집중탐사를 하고, 정선 5일장을 가고, 사진 아뜰리에 워크숍을 듣고)을 통해서 풀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슬프게도 신종플루에 걸리게 되면서 6박 7일간의 일정을 함께 하지 못 하는 것이 많이 섭섭하고 서럽기까지 했다. 나는 집에서 꼼짝도 하지 못한 채 신종플루에서 벗어나기 위해 씨름하면서 정선에서 어떤 것을 보고 듣고 있을 다른 죽돌들과 판돌들과 함께 매체에 대한 나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렇게 2주 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나는 다시 하자의 공간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페차쿠차를 통해서 정선을 다녀 온 죽돌들의 다사다난한 이야기를 들었다. 죽돌들이 사진으로 기록한 정선의 모습을 보면서 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었지만 어떤 카메라를 사용했는지, 어떤 각도로 찍었는지에 따라 다른 느낌의 사진이 연출된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대부분의 죽돌들이 색깔 혹은 흔적과 같은 키워드로 정선을 바라보고 마을의 예술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만약 내가 정선에 갔었다면 어떤 사진을 찍고 어떤 볼거리들을 찾았을까? 매체에 대한 고민은 진전시킬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할 수 없었다는 아쉬움이 크지만, 가지 못했던 사람으로서 들었던 생각과 함께 학기의 중간지점에 이르렀고, 지난 4개월간의 시간들을 되짚어 본다.
- 내가 하나의 톱니가 되어
"이젠 고민과 걱정으로 나를 이야기 하지 말자. 생각과 질문을 가지고 움직이자." 8개월간의 긴 주니어 학기를 시작 할 당시의 다짐이다. 항상 무엇인가를 하기에 앞서 무수히 많은 걱정들과 고민들로 그 일을 진척시켜나가는 데 있어 매우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했기 때문에 고민과 걱정을 하는 시간이 아닌 생각과 질문의 시간을 갖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주니어가 되면서 동시에 나는 디자인팀으로 생활하며 지내왔다. 처음에는 낯설게만 느껴져 디자인 방의 문을 여는데 망설이곤 했지만 4개월의 시간 아래, 점차 이 공간과 디자인팀의 구성원이라는 것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우리는 함께 공동 작업을 했다. 많은 수의 작업이 주어지진 않았지만, 4개월 동안 시민문화워크숍 만다라 만들기 작업을 해오면서 팀과 구성원의 역할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는 작업을 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시간보다 침묵하는 시간이 더 길었다. 본격적인 작업물을 만들기에 앞서 어떤 요소들을 이미지화 할 것인지를 구상할 때 침묵이 가장 길게 흘렀던 것 같다. 그것은 낯설음에서 오는 것이었다. 팀으로 소속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처음으로 했던 큰 작업이었기에 어떤 이야기를 먼저 꺼내야 할 지 몰라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침묵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내 자신을 보면서 내가 어떤 역할을 가지면서 팀을 꾸려나갈 수 있을까 고민했다. 어떤 작업물을 만들어내기까지의 과정은 '함께' 라는 것이 중요시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같다. 막히는 부분이 있더라도 결국 함께 이끌어내는 것. 팀을 이루는 것은 각각의 구성원들이 하나의 톱니가 되어 일을 성사시킬 수 있게 함께 굴리는 것이고 서로를 업어가고 업혀가는 것이 그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은 팀 안의 구성원의 역할로서만 작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원래 문이란 것은 드나드는 역할을 하는 통로인데, 나에게 있어 303의 문은 한정 된 공간에 갇혀있게 만드는 벽이었다. 디자인 방의 구성원 따로, 전체 공간의 구성원 따로 나를 분리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나는 업어가고 업혀가는 것은 서로 끌어주고 맞춰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개개인이 각자의 속도대로 일을 진행시키는 것이 아니라 함께 속도를 나누는 것이고 일을 만들어 나가는 관계, 그것은 구성원을 넘어 좋은 동료관계인 것이다. 다른 구성원들과 그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싶고 나의 주관적인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자신의 의견을 물어올 때, 나의 의견이 그 사람에게 중요한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그럼으로써 나는 앞에 놓인 벽을 통로로 만들어 나가며 공간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다.
- 현재의 나는 어떤 넘나들기를 상상해보고 기대하고 있는지?
나에게 필요한 것을 '인식' 했다는 것은 참 중요한 것 같다. 나의 주관적인 표현은 나의 매체로, 행동으로, 말로, 몸짓으로 다양하게 건넬 수 있으며 물론 그것이 "그래! 지금부터 넘나들자!" 나에게 주문을 걸어서 당장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 스스로에게 많은 시간과 정성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지금 나는 단지 시도뿐만이 아니라, 시도를 넘어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을 상상해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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