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헨 예술의 특징>

 

1. 쿠로코가 있다.

 

- 타이헨은 중증 장애인 극단이기 때문에 모든 일을 그들이 도맡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이동 및 생활 보조를 담당하는 비장애인, 즉 쿠로코가 필요하다. 쿠로코라는 존재는 비장애인이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는 철저히 비가시화된다. 그리고 쿠로코는 자원봉사를 하는 차원에서가 아닌, 성공적인 공연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로서 타이헨에 존재한다.

 

2. 정제되지 않은 우연한 움직임이 있다.

 

- 장애인들의 몸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쉽게 움직여지지 않는다. 따라서 같은 장면이라고 해도 그때그때 몸이 움직이는 모양이나 방향이 다를 수가 있다. 하지만 움직이는 모양새가 어떻게 됐든 그 장면에 그들이 표현하려고 하는 감정은 동일하다. 그래서 같은 느낌을 받으면서도 항상 새로운 느낌이 든다. 또, 그렇게 매번 변화하는 우연한 움직임들 사이에 좋은 움직임이 포착되면 그것을 잡아내어 발전시킨다. 그렇게 해서 항상 변화하면서도 느껴지는 감정은 더 생생해진다.

 

3. ' 막' 이 내포하는 의미가 크다.

 

- 일반 연극 같은 경우 막은 그저 배우들의 입장, 퇴장을 원활히 시켜주고 무대 뒤편을 가리기 위한 장치로만 사용된다. 하지만 타이헨 극단에서는 까만색 막이라는 것이 그런 장치뿐만 아니라 마치 암흑처럼 그 곳에 존재하며 쿠로코들을 비가시화시켜주는 역할, 배우들의 모습이 온전히 드러날 수 있게 무대 밖으로 내보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무대 뒤편의 세계와 무대 위의 세계를 연결해 주는 통로 역할도 하는 것 같다.

 

4. 레오타드를 입는다.

 

- 타이헨의 배우들은 자신의 몸이 온전히 드러나는 레오타드를 입고 연기를 한다. 그것은 우리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인간의 모습을 뒤집기 위해 뒤틀리고 약간은 다른 자신들의 신체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해서이다. 무대 위에서는 오직 장애인만이 가시화되어야 한다, 뒤틀리고 이상한 모습이지만 이것이 인간의 본 모습이다라는 타이헨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고, 장애인들을 사회적 약자로 만들어 내몰아 버린 사회에 대한 강력한 반발 혹은 일침? 같은 의미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5. 한 장면으로 포착할 수 있는 예술이 아니다.

 

타이헨의 공연은 항상 물처럼 이어지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배우들의 움직임도 그때그때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타이헨 예술은 단 한 장면만을 가지고 설명할 수 없다.

 

 

<이번 공연의 인상깊었던 점>

 

1. 음악이 라이브로 연주되었습니다.

 

- 이번에는 악단이 음악을 옆에서 직접 연주해 주셨습니다. 첫날은 실수가 많아서 실망스러운 점이 없잖아 있었지만, 다음 날은 그 상황에 맞춰서 음악이 생생하게 연주되었고 그래서 감정 이입도 잘 되고, 감동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2. 쿠로코들이 이전보다 매끄럽고 신속하게 움직여 주었습니다.

 

- 물론 크고 작은 실수들이 있었지만 쿠로코들의 움직임이 절제되어 있고, 어둠 속에서 정말 매끄럽게 움직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둘째 날 배우와 쿠로코들이 인사를 할 때 너무 유령같이 스르륵 나와서 정말 솔직히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아주 조금 우스웠습니다. 나올 때 순서를 잘 정해서 암전 때 나오던 것처럼 절제된 움직임으로 나왔더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3. 배우들의 연기에 담긴 감정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 이번에는 배우들의 표정과 몸짓을 세세하게 살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대본을 다 읽었고 어떤 내용인지 다 알고 있어서 그랬던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장면이 나타내는 상황에 따른 배우들의 표정 연기와, 몸짓을 통해 나타나는 감정이 읽혀졌습니다. 특히 김만리 선생님의 연기를 보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4. 배우, 쿠로코, 스태프의 협업

 

- 이미 한 번 해 본 일이라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이번에는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맡은 일을 잘 해준 것 같습니다. 배우들의 모습에서도 프로다움이 느껴졌고, 더 이상 협업자와 헬퍼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이 아닌 자신의 일을 완벽하게 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쿠로코와 그 뒤에서 또 그들을 챙겨 주고 어쩌면 모든 것을 관망하고 있을 지도 모르는 스태프들의 모습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5. 관객들

 

저는 고성 공연에 가지 않아서 고성의 관객들이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이번 관객들은 인원수는 적지만 대부분이 관계자들의 지인이고 하다 보니 약간은 진지한 분위기였습니다. 그리고 고성 오광대 같은 특별 출연진들의 관계자분들도 많이 오셨는데, 그 분들은 타이헨 극단을 어떤 극단으로 받아들였을지 궁금합니다.

profile

Imag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