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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하자 인문학 5 : 애전별친愛錢別親글 수 387
곧 안녕히 가세요. 금방 다시 만나겠지요. 다만 저는 보다 조금 일찍 앞서 걷는 것 뿐 입니다만, 그것이 썩 유쾌하지 않은 것은 양측 다 마찬가지겠네요. 죽는다는 생각이 단지 머릿속에서가 아닌 피부로 직접 느껴질 때만큼 무서운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생사의 고민과 두려움에 사로잡힌 것이 살면서 많았던 것도 아니라 익숙치 않은 이 기분을 떨쳐내는 방법을 모르는 내 자신에게도 한숨밖에 나오질 않고 말예요. 마지막을 이렇게 두려운 순간으로 기억하고 간다면, 아흐... 그렇지 않아도 좋지 않은 팔피부에 으슥스런 닭살이 오돌오돌 올라오는 것만 같아라! 이것이 스산한 느낌일런지요. 모모에게 전해주세요. 10대의 마지막 죽음의 문턱에서야 스산함을 깨달은 저를...........음 그냥 그런 사실만 전해주세요. 사실 전 죽음이 두렵다기 보다는 죽음의 과정이 두려웠지요. 특히 영화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칼부림 당하는 주인공의 비참한 죽음이라던가 하는 것들 말이에요. 얼마나 아플까요. 감히 나는 상상치도 못할 아픔을 겪으며 그것과 함께 죽는 다는 것이 가장 큰 두려움이자 죽음에 대해 멀리 하고 싶은 심리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예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나 엄살 심한 한 사람으로써 내 마지막이 그런 아픔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니 그나마 위로가 조금 되는 것도 같네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지난 날 엘리베이터에서 죽음을 맞이할 뻔 했던 순간이 기억나요. 한창 살인 에피소드가 판을 치고 다닐 당시에 들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정말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된 나는 그 순간 오만가지 생각들이 날 줄 알았던 예상을 깨고 다급하고 초조한(그러나 이 단어들의 느낌보다도 훨씬 더 심도 깊었던) ‘어떡하지?’의 물음표만이 계속 스쳐지나갔던 걸로 기억해요. 삶의 마지막 순간보단 무진장 아플 텐데! 하는 것에 사로잡혀 그런 것이 아닐런지. 아무튼 지금까지의 장황함을 정리하자면 나는 죽음에 동반되는 아픔이 두렵고 무서워서 지금까지 죽음이 무섭다고 생각해왔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막상 이렇게 닥친 마지막의 현실을 직시하자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직은 보고 싶고, 같이 있고 싶은 무언가(그것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사물이든)가 많고 앞으로도 많은데 그것들을 체감할 수 있는 기회가 나의 짧은 이 삶에선 터무니없이 적었다고 느껴지는 것은 단순한 이기심일까요. 미래가 보이지 않는 것이 제일 큰 불안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듯 해요. 지난날에도 앞으로 다가올 20대에 대한 고민과 함께 불투명함이 겹쳐오자 그렇게 힘들고 두려운 적도 드물었다고 기억에 남을 만큼, 무서웠어요. 지금도 솔직히, 무서워요. 내가 죽으면, 나는 어떤 곳에서 또 다른 죽음 뒤의 삶을 살게 될지가 말예요. 현재 다니고 있고 믿고 있는 기독교에선 예수를 믿으면 천국에 간다고들 말하기에 ‘난 죽어서도 천국에 갈거야!’라고 위안을 삼을 수 있고 그러고 있긴 하지만, 나약한 믿음의 잔해인지 그 위안은 오래 가지 못해요. 나는 죽고 어떤 것일까요. 어떤 존재일까요. 혼자가 되는 것만 같아, 그리고 같이 있지 못하는 것에 대한 슬픔에 견디지 못할 것만 같아 무서움과 동시에 죽음의 당사자인 내게도 슬픔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이쯤에서 내가 그동안 남겨왔던 것들에 대해 언급하고 싶어졌어요. 일단 모아둔 통장의 재산부터 말하자면 반은 가족에게 줄 것이고, 그 나머지는 그동안 나름대로 지금까지 살아준 ‘나’에게 선물로 주고 싶어요. 부질없는 일일지 몰라도 나는 내 자신에게 주는 선물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왔고 지금도 그러하기 때문에 꼭 그랬으면 좋겠네요. 그 외에 모든 내 물건도 사체와 함께 태워 뿌려주었으면 좋겠어요. 이왕이면 바다가 좋겠지만 사정 되는 대로 가장 최적의 장소에 심거나 뿌려준다면 나는 아무 곳이나 괜찮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소박하게 드는 생각은 나를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지요. 죽음의 문턱에 이른 누군가를 결국 시간이 지나다 보면 차츰 내 일상에서 잊혀져가는 기분이 들 때, 왠지 내가 그렇게 될 것만 같아 살짝 두렵습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했는지, 그리고 무엇을 싫어했는지, 어떤 버릇을 가졌고 어떤 표정을 짓고 다니는지, 모두 기억해주길 바라진 않아요- 라고 하면 반은 거짓일 테지만 기대까진 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밤우유와 딸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비오는 날 놀러가는 것을 좋아하지요. 옥상과 겨울도 좋아하고 잔잔한 음악과 함께 카페에서 수다 떠는 것 또한 사랑합니다. 먹는 것이라면 사족을 못 쓰기도 했고 말이지요. 이 밖에도 더 많은 것들이 남아있지만 차마 그것마저 다 나열해버리면 얼마나 장황한 글이 될런지! 이쯤에서 접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나는 이런 사람이야- 라는 것은 각자 개개인에게 무척 다르게 다가오겠지요. 나에게도 내가 그럴 테니까요. 다만 더 좋은 기억을 쌓지 못하여 아쉬움이 남을 뿐이고 슬픔에 잠길 뿐이에요. 길어진 이것은 그저 마지막이 되니 할 말이 장황해지는 사소한 심리이니, 이해해주세요. 이밖에도 끝없이 더 하고싶은 말은 존재 하겠으나 이제 그마저도 못하게 되겠으니 그것이 분한 만큼 이렇게 쓰는 것도 같습니다. 이만 줄일게요. ![]() 펭귄 돌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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