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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하자 인문학 5 : 애전별친愛錢別親글 수 387
진심으로 신을 믿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할머니가 교회를 다니셔서 어렸을 때는 주일마다 꼬박꼬박 집 근처 교회로 달려갔지만 내 일을 내 의사대로 결정할 수 있을만한 시기가 왔을 때 부터 신앙이라는 걸 별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죽은 뒤의 세계에는 천국이니 지옥이니 하는 것들이 있다는 것도 사실 크게 믿지 않았어요. 윤회라는 것도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죠. 죽은 뒤에는 '그냥 아무 것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아주 짧았던 내 18년을 이 쯤에서 한 단락 마치려고 해요. 아마 내가 초등학교를 다녔었던 때 쯤 이었을 거라고 기억해요. 수업시간이었는지 어떤 뉴스를 보다가였는지 미래에는 사람을 다시 살릴 수도 있을만한 과학이 탄생할지도 모른다는 내용이었어요. 앞으로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신조를 갖고 살게 될 지는 몰랐지만 어떻게 죽고 싶다는 생각은 어슴푸레하게나마 가졌던 것 같아요. 내가 가장 행복하고 내 모습이 가장 예쁠 때, 나는 얼음이 되고 싶었어요. 그렇게 얼음 속에서 100년 쯤, 200년 쯤 기다리면 왕자님의 키스가 아닌 발전된 미래과학의 주사기가 나를 다시 깨워줄 거라고. 내가 가장 두려워하던 죽음은 천길 낭떠러지에서 떨어서 온 몸의 뼈가 조각조각 부서진다던가, 바다에 빠져 시간이 지나 눈알이 튀어나오고 손발톰이 빠지고 배가 터진다던가 불에 타버려 고약한 냄새와 함께 한 줌의 재로 남는다던가, 칼이나 총에 맞아 내 몸안에 있는 내장들이 튀어나온다던가 하는 식이에요. 그렇게되면 나는 다시는 내 몸을 복구하지 못할테니까 말이죠. 아무런 흠집 없이 오래 된 내 꿈을 이룰 수 있게 되어 기뻐요. 인간으로서 정해진 한 백년을 살아갈 나의 가족들, 친구들, 그 외 나를 알고 있어 내 죽음을 애도 할 모든 사람들. 이건 전혀 슬퍼할 일이 되지 못해요. 나는 잠시 숨을 멈추는 순간에도 18살이고 다시 깨어날 찰나의 시간 뒤에도 18살일테니. 그러니 그 동안 내가 나를 위해 모아 놓은 것에는 손을 대지 말았으면 해요. 사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겨두고 왔으니, 내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을 때 혹시 기억도 함께 되살아난다면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내가 다시 깨어났을 때의 물가가 지금과 얼마나 다를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도 대비를 해야하니까. 아무튼 그 동안 내 곁에 있어주어서 다들 고마웠어요. 생각해보니 내가 잘 해주었던 사람이 몇 이나 있었을까...... 후회가되기도 하네요. 그래도 나는 당신들 곁이어서 잠시 동안이지만 행복하게 눈을 감고 있을게요. 고마웠어요. 나중에 다시 만나요. p.s 혹시라도 놀라서 얼음을 깨부수는 일은 하지 마세요. 나는 내 온몸에서 피가 돌고 있을 시기에 얼음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니 이 얼음을 깬다면 나는 정말 영영 돌아올 수 없게 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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