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연출을 하던 알랭 슈나이더가 베케트에게 물었다.
"고도는 누굽니까? 도대체 고도가 의미하는 게 뭔가요?"
이에 베케트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그걸 알았다면 작품 속에 썼을 것이 아니오."

도대체 고도는 무엇일까? 책을 보면서도 연극을 보면서도, 그리고 아직도 궁금한 질문이다.
아마 고도는 영원히 그들 앞에 정체를 나타내지 않을 것이고, 그런 그들은 여전히 고도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고고와 디디는 참으로 오랜 세월동안 고도를 기다려왔다.
(사실 책 초반에는 고고와 디디가 젊은 청년들인 줄 알았다)
언제간 꼭 나타나리라는 믿음과 고도를 만나기만 하면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선.
그들에게 고도는 일종의 구원의 존재였던 것 같다.
황당하고 이해할 수 없었던 건 끝이 보이지 않는 기다림 속에서 그들이 하는 행동과 말들이었다.
이어지지 않는 대화와 모자와 구두를 들여다보거나 털어보거나 냄새를 맡아보거나...
다만  알 수 있었던 것은 연극 중간마다 반복되는 이야기,
"그만 가자!" "안돼!" "왜?" "고도를 기다려야지." "참, 그렇지!" 그들이 고도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
그 황당한 대화들 속을 또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들은 기다림 속에서 자신들이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려 한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것도 지나가지 않는 시골길에서 그들은 무엇이든 지껄이고 행동함으로서
자신들의 존재를 되새긴다. 그리고 내일은 꼭 고도가 올 것이라고 서로를 위로하며.

처음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내심 고도가 뭔지를 작가가 넌지시 알려주길 바랬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고도라는 것은 각자 생각하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누구에게나 마음 속에 언젠가는 꼭 올 것이라고 믿고 있는 고도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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