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서를 남기지 않을겁니다.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이 주는 마지막 편지는 썩 유쾌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쓰는 이 편지는 그저 다른 편지들과 다를바없는, 조금 센치한 내용의 편지라고만 생각해 주세요.

꼭 중요하게 남겨야 할 말이 있을까요.
아마도 없을겁니다.
하고 싶었던 말은 모두 했을거에요.
하지 못한 말들은 죽어서도 하지 못할 말들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고, 지금에서는 아무 소용도 없는 말들일 수도 있겠지요.
우리는 두번 다시 만나지 않을텐데, 이제와서 그런 말들이 다 무슨소용일까요.

다만, 내가 더이상 편지를 쓰지 못하게 되어 이 편지가 마지막 편지가 된다면 한가지 바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편지를 마지막으로 기억하지는 말아주세요.
편지와, 더 이상 편지를 쓸 수 없게 된 몸뚱이를 같이 태워주길 바랍니다.
설령 내가 어둠을 볼 수 없고 불편함을 느낄수 없다 할지라도, 며칠이고 같은 자세로 누워 캄캄한곳에 있고 싶지는 않아요.
차라리 존재하지 않는 형태로 나를 잃어버려주세요.
가벼운 잿더미가 되면 어렵지 않게 어디든 가겠지요.

내가 언제 어떻게 사라지든, 두렵진 않습니다.
언젠가 헤어지고 또 사라질 순간은 왔을테니 그 때가 마침 그 순간이겠지요.
오히려 지금의 나는 나쁘지 않은 기억들이  훨씬 많기 때문에, 이대로 기억이 멈춘다고 해도 그것 역시 나쁘지 않을것 같습니다.
조금 겁이 나는것은 그 순간이 왔을때 물질적으로 느껴지는 고통이 얼마냐 크냐는것일까요.
아무래도 나는 엄살쟁이니까요.

그런 사소한 이유를 제외한다면, 생각보다 죽음은 내게 큰 의미를 주진 않는것 같습니다.
아, 더 이상 누구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많이 슬퍼지긴 하겠지만 그것 역시 부질 없을까요.
누군가 죽음은 잠의 쌍둥이 형이라고 했었던것 같습니다.
그 둘의 모습이 닮아 있다면 오히려 죽음은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존재로 느껴집니다.
잠이 드는 순간 우리는 누구와도 함께하지 않고 누구도 보고있지 않으니까요.
죽음이 그와 같다면 나는 깊은 수면에 빠지는 것, 그것 뿐이겠지요.

생각보다 글이 길어졌습니다.
부디 우울한 편지 한장을 끝으로 나를 기억하지 않길 바라며 그만 편지를 마무리 합니다.

-



왜인지 모르겠지만 쓰고나니 이거 한국어가 아닌것같은데....?
마치 알리사의 편지 제 2장인 것만 같은 문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