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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시민문화 워크숍글 수 603
[인권 동향과 전망 칼럼](7) 버마 인권과 두 개의 위원회 (Commission) * 이 칼럼은 인권재단에서 매월 발간하는 정기뉴스레터에 실리는 이성훈 상임이사의 인권동향 고정칼럼 입니다. 버마 인권과 두 개의 위원회 (Commission) 지난 8월 말 버마와 태국 국경지대를 다녀왔습니다. 재단의 사무국 차원에서 미래 아시아 인권지원 사업을 위한 현지조사가 목적이었습니다. 방문 기간 중 방콕의 인권최고대표 동남아시아사무소, 메솟 그리고 치앙마이에서 버마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일하는 단체 대표자와 활동가를 만났습니다. 재단으로서는 처음이지만 버마 인권은 제 개인적으로는 지난 2005-2008년 방콕에 사무국을 둔 아시아인권단체연합인 포럼아시아 (www.forum-asia.org)에서 사무총장으로 일한 적이 있어 생소하지 않은 주제입니다. 그러나 이번 방문을 통해 버마 인권과 민주화를 아시아 인권운동 차원이 아닌 한국의 관점에서 보다 실천적으로 이해하고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미얀마란 국명대신 버마를 사용합니다. 미얀마가 군사정권이 만든 새로운 국가 이름이고 버마의 민주세력은 이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여전히 버마란 명칭을 사용하고 있어 국내외 인권단체는 연대의 차원에서 버마란 명칭을 사용합니다.) 잘 알다시피 버마는 아시아를 넘어 국제 인권과 민주화 운동에 최대의 도전이자 스캔들입니다. 중남미와 아프리카의 많은 군사독재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지 오래되었고 작년 말부터 ‘아랍의 봄’을 계기로 튀니지아, 이집트, 리비아 등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여러 독재정권 또한 이미 몰락했거나 몰락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버마 내의 민주화 세력은 수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버마의 군부와 싸워왔고 국제사회 특히 유엔 등 수많은 국제기구와 국제인권운동이 버마의 민주화 운동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왔습니다. 그러나 1988년과 2007년 대규모 민중봉기에도 불구하고 버마의 군부는 여전히 건재해 보입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한국보다 한해 늦은 1962년 군사 쿠데타를 계기로 집권한 군부독재는 내년이면 50주년이 됩니다. 버마에 부는 ‘위로부터의’ 정치적 바람 이러한 버마에 최근 ‘또’ 정치적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비록 아래가 아닌 위로부터 부는 바람이지만 이러한 변화의 원인과 계기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국내외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번도 ‘찻잔 속의 폭풍’일지 아니면 잔잔하지만 나비효과를 통해 폭풍이 될지 여러 시나리오를 그려보게 됩니다. 보도를 통해 알려졌듯이 작년 11월 7일 버마 군부는 총선을 치루고 ‘민간정부’를 출범하였습니다. 일부 세력이 선거에 참여했지만 대다수의 반군부 민주세력과 인권운동은 선거를 거부하였습니다. 과거 군사 독재시절 한국에서 치뤄졌던 선거가 그러했듯이 이번 선거 또한 요식행위로 군부의 철저한 계산과 통제하에 이루어졌습니다. 새롭게 구성된 민간정부는 이후 지속적으로 유화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버마 민주화의 아이콘인 아웅산 수지 여사는 가택연금에서 풀려났고 부분적인 정치활동이 허용되었습니다. 제가 만난 버마 민주화 운동 관계자 대다수는 이러한 변화의 원인으로 2014년 버마의 아세안 의장국 역할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외부적으로는 국제사회 특히 주변국가와 유엔 등 국제기구의 압력, 그리고 국내적으로 민주화 운동이 약화되어 정권의 안위를 위협할 만한 정치적 세력이 없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버마는 1997년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아세안에 가입하였습니다. 그러나 2006년의 버마의 군부정권은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순번 아세안 의장국 지위를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버마의 군사정권은 다시 돌아온 2014년에 아세안 의장국 역할을 하려는 의지가 매우 강해 보입니다. 따라서 버마정부는 주변 국가의 반대를 누그러뜨리고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키고자 다양한 외교적 노력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제가 태국을 방문했던 같은 기간에 버마 정부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버마인권 특별보고관의 버마 방문을 허용하였고 그 직후인 지난 9월 5일 버마 정부는 국가인권위원회 (National Human Rights Commission)를 설립한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알리바이’ 국가인권위원회? 유엔의 방문은 과거에도 종종 있었기 때문에 예측할 수 있었지만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발표는 다소 뜻밖의 사건이었습니다. 나라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설립되는 배경과 맥락은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상대적으로 자율적인 시민사회의 요구와 유엔의 권고 그리고 이를 수용하여 인권을 제도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정부의 정치적 의지가 서로 조응하여 나타난 결과로 이해합니다. 국제정치의 차원에서는 인도네시아의 경우처럼 자국의 인권침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과 압력에 대한 정치적 대응책이기도 합니다. 한편 필리핀과 한국의 경우는 독재에서 민주화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민주정부가 과거의 반인권 법제와 관행을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도록 개선하기 위한 제도로 도입되었습니다. 유엔 총회는1993년 이러한 국가인권기구가 효과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가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지닌 기구로 만들 것을 권고하는 파리원칙을 채택하였습니다. 이러한 국가인권기구의 성격 때문에 국제인권단체는 지금까지 버마 정부에 국가인권기구를 설립하라는 요구를 한 적이 없었습니다. 당연히 이를 이번 발표의 배경을 둘러싸고 여러 추측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버마 주변 국가의 국가인권위원회 역할이 유명무실하여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 없고 국가 이미지 제고로 활용하는데 유용하기에 버마 정부도 국가인권위원회를 알리바이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을 포함한 대다수 국가의 국가인권기구의 과거와 현재 경험을 볼 때 국내적으로 독립적인 시민사회 단체 특히 인권단체가 없는 상황에서 독립적이고 효과적인 국가인권기구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응하여 국제인권단체는 버마 군부에 의해 지금까지 자행된 각종 인권침해를 조사하는 국제 진상조사위원회(Commission of Inquiry)를 만들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 포럼아시아는 제18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버마의 인권 상황에 대한 발언을 하였습니다. 여기서 포럼아시아는, 올해 유엔 특별보고관의 방문 보고에서 지적되었듯이, 작년의 선거 이후 민간정부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인권침해가 계속되고 있고 과거 인권침해에 대한 조사, 처벌 및 구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의 해결을 위해 국제적인 차원의 독립적인 진상조사위원회의 설립을 요청하였습니다. 포럼아시아를 비롯한 많은 국제인권단체는 버마 국내에서 인권활동이 자유롭게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국제적인 진상조사위원회도 없이 국가인권위원회가 설립되면 오히려 버마내의 인권침해를 정당화하는 정치적 도구로 전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두 개의 위원회 – 국내적인 국가인권위원회와 국제적인 진상조사위원회 현재 버마 정부의 국가인권위원회와 국제사회의 진상조사위원회가 버마 인권의 개선책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형식은 둘 다 위원회(Commission)이지만 위상과 목적 등 내용은 서로 매우 다릅니다. 과연 둘 다 채택될지 아니면 이중에 하나만 될지 우려 섞인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주장에 대해 유엔의 일부 친인권적 국가들이 지지하고 있지만 아직 많은 국가들이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아직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나라가 없습니다. 이번에 만난 버마 관련 인권단체는 저희에게 한국정부가 이 안을 지지할 가능성에 대해 적지 않은 기대를 안고 질문하였습니다. 제가 ‘왜 그런 기대를 하느냐’고 묻자 이들은 ‘다른 아시아 국가와 달리 아래로부터 민중의 힘으로 민주화를 성취하였고 인권침해를 이유로 전직 대통령을 두 명이나 감옥으로 보낸 저력을 지닌 한국의 민주화 역사에 큰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아는 한 한국정부는 이러한 사안에 대해 침묵으로 답변하고 있습니다. 과거 김대중 정부시절 유엔 총회에서 버마 인권결의안에 한때 지지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이후 매우 소극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최근 유엔에서 북한인권에 대한 적극적 입장 개진과는 매우 대조적입니다. 버마에는 ‘국익’을 북한에는 ‘이념’이라는 서로 다른 잣대를 적용하고 있지 않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국의 시민사회 인권운동 또한 버마 민주화와 인권에 대해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하기에는 부끄러울 정도로 소극적입니다. 물론 국익 때문이 아니라 무관심과 역량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가뜩이나 국내 인권상황이 후퇴하는 상황에서 남의 나라 버마의 인권과 민주화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 는 생각이 주류인 것 같습니다. 버마와 북한 인권 – 아시아 인권공동체의 화두이자 숙제 MB 정부는 한-아세안 대화 20주년을 맞이하여 지난 2009년 ‘신아시아외교’를 천명하였고 이미 2000년대 초반 접어들어 많은 한국의 시민단체와 인권단체가 아시아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요즘 한국사회에서 한류 붐과 함께 동아시아 차원에서 경제적 정치적 차원의 공동체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인권 및 시민사회의 역할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미약해 보입니다. 특히 아시아 민주주의와 인권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버마 이슈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아쉽고 안타깝지만 버마 이슈가 한국정부와 한국시민사회 특히 인권운동의 중요한 의제가 되기까지 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버마와 북한의 인권, 한국 사회가 인권에 기반한 동아시아공동체를 논의하는데 피해갈 수 없는, 풀어야만 하는 두 개의 큰 화두이자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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