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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전통건축 그리고 문화 (2000. 7. 13. 목 / 남이)
그날도 어김없이 6시에 일어나 산책을 하고 식사를 했다. 테가의 잔디밭은 너무나도 좋다. 식사 후 간단한 미팅이 있었다. 일정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이어지고 이날도 예외 없이 부산하고 산만한 분위기가 계속 되었다. 미팅 후 간단한 답사를 갔다. 일본에 와서 놓치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던 코스가 바로 이 코스였다. 우리 나라 말로 하면 일본식 민속촌인 The Boso Villlage와 일본식 절인 Shinshoji Temple 방문이었다. 보소 마을은 꽤나 흥미로운 곳이었다. 에도시대의 대장간, 서점, 인형가게 등이 일렬로 쭉 늘어서 있고 그 길을 따라 걷다보면 더욱 큰집들이 나오는 구조 였다. 더군다나 큰집들 사이로 들어서기 전 푸른빛을 띠는 수국이 넘칠 듯이 피어있어서 우리들은 더욱더 흥분했던 것 같다. 일본식 옛집들은 우리의 옛집과 닮은 듯 하면서도 잘 따지고 들어가면 전혀 다른 구조로 되어있다. 모든 것이 그랬던 것 같다. 우리 것과 일본의 것. 겉모습만 보면 둘 사이는 무척 긴밀하고 비슷한 것 같아 보이지만 알면 알게 될수록 둘은 너무나도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보소빌리지 다음 코스는 신쇼지사 방문이었다. 장식성 없이 웅장하게 서있는 신쇼지사. 우리 나라 절과는 다르게 알록달록 고운 빛깔의 단청도 바람결에 흔들리는 풍경도 없는 곳이었다. 모든 것이 웅장하고 거대하고 그야말로 건축미를 고려하지 않는 여의도 빌딩숲 사이에 서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폴란드 아이들은 절의 모습이 신기하기만 한지 구경하느라 정신없어 보였다. 단청. 그 고운 빛깔을 먼저 알았더라면 이 절의 거대함이 얼마나 숨막히는 것인가를 느낄 수 있었을 텐데. 도망치듯 빠져나와 마을 구경을 했다. 좁지만 잘 정비된 마을. 어느 것도 하나 흐트러짐 없이 조용한 곳이었다. 일본식 정원을 사진으로만 보았었지만 직접 보게 되니 그 인공미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뭇가지 하나라도 잘 깎고 다듬어 자기 정원의 부속품으로 완전하게 받아들이는 일본식 정원. 집들 사이로 초록 지붕 위 아찔하게 솟아오른 금색 첨탑이 보였다... 역시 나오길 잘했다. 저녁식사후 넓은 잔디밭에서 체조를 하고 놀다가 마쯔리(Matsuri) 구경을 했다. 마쯔리는 축제와 같은 뜻. 1층 로비에서 한바탕 축제가 벌어졌다. 일본의 옛 이야기가 등장하는 짧은 연극이었다. 서양사람들은 기모노를 차려입고 영어로 이야기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공연 후 숲 속으로 밝혀진 붉은 등을 따라서 마쯔리 장소로 향했다. 축제 기획에 관심이 많은 나는 정말 이게 축제군하고 생각했다. 형식적인 가두행렬 또는 공연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축제. 넓은 숲 속 곳곳에서 작은 전구들을 밝히고 여러 가지 전통 놀이와 먹거리를 마련했다. 곧이어 어른들은 맥주를 마시고 기타를 꺼내어 이스라엘의 샬롬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한 켠에서 우리는 우리식대로 댄스파티를 했다. 작은 앰프를 통해서 나오던 소리의 볼륨을 높이고 클럽에서 나올 법한 음악을 틀고서 나름대로 슬램을 하고 춤을 춰대면서 자기식대로 즐기기 시작했다. 일본 아이들은 페인트를 뿌려대고 그림을 그리면서 즐기고 있었다. 중앙에 지폈던 모닥불이 서서히 가면서 마쯔리의 끝을 알리고 있었지만 기타 소리나 웃음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그날 밤에 있을 마약과 흡연에 대한 워크숍에 참여 해야했기 때문에 놀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누르고 어두운 숲길을 따라 숙소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워크숍 장소에 도착했는데도 사람들이 없어서 황당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마쯔리가 끝났는지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워크숍은 시카고의 한 프리스쿨에서 영어선생님을 하고 있는 제시가 이끌어 나갔다. 그는 여러 장의 프린트와 설명을 통해 시카고의 마약유통의 심각성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직접적인 마약의 복용뿐만이 아니라 마약의 유통과 그에 연관된 갱들의 이야기까지도. 아이들은 그런대로 학교에 빠지지 않고 오는데, 그 이유는 학교에 있는 하루 6시간만이 죽음을 생각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라는 충격적인 설명이었다. 그때부터 무엇인가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청소년 흡연금지에 대한 문제를 논하고 싶었는데, 시카고는 우리 나라의 사정과는 거리가 멀고 훨씬 더 심각했으며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흡연 따위는 문제도 되지 않는 소재였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우리가 흡연에 대한 워크숍을 제안했던 이유는 IDEC 주최측에서 아무런 회의나 절차 없이 미성년자의 흡연을 금지시켰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미성년자의 흡연을 금지하고는 있지만 나라마다 문화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다가, 민주학교, 자율적인 학교들이 모여 대회를 하는 것이라면 미성년자의 흡연문제가 공정한 절차를 걸쳐 논의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다. 게다가 과연 미성년자의 흡연 금지가 올바른 것인 가에 대해서 다른 나라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싶은 것이었다. 나중에서야 우리는 제시와 다른 사람들이 청소년의 약물 복용과 마약 복용에 대한 워크숍을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아이덱의 주최측도 우리처럼 마약문제에 둔감했었는지, 약물금지나 흡연금지나 비슷한 문제라고 생각해서 제시 네의 워크숍과 우리의 워크숍을 같이 하도록 자리를 마련해 놓았던 것이었다. 우리는 우선 흡연 워크숍을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고 워크숍 장소를 빠져나왔지만 개운하지 못한 마음을 추스릴 길이 없었다. 그러나 잘못된 일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우리가 몰랐던 다른 나라의 상황에 대해서 알게된 것만으로도 밑진 장사는 아니었다.. 헤헤. 사실 그날부터 우리는 유스 페스티발 홍보에 본격적으로 돌입하였다. 아이덱에 참가한 날부터 스티커를 돌리며 홍보를 했었지만 우리가 가져간 50개의 자동카메라가 문제였다. 그 카메라의 용도는 아시아 청소년들의 생활모습을 찍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가 홍보사절단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내걸고 후원을 받아 일본을 가게된 것도 다 그 카메라 덕분이었다. 나는 마치 보험 외판원처럼 스티커를 돌리고 사람들에게 짧은 영어로 설명을 했다. 다음 달에 한국에서 아시아 유스 페스티벌이 있는데 홍콩, 중국, 일본, 대만, 대한민국 5개국이 참여한다는 설명.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척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몇몇 사람들은 직접 한국에서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도 밝혔고 그럴 때마다 보험 외판원 같은 나의 모습에도 힘이 들어갔다. 보소빌리지의 농가. 우리와 다를 것 없어 보이면서도 반듯하면서도 아귀가 딱 들어맞는 집짓기가 눈에 띄는 곳이었다. 우리처럼 분명한 사계절이 없어서인지 목조건축인데도 나무와 나무 사이에는 전혀 틈이 없었다. 어쩌면 이렇게 딱 맞게 잘 잘랐냐고 감탄할 수도 있지만, 여름에는 불고 겨울에는 마르는 탓에 우리 건축은 항상 헐거워보이는 것이 어쩐지 여유롭게 보이던 참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농가를 둘러싼 수국의 정원과 전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잠자리들이었다. 일본에서 가장 큰 절인 신쇼지. 너무나 커서 민희는 '무서울 지경'이라고 했다. 신쇼지 부근에는 마을이 있다. 그러고보니 서울에서는 그토록 많이 볼 수 있는 십자가를 한 번도 못보았다. 그리고 마을 한 가운데에 이토록 큰 절이라니. 마을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묘지. 일본인들은 죽음에 대해서 보다 의연한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죽음 또한 삶의 맥락에서 이해하고 있다. 죽음은 혐오하거나 경외할 사건이 아니라, 그저 '일상사'이다. 그러기에 무덤을 마을 안 쪽에 둘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차를 타고 가면서 이런 무덤을 몇 개 발견하고 외진 산골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한국의 무덤들을 생각했다. 그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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