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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 자료실 인턴 보고서 (2001. 6. 16, 지지큐, 자료실사서, 18세) 지지큐, 흘러흘러 자료실까지 코코봉고를 그만두고 자료실 프로젝트를 시작한 때는 올해 1월이었다. 나에게 있어 코코봉고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을 할 수 있다'를 배운 시기였다. 또한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그때까지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경제적인 문제를 본격적으로 고민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코코봉고와 달리 자료실은 내가 하고 싶은 일과 가까이 있는, 내가 정말로 원하는 곳이었다. 도서관의 분위기와 그 안에 꽂혀있는 책은 어릴 적부터 나를 가슴 설레게 하는 것들이었다. 디스토리 페스티벌 덕택에 관심을 갖게 된 영화도 내게 너무 필요한 것이었다. 하자 안에서 마음 편하게 책을 읽고 생각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했다. 과장해서 말하면 자료실을 만드는 것은 꿈같은 일이었다. 자료실의 시작과 관련하여 나의 중요한 변화 중에 하나는 2월부터 자자방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이제는 하자가 작업하는 곳이나 일하는 곳이나 노는 곳이 아니라 사는 곳이 되었다. 자자방 프로젝트와 자료실 프로젝트는 나의 생활을 독립적으로 꾸려 가는 실험을 할 수 있게 하였다. 꿈같은 자료실 일을 시작하긴 했지만 돌아보면 뭐가 그리 바빴는지 모르겠다. 1월에는 <눈물>과 함께 하는 디스토리 영화제가 있었고 2월에는 디스토리 페스티벌 출품 때문에 바빠 3월이 돼서야 나는 자료실에 있었다. 그때쯤부터 겨우 수많은 자료 속에서 헤맬 수 있었다. 그 와중에 나는 자료실을 그대로 내 버려두었다. 이제까지 한/하기로 한 자료실 업무와 평가 자료실 인턴들은 나름대로 역할 분담이 있었는데, 원은 영상자료 담당, 지지큐는 도서자료 중에서 텍스트자료 담당, 오로라는 도서 자료 중 이미지자료 담당이었다. 내가 맡은 텍스트 부분 업무는 크게 자료를 구성하는 일과 새로운 자료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① 자료구성 ; 구입에서 관리까지 자료실의 도서는 자료실이 오픈하기 전 12월 말에 구입을 하였다. 처음으로 자료를 구입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구색을 맞추어서 각 작업장 별로 필요할 만한 책들을 대형서점에서 구입했다. 대형서점에서 구입한 이유는 첫째 세금으로 정가를 주고 책을 산다는 의미가 있었고 둘째 처음으로 자료를 구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료 리스트가 없었기 때문이고 셋째 구입할 자료를 둘러보고 확인하는 것 또한 공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은 원래 분기별로 구입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렇다면 4월쯤에 도서 구입을 해야 했지만 늦어졌다. 두 번째 구입부터는 지금 있는 자료에서 부족한 부분과 이용대상층이 필요로 하는 책을 파악하여 리스트를 만들어야 했지만 그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어 구입시기를 놓친 것 같다. 넷까페 공간을 재구성하면서 자료실을 만들기 이전에 하자에서 구입한 도서가 자료실에 추가되었다. 도서를 관리하는 작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이 있고 두 번째는 자료가 손상되지 않도록 시트지로 표지를 덮는 일이다.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작업은 초기에는 MS Access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완결했으나, 바코드 기계가 들어오는 바람에 이전에 만들어 놓은 데이터베이스를 바코드로 옮겨놓는 작업을 해야 했다. 하지만 바코드 기계와 함께 들어온 프로그램은 오류가 너무 빈번히 발생해 작업속도를 더디게 하여 결국에는 데이터베이스 작업을 끝내지 못했다.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의 개선이 시급하다. 시트지로 표지를 싸는 일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었다. 마음 먹고 진득하게 앉아서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더뎠다. 현재 1/5 정도 진행되었다. 하자 자료실이 다른 도서관이나 자료실과 차별화될 수 있는 점은 스스로 자료를 만드는 데 있다. 스스로 자료를 만든다는 의미는 기존의 자료를 어떤 시각을 가지고 볼 줄 알고, 비평할 줄 알고, 조합해서 재구성할 줄 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이 작업은 책이나 영화를 보고 글을 쓰거나, 책이나 영화를 통한 공부의 결과물을 묶는 것이다. 이 작업이 중요한 이유는 자료를 통해 세상을 읽을 줄 아는 시각이 형성되고, 이 시각으로 본 세상을 문자언어로 남겨놓게 되면서 하자의 이론과 담론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크지지큐의 기획은 오랫동안 난항을 겪었다. 컨텐츠가 너무 없었기 때문이다. 자료실에서 책을 보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자료를 보고 글을 쓰는 그룹이 형성될 수 없었다. 비디오의 경우에는 대출이 활발하여 코멘트의 양이라도 많았지만, 도서의 경우 20시간을 채워 대출카드를 만든 경우도 한 명도 없었다. 때문에 대출을 한 다음 쓰게 되는 코멘트도 너무 적었다. 너무도 바삐 움직이는 하자의 분위기에서 책을 읽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책을 읽고서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은 나조차도 매우 어렵고 부담되는 일이다. 무크지지큐와 함께 같이 기획을 했어야 했던 점은 자발적으로 자료를 이용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자료가 필요하지만 이용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 자료를 연결해주는 기획이고, 부담이 가지 않게 자료를 읽어내고 글로 남길 수 있게 하는 기획이었다. 자료실의 문제점 ① 자료실에 사람이 많지 않다 코코봉고에서 일을 하다가 바로 이어서 자료실 일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자료실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손님'이라고 부른 적이 종종 있었다. 그러고 나서는 '손님'이라는 말이 적절한 건지 생각하면서 자료실 일이 어떤 분류의 일인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분명 이용하는 사람들을 '손님'을 부르는 장사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료실이 하는 일이 도서관의 사서들이 하는 일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었다. 자료실은 하자의 일곱 가지 약속 중에 하나인 '자원과 정보는 공유한다' 위에 서 있다. 자료실의 자료를 자원으로 구성해놓는 것은 소극적 의미에서 공유일 수 있다. 하지만 자료를 모으고 정리해 놓는다고 '공유를 한다'의 의미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자료실의 일이 단순한 관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기획이 필요한 이유는 자원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기 위해서이다. 적극적인 공유의 방법으로 무크지지큐를 만들 수도 있고, 자료실 홈페이지를 만들어 어디서나 자료실에 있는 자료를 확인하게 할 수도 있고, 자료실 차원에서 영화제와 같은 이벤트를 벌일 수도 있고, 작업장 프로젝트와 자료실이 연동해서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료를 코디네이션 해 줄 수도 있고, 자료실 독서모임이나 작가초청강의를 들을 수도 있다. 자료실 인턴인 지지큐는 한동안 '기획'의 일을 내 버려두었다. 자료가 있는 곳에 사람이 모여야 한다고 생각한 나머지 필요한 곳에 자료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한 것이다. 자료실 회의는 일주일에 한번 목요일 근무가 끝난 후에 모이기로 했었다. 자료실 회의는 한 주 동안 자료실에서 한 일을 서로 점검하고, 자료실에서 벌릴 일들을 기획하는 자리였다. 한 번 모였다 하면 장대한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자료실 회의 때문에 번번이 막차시간을 놓쳐버리기도 했었다. 하지만 회의 시간이 너무 늦은 시간이기도 하고 한자리에 모이기에 서로 바쁜 사정들이 많아서 회의는 지속성을 가지지 못했다. 회의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겨난 문제는 첫째 자료실이 고쳐나가야 할 것을 서로 이야기하지 못해 파악하지 못했고, 둘째 자료실 기획이 지점을 집어 나가면서 차근차근 진행되지 못했고, 셋째 자료의 컨셉을 만들지 못했다. 자료의 컨셉에 대해서 좀더 부연설명을 하자면, 자료는 물론 풍부할수록 좋은 것이지만 그렇게 되기 어려울 때는 중점을 둘 파트를 정해 내실 있게 자료를 구비하자는 이야기이다. 컨셉은 자료실을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컨셉을 만들지 못한 것은 자료실 이용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자료실, 특히 도서파트에 사람이 없는 이유를 다양하게 생각해 보면 이용자가 원하는 자료가 구비되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는데 이는 자료의 컨셉을 정하지 못한 것과 관련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③ 코멘트가 귀찮은 것이 되어 버렸다. 코멘트는 가장 중요한 자료실의 자료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모인 코멘트는 수적으로 많지 않으며 그 내용 또한 부실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코멘트가 활발하게 생산되지 못한 까닭은 사람들이 코멘트를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료실의 짧은 대출기간 동안 자료를 다 보기도 힘든데, 코멘트는 그 와중에 붙어온 혹일 뿐 반가운 손님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자료를 보고 그 감상을 기록하는 데 꼭 코멘트 용지에 문자언어를 사용할 것이 아니라 더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 보면 이러한 부담이 조금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또한 사람들이 왜 코멘트를 쓰는지 알지 못하는 까닭도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이다. 코멘트 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기획의도는 차곡차곡 쌓인 코멘트가 다음 사용자들이 자료를 선택할 때 도움이 되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용자들이 그 취지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코멘트를 쓰는 경우도 많았고, 코멘트를 어떻게 다른 사용자에게 보여줄 것인가 하는 기획도 빠져있었다. ④ 시간을 잘 지키지 못했다 자료실이 정시에 열고 닫고, 8시간 동안 자료실에 사람이 앉아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건 개인적인 문제인데, 시간을 지키면서 일을 하는 것은 자료실 프로젝트를 통해 고쳐보려는 나의 생활 습관이었다. 1시라는 늦은 출근 시간에도 불구하고 빈번히 늦은 것은 '생활 습관을 고치는 건 어렵다'는 변명밖에 할 말이 없다. 하자센터에서 인턴이 가지는 의미 하자센터의 인턴은 기업에서 쓰이는 인턴제와 그 의미와 지향점에서 많이 다른 것 같다. 하자센터의 인턴은 정규 직원이 되기 위한 수련단계가 아니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인턴은 하자를 웬만큼 파악하고 있는 죽돌 중에서 뽑은, 어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해나는 사람들이었다. 한동안 나는 인턴으로서의 시각이 아닌, 여전히 죽돌이의 시각으로 센터를 바라보았다. 인턴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아직 감이 안 올 때였다. 죽돌로서 바라본 인턴은 일과 놀이, 배움 사이를 이리저리 방황하는 존재였다. 죽돌이로서 하고 싶었던 일을 배우고 작업하는 것을 인턴의 일이라고 오해하기도 했었다. 다른 죽돌과 판돌과의 관계 또한 그리 달라지지도 않았다. 이런 방황과 오해는 나만 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어떤 죽돌들은 하자센터에서 하던 일 계속하면서 편하게 돈을 벌고 싶어 인턴이 되고 싶어하기도 하고, 인턴의 일과 배움의 방점을 잘못 찍은 나머지 '하자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기 때문에 돈을 좀 덜 받아도 된다'라고 생각하는 인턴도 존재하는 듯 하다. 이런 나의 오해는 '하자 센터의 인턴은 센터를 만들어 가는 스텝이다'라는 이해로 바뀌었다. 그리고 자료실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인턴으로 되돌아 왔다. 하지만 이 과정이 나의 부족한 통찰력 때문인지는 몰라도 스스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이건 판돌 포럼을 비롯한 센터의 수많은 회의에 인턴이 들어가도 되는지 안 되는지 스스로 깨달을 수 없다는 것과 비슷한 일이었다. 내 작업장과 프로젝트 이외 다른 판돌 문화가 뻘쭘한 건 인턴들의 낯가림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또한 어떤 종류의 권리를 '요구'하기 힘든 것도, 인턴으로서 내 일이 안정감을 가져다 줄 정도로 '거창'하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인턴들이 일을 너무 못해서인 것 같지 않다. 이 문제들은 오래 전부터 거론되었던 파트너쉽과 요즘 거론되는 센터문화와도 관련이 있는 듯하면서 아닌 것 같은 애매하고도 중요한 문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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