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잡하게 우울해졌어요 ㅠㅠ 


 


- 어느 날 밤



알리사가 성장할수록 나의 마음에 남겨진 까만 구멍이 메워지기 시작한다. 알리사는 ‘나의 알리사’만큼 제 아비를 돌본다. 이 아이도 알까? 나의 마음에 있는 큰 구멍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것을 자신이 메우고 있다는 것을!

알리사가 제 방을 백합으로 꾸며놓기 시작했다. 흰 백합은 썩기 전까지 묘한 향기를 품는다. 내가 방에서 책을 읽고 있노라면, 백합의 묘한 향이 내게 다가오고, 나는 그 다가오는 것이 알리사임을 단박에 알아챌 수 있다. 알리사는 가끔 퐁그즈마르에 있던 피아노를 치곤하는데, 그 음이 마치 백합과 같았다. 알리사와 백합은 참 잘 어울린다.

넓지만 크지 않은, 책으로 둘러싸인 나의 방에서 나는 오지 않는 잠과 싸운다. 알리사는 요즘 책 읽는 재미에 빠져 늦은 밤까지 불을 켜놓는데, 그 불빛을 보면 나는 ‘나의 알리사’가 생각난다. 부족하지 않은 재산과 좁지 않은 땅덩어리를 보고 덤벼드는 수많은 여자들 속에서 나는 예전의 향수를 찾을 수 없다. 때로 알리사를 닮은 여인을 마주치지만, 결국 외모만 닮은 허상이다. 줄리에트는 여전히 이모처럼 뒤뚱뒤뚱 걷고, 그녀의 아들들은 알리사를 보고 눈독을 들인다. 개중에 나를 닮은 남자아이 하나가 있는데, 알리사가 나의 대녀(代女)인 줄 모르고 내게 이혼에 대해 자꾸 추궁한다. 나는 이혼한 것일까?


독백한다. 진정 옛날만큼의 가치를 가진 사랑을 찾을 수 없는 것인가. 나는 곧 늙고 추해진다. 나이를 먹을수록 고독의 우울함만 남는다. 알리사가 보고 싶다. 하지만 이제 그 알리사는 없다. 옛 추억만이 내 마음의 구멍을 뚫고 있다. 나의 대녀 알리사도 나의 마음을 채울 순 없다. 우울하다. 하지만 우울하다고만 하기엔 이 감정이 내 마음을 복잡하게 아려온다. 그녀가 보고 싶다. 그녀가.

하지만, 향수는 향수로 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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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