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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하자 인문학 5 : 애전별친愛錢別親글 수 387
배고프다.
퀭-한 얼굴로 일어나 로삐를 불렀더니 로삐에 비치는 내 얼굴은 얄바생(밤 야, 밤에 알바하는 사람들) 저리 가라였다. 내 얼굴을 보니 어릴 적, 10년도 전에 좋아했던 어느 만화의 캐릭터가 희미하게 떠오른다. 안타깝게도 캐릭터 이름조차 생각나지 않는다. 로삐의 얼굴을 대충 소매로 닦아주자 프로그램 했던 대로 로삐가 내게 아점(아침 겸 점심)을 들고 온다. 구운 달걀과 토스트. 된장찌개가 그립지만 그나마 난 잘 먹는 편이었다. 아는 사람들은 일을 조금이라도 더 하기 위해, 혹은 귀찮아서(아무튼 여러가지 이유로 해서) 알약을 사먹는다. 10여년 전에는 수많은 양을 축소시키고 알약에 집어넣는 기술이 발달될 거라 생각했었다. 실제로 지금 사용하는 알약은 음식을 축소시킨 건 아니고, 몸에 꼭 필요한 영양분만 골라넣은 일면 '연장제'였다. 음식을 워낙 먹지 않는 사람들의 기절을 연장시켜주는, 알바생 필수 아이템이었다. 나도 이틀 정도 그걸로 때웠더니 미치겠다. 로삐의 눈이 깜빡거렸다. 순간 다시 침대에 기어들어가 잠을 청하고 싶어졌다. "말해." "부재중 메세지 3건 있습니다. 알바, 친구, 일. 녹음된 메세지를 들려드립니다." 삐-소리와 함께 메세지가 재생된다. "현빈 씨, 원고 보내드렸습니다.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야! 뭐하고 지내냐? 나 온라인 축제 열 건데 아이디어 있으면 환영이야! 부탁해!" "온라인 상담신청 3건이 들어왔습니다. 확인 부탁합니다." 어째 부탁하는 내용밖에 없다. 나는 내 볼을 꼬집었다. '잠들지 마, 잠들지 마, 잠들지 말자!! 집 사려면 돈이 필요해! 돈 벌려면 일이 필요해!!' 어느 순간부터 내게 가장 우선적인 건 내 집 마련이다. 지금은 24층의 어느 좁은 방에서 혼자 자취하고 있는 중이다. 기왕에 집 가질 거면 친환경적으로 지어진 래미지오에서 살고 싶어서 큰 돈을 모으고 있다. 아침엔 늦게 일어나고, 낮부터 아는 사람의 소설을 봐주고 오타 고치고 등등 알바를 하고 저녁엔 온라인상으로 진행되는 상담을 하고 지내고 있다. 상담은 영상 메일로 하고 있다. 시간이 맞으면 영상채팅을 하기도 한다. 덕분에 난 거의 집에서 방콕 신세다. 저녁이 되면 밖으로 나간다. 밤에 번화가로 나가면 수많은 볼거리들이 넘친다. 나같이 집에서만 박혀 있는 사람들을 끌어내기 위해 정부에서 하이서울페스티벌을 수정해 어느 새 밤마다 분수놀이, 음악 분수나 아마추어 공연들을 열어두었다. 낮에도 이것저것 하려고 손을 쓰긴 했는데, 낮은 너무 더워서 사람들이 나오려고 하지를 않는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수도권에 들어도 경기도였기 때문에 일부러 큼지막한 나무들(주로 시원해보이고 그늘을 많이 많들어주는 버드나무들)을 심어 밖에 나와도 그늘을 찾을 수 있지만 서울은 밖에 있기도 힘들다. 요새 외국에서 큰 나무들을 수입해서 심고는 있지만, 낮에 사람보는 일은 드물다. 그래서 난 어쩌다 한번씩 일부러 낮에 거리를 걸으러 나왔다. 10대 때 꿈꿨던 한적한 거리가 이런 의미로 이루어지다니, 조금 씁쓸하다. 사람, 마을, 공동체는 어디로 갔을까? 지금은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해결 가능이다. 심지어는 편의점도 온라인으로 살 것을 주문하면 금방 배달왔다. 대화는 거의 사라지고 대신한 건 채팅. 가끔은 기계를 거르지 않은 사람의 목소리가 그립다. 로삐도 대화 기능이 있긴 하지만 "밥 드셨습니까?", "지금 주무시지 않으시면 건강에 해롭습니다,"의 수준에서 더 이상 발전이 보이지 않는다. 잠깐 바닥에 누워 눈을 감았다. 배고프다. 세상은 나와 너, 우리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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