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일기를 쓴지 어느새 20년이 지났다.


알리사는 죽고 나는 살고.
그녀가 원했던 모습이 뭐였지? 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그녀가 원했던 삶, 내가 원하던 삶.
그것들은 결코 한 공간에 이뤄지지 않은 채로 계속해서 분리되어간다.

나는 그녀를 이해하기 위해, 독실한 '청교도' 신자가 되보려 하였으나
종교라는 것은 알면 알 수록 나의 존재와 우리의 사랑을 부정하고 있었다.
결국 나는 성경을 덮었다. 그러나, 그 안에 책갈피를 남긴 채로, 나는 성경을 덮었다.

줄리에트와 만난지 어느새 2년이 다 되어간다. 그녀는 점점 나의 친족들과 닮아가고 있으며
나도 어느새 나의 아버지의 향을 품고 있는 듯 하다.
알리사(작은)조차 무럭무럭 자라, 어느새 그 이름으로 먼저 불리웠던 그녀와 너무 닮아가기 시작한다.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만, 그 사랑은 어쩌면 내가 알리사를 사랑한 것과는 다른 것이라고 생각된다.
16년이 더 지나, 나는 매력적이지도 유쾌하지도 않은 어떤 남자가 되었다.
내가 결혼이나 다른 여자를 생각하게 되었을 때 쯤, 아무도 내 곁에 없었다.
그러나, 알리사는 여전히 내 눈에 보이는 '그 곳'에 있었다.

전쟁이 다가온다고 한다. 나는 이미 징집될 나이가 아니지만, 전쟁에 참가하려고 했다.
그러나 남겨진 나의 알리사는, 어쩌면 좋을까. 어느덧 아가씨가 된 그녀에게선
아직은 더 무르익거나 살아야할 날이 많은 듯 하다.
나는 그녀가 나를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내가 그녀를 사랑하는 것 만큼 그녀도 나를 사랑하지만
그것은 내가 품은 감정과는 다르리..
그녀가 어떤 남자를 사랑해 어떤 삶을 살아갈지 알 순 없지만,
어떠한 가치관이나 생각들이 그들의 사랑을 막아서지 않기를, 오오.

우린 (제롬&알리사) 미국으로 떠난다.
'자유' 라는 이름에 꿈과도 같은 나라. 성경의 책갈피를 살짝 움직여본다.
책을 다시 편다.

[주께서 너를 두고 천사들을 명하시어, 너 가는 길마다 지키게 하셨으니 행여 너 돌부리에 발을 다칠세라, 천사들이 너를 손으로 떠받들고 가리라...]

오오! 주여, 우리의 앞날을 축복해 주소서.
지금껏 주님의 말을 귀기울여 듣지 않은 이 가련한 종을 용서하여주시옵서서.
내 주님을 다시 믿나오니, 이 믿음에 부응해주시길.
저와 알리사가 길을 걸어가옵나이다. 이 길이 부디 순항의 길로 갈 수 있도록 주여 돌봐주시옵소서.
그리하여 이 종이 그대의 믿음을 의심치 아니할 굳센 마음을 가지게 하옵소서.
.
.
.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