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그 후의 줄거리>

제롬은 알리사에 대한 깊은 사랑으로 쉽게 그녀를 잊지 못하며 그리운 나날을 보낸다. 그를 지켜보는 줄리에트 또한 제롬을 안타깝게 여기고 언니를 그리워하며 자신의 막내 딸 알리사를 곱게 키운다. 그녀의 대부인 제롬은 줄리에트의 딸 알리사를 잘 보살펴주지만 점점 죽은 알리사에 대한 깊은 사랑과 그리움이 커져만 갈수록 줄리에트의 딸인 알리사가 자신이 사랑했던 알리사라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는 딸 알리사가 죽은 알리사의 영혼을 받아 새로 태어난 것이라 생각하며 그녀에게 사랑을 느낀다. 딸 알리사에게 죽은 알리사의 일기나 유품 등을 읽어주고 보여주며 그녀에게 그녀가 자신이 사랑했던 알리사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준다. 어릴 적부터 제롬과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 해온 줄리에트의 딸 알리사는 제롬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이 제롬이 사랑했던 알리사이며, 줄리에트의 언니이고 신성한 신의 전유물이라 착각한다. 둘은 사랑에 빠진다. 이것을 줄리에트의 딴 자식들이 알고 그녀에게 전한다. 줄리에트는 제롬을 미친개 취급하며 쫒아낸다. 결국 방랑자가 된 제롬은 줄리에트의 집 앞에서 항상 대기타다가 알리사가 나오면 그녀를 붙잡곤 한다. 질겁한 줄리에트는 어떻게 할지 고민 하며 마음 아파한다. 그것을 안쓰럽고 불쌍히 여긴 에두아르는 줄리에트 몰래 제롬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눈다.
제롬은 에두아르가 자꾸만 자신의 확고한 신념을 알아주지 않자 흥분하여 홧김에 그를 때려죽인다. 살인자가 된 제롬은 에두아르의 시신을 줄리에트의 집 앞에 놓아두고 도망간다. 이를 본 줄리에트는 사랑했던 오빠가 자신의 사랑하는 남편을 죽인 사실을 알고 미친다. 제롬은 줄리에트를 찾아가 그녀를 설득하려다 살인혐의로 붙잡혀 죽임 당하고 줄리에트와 그녀의 딸 알리사는 제롬의 죽음을 지켜보며 후에 자살한다. 남은 그녀의 자식들은 로베르가 거둔다.

- 빨간 글씨부분을 일기로 썼어요.




<제롬의 일기>

6월 26일

죽었다. 에두아르가 죽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죽였다. 내가.
그는 날 모른다. 알리사와 내가 신 안에서 얼마나 신성한 사랑을 이루려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신 앞에서 그는 우리의 사랑을 모욕하고 능멸한 죄 값을 톡톡히 치룰 것이라 생각해긴 했지만 그를 죽이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더더욱 그가 죽음을 갈망한 것도 아니었다. 빛나는 햇볕에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려던 내게 에두아르가 찾아왔다. 그는 내게 할 이야기가 있어보였으나 쉽게 꺼내지 못했다. 아마도 알리사에 대한 이야기려니. 그에게 알리사의 안부를 묻자 침묵만이 그와 나를 감쌌다. 오랜 침묵 끝에 꺼낸 그의 말을 들은 이후의 상황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이성이 존재하지 않은 그 순간의 내 몸뚱이는 내가 아니었다. 시야가 잡혔을 땐 그가 내 발밑에 머리를 조아리고 미동치 않았다. 그 상황이 놀랍지 않았다. 피 한 방울조차, 흔적을 남기지 않은 그에게 감사해야 할 지경이다.

사랑하는 알리사. 그녀는 내 것이며 그녀를 향한 한없는 내 갈망은 마치 지난날의 어린 내 순수함 같아서 주체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오! 감히 어찌 에두아르, 그처럼 보수적인 존재가 그토록 신성한 내 사랑과 그리움을 알아챌 수 있으랴! 지난 날 알리사는 내게 왜 자신이 두 번째 존재인가에 대해 물으며, 그녀는 또 나를 대부라 불렀다. 그러나 곧 미안하다고 정정하곤 제롬! 하는 그녀가 자책하는 얼굴을 보이자 난 웃음 지을 수밖에 없었다. 친절하게 나는 그녀에게 두 번째 존재에 대한 설명을 한다. 첫 번째 존재였던 알리사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알리사는, 줄리에트의 막내딸도 아닌 지난날 나와 열렬한 편지를 주고받던, 나를 사랑했던 알리사이다. 그녀가 내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홀로 죽음과 맞닥들이는 순간, 이미 그녀의 두 번째 존재는 정해진 것이다. 그녀는 나에 대한 사랑을 위해 이런 삶을 택한 것이다. 이 얼마나 고귀하고 사랑스런 생각인가! 처음엔 부인하던 알리사도 점점 이 사실을 숨김없이 받아들이는 듯하다. 우리의 행복! 그것은 너무나도 바래왔던 것(물론 첫 번째 존재 알리사도, 옛적과 지금의 나도, 두 번째 존재 알리사도!) 아니더냐.

낮에 죽은 에두아르의 시신을 줄리에트의 마당에 놓아둔 채 과수원을 지나왔다. 아마도 제 언니를 사랑하는 만큼이나 사랑하는 남편이 돌아오지 않음에 불안해하고 있을 그녀를 위한 나의 작은 배려였다. 울고 있을 줄리에트와 나의 그녀를 생각하니 내 마음이 찢길 듯이 아프다. 그러나 이것도 첫 번째 존재인 알리사와 그녀가 믿는 신성한 신의 의미를 담을 수 있는 일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평온한 마음으로 그녀를 생각할 수 있을 법 하다. 아! 사랑하는 알리사의 모습을 또 다시 내 눈 안에 담고 싶지만, 에두아르와 같이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줄리에트는 알리사와 나의 만남을 결코 승낙해주지 않을 요량인 듯하다. 안타깝게도 아직 언니를 그리는 마음이 그녀를 사로잡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딸을 그런 식으로 인정할 수 없을 테지. 이해할 수 있다. 나는 그녀를 이해하는데 그녀는 왜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지 나는 또 다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운 나의 알리사! 그녀는 나이고 나는 그녀인데 어떻게 우리가 서로의 자리를 홀연히 비울 수 있을터인가!

하지만 지금은 일단 내 몸을 모든 것에서, 세상에서 숨기는 것이 우선이다. 언제나 그녀를 사랑하는 것은, 사랑할 수 있는 것은, 나라는 것을 마음 깊이 새겨두며 행동해야 할 사람은 오로지 나 하나라는 사실을 머릿속에 기억해두어야 한다. 내가 잠시 알리사를 떠난 사이 부디 그녀의 슬픔이 크지 않기를! 또한 줄리에트가 에두아르의 죽음을 통해 신성한 나와 알리사의 관계를 깨닫게 되기를! 날이 답지 않게 차다. 내일은 줄리에트를 찾아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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