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의 나는 어떤 경제활동을 하고 있을까

의자에 앉아 지난날을 회상한다. 아직도 6살 겨울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와 그녀가 롱샷으로 보이고, 나는 무거운 이불 속에서 숨이 가빠오는 것을 느낀다. 다시 그 느낌이 떠오른다. 다시. 이윽고 18살의 11월이 떠오른다. 11월. 가을도 겨울도 아닌 날씨, 눈이 오지 않지만 몸은 너무 추운, 하지만 입을 옷 사기 애매한 그 날씨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몸도 마음도 지쳐 팅팅 불은 눈으로 길도 잘 모르는 거리를 걸어 집까지 간신히 간 그 날의 나와 지금의 나는 조금은 다르다. 다를까? 다르다는 생각보다, 무의식적으로 내가 '성장했다'고 생각하는 패턴이 웃기다.
엉덩이를 들썩거린다. 글이 안 써진다. 중고라서, 오래 써서 더 낡은 배터리 없는 노트북이 사정없이 꺼진다. 새로 살 돈은 없다. '죽돌'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대안학교를 나와 사회생활을 준비하던 나는, 어느덧 자본과의 타협을 허락하지 않고 숨는다. 돈을 그렇게 좋아하던 내가, 돈을 피한다. 수많은 아르바이트, 이제 30대를 받아줄 가게는 없다. 편의점에서 교통카드나 충전해주자니 얼마 남지도 않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예전엔 그랬지. 예전의 나는 여러 생각을 했지.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멍청이라고 생각했던 그 때가 차라리 그립다. 이제 나는 세상과의 타협도, 기피도 없는 백수일 뿐이다.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노트북을 닫는다. 어차피 꺼진 노트북, 쓰던 글이 날아가도 상관없다. 내 머릿속에 그 글들은 발걸음으로 돌아온다. 내 발걸음은 내 글과 같다. 쓰다 버린 시나리오가 쌓여있다. 휴지통엔 쌓여도, 쌓여도 숫자로만 남는다. 한 달에 80만원. 최저임금법이 없어졌다가 생겼다가, 결국 아직도 1년에 한 번씩 내려갔다 올라갔다 난리다. 내 일자리는 아르바이트도 직장도 아니다. 회사는 아니지만 파트타임은 아니다. 비정규직이지만 다른 직장에 비해 하는 일이 단순하다. 다른 사람이 하는 일에 참견하면 그만이다. 내가 하는 일을 참견할 권리는 주지 않는다. 내 일이 참견이니까. 그 누구도 내가 시나리오 작가를 품에 안고 있다는 걸 모른다. 나도 알리지 않는다.
시간 내리 노트북과 경쟁하고 집에 간다. 어차피 일주일에 세 번 쉬기 때문에, 휴일에 나와서 밀린 일을 하면 그 뒤엔 일을 나오지 않아도 된다. 일자리 창출에 기를 쓰던 정부가, 결국 직업과 알바의 중간에서 타협을 시도했다.
이제 경기도까지 모두 서울과 지하철을 통합했다. 두 시간 출근은 예삿일이다. 아직도 출근길엔 지하철이 바글거린다. 월세 20, 보증금 500. 방 한 칸, 부엌, 세탁기 때문에 꽉 찬 화장실. 쪼그려서 샤워하는 것이 차라리 즐겁다. 다행히 지금의 나는 7살의 내가 아니다. 머리도 내가 묶고, 돈도 내가 번다. 언젠가 88만원세대를 한창 이야기하던 때가 떠오른다. 나는 지금 80만원을 받지만 재미있게 산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먹고 살진 않는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먹고 산다. 하고 싶은 일은 늘 바뀐다. 그 일을 아직도 찾지 못했다. 길찾기라는 건 평생 해야 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눈을 감는다. 2시간을 뒤척이다 잠이 든다. 다시 6살의 겨울과 18살의 11월을 떠올리며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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