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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하자 인문학 5 : 애전별친愛錢別親글 수 387
09.04.17 허물어진 터전에서 뛰쳐나온 나의 경제활동은?
벤치에 앉아 고민한다. 아르바이트를 구하기엔 부모님 동의서가 없고, 핸드폰은 요금을 낼 능력이 안 돼 내 신분을 보여줄 수 있는 건 고작 '주민등록증' 뿐이다. 길을 걷는다. 아르바이트를 구하러 들어가지만, 신분증만으로는 나의 존재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세상에, 핸드폰도 없어?', '이미 다 구했어요' 차가운 시선에 등을 돌리고 다시 벤치에 앉는다. 조금 춥다. 다행히 옷은 껴입고 있다. 사람들이 지나간다. 혼자 처량하게 앉아있는 내 모습이 불쌍해 누군가를 기다리는 척 시계 없는 속목만 내리 바라본다. 저녁이다. 배가 고프다. 얻어먹을 수는 없다. 부랴부랴 이곳저곳 다 알아본다. 나는 왜 이렇게 됐을까? 왜 이렇게 됐을까. 학교도, 가족도, 친구도 모두 스트레스다. 공부 하라고 시키는, 아무튼 이것저것 내 머리에 글을 업로드 시키는 학교가 부담스럽고 밉다. 가족이라는 이름 하나로 내게 많은 걸 강요하는, 기대하는 가족이 밉다. 허물없는 게 친구라고 한 사람 민망하게 허물 잔뜩 쌓인 가식적인 친구관계도 어렵고 싫다. 도망치고 싶다. 도망치고 싶다. 밤의 거리를 걷는다. 술에 취해 제 몸도 제대로 못 가누고 전봇대에 속에 있는 걸 뱉는 사람들, 성인 피시방에서 나와 배를 잔뜩 긁는 남자, 집에 가기 싫어 친구를 붙잡고 늘어지는 학생, 잠깐 슈퍼 들르는 티가 나는 츄리닝 여자들. 나 혼자 덩그러니 놓여진다. 일단 인적이 드문 골목에 골목으로 들어가 깨끗한 빌딩 계단을 찾는다. 구석에 있는 빌딩이 깨끗할 리가 있나. 모두 더럽다. 그 와중에 '아르바이트 구함'이라고 적힌 고시원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들어가 최대한 착한 척, 급하지 않은 척 없는 요령 피워가며 살살 아부를 떤다. 받아준다. 아침, 점심, 저녁 식대는 모두 알바비에서 제하고, 다른 알바와 교대로 자리를 지킨다. 신분증을 제시하고 핸드폰이 없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집이 어렵다고 둘러댄다. 믿는다. 내일부터 나오라고 한다. 이제 어딜 가지? 걸어서 걸어서 편의점에 들어간다. 물품 꺼내러 간 아르바이트 몰래 칼로리 바란스를 훔친다. 재빨리 뛰어나와 고시원 빌딩으로 숨는다. 꺼내먹고 운다. 절대로 몸은 팔지 않겠다. 절대로. 나를 버리지 않겠다. 혼자 곱씹으며 잠이 든다. 일어나자마자 머리부터 정돈하고 침 자국을 닦고 고시원에 올라간다. 주린 배를 간신히 꾸욱 누르며 인사를 한다. 다시 신분증을 제시한다. 갓 나온 따끈따끈한 신분증 속의 나는 노련하게 앉아 멍한 표정으로 렌즈를 바라보고 있다. 911222-20***** 19살의 여자지만, 나는 '운수 좋게도' 고시원에 자리를 구했다. 앞으로 잘리기 전까지 재수 준비를 하는 척할 것이다. 그리고 핸드폰부터 장만할 것이다. 나는 이제 성인도 청소년도 아닌 고시원 알바생이다. 돈에서 도망치고 싶다. 도망치고 싶다. <정의> 돈: (단위)노동력, 혹은 노동력으로 빚어진 재화나 용역을 거래하기 위한 만질 수 없는 가치의 물질화. 단위 경제활동: 거래. 돈이나 노동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다른 가치와 바꾸는 행위 혹은 활동. 짧지만, ^^;� ![]()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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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에 나온 돈처럼, 갖고 싶은 마음은 하늘을 찌르지만 가지려고 하는 욕망에서 비롯되는 하나하나의 사건은 지독하리만큼 잔인하다. 돈에 죽고 돈에 사는 건 이제 사람들이 인정한 일이다. 영화, 드라마, 노래, 소설, 시 등의 작품에서 돈을 다루지 않은 것은 없다. 돈을 비판하지만 자신도 그 비판으로 돈을 벌게 되는 이 사회가 나는 원망스럽다. 하지만 내가 내린 정의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물질로 만든 다위가 바로 돈이다. 한 마디로 돈이 나쁜 게 아니라 내가 너무 큰 대가를 바라는 것이 옳다. 돈이 많으면 하고 싶은 일은 다 할 수 있고, 사고 싶은 것도 다 살 수 있다.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돈을 찾는 것이다. 나는 갖고 싶은 게 많은 10대 여자다. 돈에 죽고 돈에 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돈이라는 건 기준치를 넘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