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는 집도 잃고 부모도 잃은 채 유령처럼 홍대 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당장 먹고 잘 곳이 필요했기 때문에 돈을 벌 궁리부터 했다. 밤을 지낼 곳이 없으니 되도록이면 새벽까지 할 수 있는 알바. 피시방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홍대부터 합정 까지 보이는 대로 들어 가봤다. 학교 가야될 필요 없는 10대를 받아주는 곳은 의외로 많았다. 10대인 걸 아니까 더 부려먹을련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급한 마음에 감사하다는 말부터 나왔다. 그렇게 해서 나의 피시방 알바가 시작됐다. 작은 피시방이라서 그런지 평일 알바생은 나밖에 없다. 이전까진 사장님이 동생분과 함께 번갈아가며 가게를 봐왔다고 했다. 나에게는 큰 행운이었다. 다른 알바생이 없어서 풀타임으로 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시급은 원래 4000원이지만 당분간 내가 돈이 궁하다고 하니까 3500원으로 계산해서 일당으로 받기로 했다. 처음 일주일은 새벽에 손님이 거의 없을 때 잠깐씩 졸면서, 따로 잠을 자지 않고 보냈다. 주말에는 평일에 번 돈으로 찜찔방에 가서 이틀을 푹 쉰다.

하루에 내가 버는 돈은 7만원이다. 24시간이지만 쫀쫀한 사장님은 피시방 알바가 앉아있기만 더하냐고, 4시간 정도는 졸면서 보내지 않냐며 깎아버렸다. 손님을 맞고, 계산을 하고, 재떨이 비우고, 게임 설치하고, 컴퓨터에 문제 생기면 어느 정도 해결해보고... 밤 12시, 아침 9시에는 청소 하고. 나는 이런 일들을 한다. 나머지 시간은 카운터에 앉아서 자리를 지킨다. 컴퓨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환경 탓에 지금은 이리저리 정보를 모으고 있다. 지금은 인터넷 번역 사이트에서 알바 자리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인터넷에서 찾는 알바는 오히려 나이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기술이 있고 마감 기한만 정확히 맞출 수 있다면 어떤 일이든 가능하다. 일도 다양하다. 파워포인트 만드는 것에서 영상 편집, DVD 만들기, 워크시트 만들기, 엑셀까지. 피시방에서 일을 하면서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나에게는 이보다 좋은 돈벌이가 없다. 집이 없는 불편함중에 가장 힘든 것은 짐을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이다. 빨래를 마땅히 할 곳도 없고, 귀중품을 안전하게 보관할 장소도 없다. 지금은 임시로 지하철역에 있는 라커를 사용하거나, 피시방 카운터 밑 선반을 쓰고 있다. 지금 10일을 일해서 70만원을 벌었다. 번 돈 중에 5만원을 썼다. 식비, 찜질방비 그리고 빨래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살 수 밖에 없었던 옷 몇 벌. 남은 돈으로 내일 고시원에 들어갈 것이다. 고시원에 들어가고 난 뒤에는 20시간 일하는 짓은 그만 둘 것이다. 아침 8시 부터 밤 8시까지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지금 이 알바의 연속뿐인 삶을 벗어나는 방법을 연구해 볼 것이다. 희망이 있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단순 아르바이트 말고 또 뭐가 있을까. 지금은 인터넷 쪽을 생각해보고 있다. 사이버 머니는 현실 공간의 돈에 비해 액수를 많이 쳐주기 때문에 일을 벌이기 더 쉬울 지도 모른다.

경제활동은 나의 삶을 꾸려나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 이후 나의 학습을 이어가는 것에서도 돈이 필요하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갖춰야 할 기본적인 것의 가장 기본도 돈이다. 돈이 원래 사람을 나태하고 이기적이게 만드는 건 아닌 것 같다. 돈을 하나의 물질로 생각해서 욕심나고, 당장 내손에 지폐가 수북해서 행복한 것은 사실 허구적이다. 돈은 그 자체로는 종이 이상의 것이 못 된다. 돈으로 무엇을 교환할 것인지 그 교환의 대상이 나에게 필요한 것이고, 때론 행복을 주는 것이 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세상에는 돈으로는 교환할 수 없는 가치들도 있다는 것을 안다.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