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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하자 인문학 5 : 애전별친愛錢別親글 수 387
진혼곡(鎭魂曲) - 클라라 베스트호프1)에게 바칩니다 1) 1900년 11월 20일에 릴케는 아내 클라라 베스트호프가 사랑했던 여자 친구 그레텔 코트마이어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한다. 클라라의 친구 그레텔은 남국에서 죽었다. 이 시는 클라라의 시각에서, 즉 그녀를 시적 화자로 하여 씌어졌다. 한 시간 전에 이 세상에 사물 하나가 더 생겨났다. 꽃다발 하나가 탄생한 것이다. 조금전만 해도 엉크러진 나뭇잎이던 그것을 내가 엮었다. 그런데 이제 이 담쟁이 덩굴은 이상하리만큼 무겁고, 나의 사물들이 맞이할 미래의 밤들을 모두 마셔버린 듯 그토록 어둠으로 가득 차 있다. 덩굴들이 둥근 테를 따라 마무리되고 나면, 무엇이 될까 전혀 모르는 채 만든 이 꽃다발과 더불어 이제 혼자 오늘 밤을 맞으려 하니 두려움이 앞선다. 그러나 내가 확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 무엇을 만들어내는 일이 너무나 힘들다는 것뿐. 그 언제나 내가 한 번 보았음에 틀림없는 놀라운 사물들이 자리한, 한 번도 들어가 본 적 없는 생각들 속으로 들어가 그 얼마나 헤매였던가… …뛰놀던 아이들이 잡아뜯은 꽃들이 강물을 따라 흘러간다. 풀려진 손가락들 사이로 한 송이 한 송이 떨어졌다. 마침내 꽃다발의 형체를 몰라볼 정도가 될 때까지 떨어졌다. 그들이 집으로 가져간 나머지가 모두들 잔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한 사람이 남아 꺾여진 꽃송이들을 위해 한밤 내내 울 수 있었다. 그레텔아, 너는 태어날 때부터 그처럼 일찍 죽을 운명이었다, 금발머리로 죽을 운명이었다, 태어날 운명이 정해지기 이미 오래 전에. 그리하여 주께서는 네 앞에 언니 하나와 그 다음에는 오빠 하나를 보내셨다. 이는 네 앞에 가깝고, 깨끗한 두 사람을 두어 네게 죽음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네 것을, 네 죽음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 너의 형제들은 일부러 보내진 것이다, 단지 네가 죽음에 익숙해지고, 또 두 번의 죽음의 자리를 보면서, 수천년 전부터 너를 위협해온 세 번째의 죽음의 시간과 네가 화해토록 하기 위함이었다. 너의 죽음을 위해서 생명들은 생겨난 것이다. 꽃송이들을 묶던 손들, 장미는 붉게 사람들은 힘차게 느꼈던 시선들, 이것들을 사람들은 만들었다가 다시 없애고, 두 번씩이나 죽음을 지었다, 죽음이 네 자신을 향해서 불꺼진 무대에서 걸어나오기 전까지. … 사랑하는 동무야, 죽음은 네게 무섭게 다가갔느냐? 죽음이 너의 적이었느냐? 너는 가슴으로 죽음을 쓸어안고 울었느냐? 죽음이 너를 따듯한 베개에서 온집안 누구도 잠자지 않는 깜박이는 밤 속으로 잡아끌었느냐……? 죽음의 모습은 어떠했느냐? 너는 그것을 알아야 한다… 그것을 위해 너는 고향으로 갔다. ……………………………… 너는 편도들이 꽃피는 모양과 푸른 바다의 모습을 알고 있다. 첫사랑을 경험한 여인의 감정 속에만 깃들어 있는 많은 사물들을 너는 알고 있다. 남국의 늦게 밝아오는 나날들 속에서 자연은 너에게 끝없는 아름다움을 속삭였다, 둘이서 함께 하나의 세계와 하나의 목소리를 지닌 복된 사람들을 향해 복받은 입술들만이 말할 수 있는 그 아름다움을. 참으로 살며시 너는 그 모든 것을 느꼈다, (오 그런데 그 얼마나 한없이 섬뜩한 것이 너의 끝없는 겸손에 손을 댔는가). 남국에서 온 너의 편지들은 남국의 햇빛을 쬐어 따뜻했지만, 쓸쓸해보였다, 마침내 너는 몸소 너의 지치고 애원하는 편지들의 뒤를 이어 이리로 날아왔다. 너는 반짝이는 빛 속에 있는 것이 싫었던 것이다. 모든 빛깔들은 네 어깨 위에 마치 죄처럼 놓여 있었고, 너는 초조함에 어쩔줄 모르고 살았다.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너는 알고 있었던 까닭이다. 삶이란 단지 일부에 불과할 뿐이다……무엇의? 삶이란 단지 음(음)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 무엇 속의? 삶이란 점점 커가는 공간의 많은 순환들과 연결될 때에만 의미를 지닌다. 삶이란 꿈 속의 꿈일 뿐이다, 깨어 있음은 다른 어느 곳에 있다. 그러기에 너는 삶을 풀어주었다, 위대하게 삶을 풀어주었다. 우리는 어린 너의 모습을 알고 있다. 네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조그만 미소 하나와, 작고 언제나 우수어린 분위기에 젖은 참으로 부드러운 머리카락과, 네 언니가 죽은 후 좀 넓어진 조그만 방 하나가 전부였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다른 모든 것은 겉에 걸친 너의 옷에 지나지 않았던 것 같다, 말 없는 동무야. 그러나 네가 가진 본질은 매우 다채로웠다. 저녁 때 네가 방으로 들어오면, 우리는 그것을 가끔씩 느끼고 있었다. 또한 우리는 가끔씩 알고 있었다, 이제 기도해야 한다는 것을. 뭇사람들이 방으로 들어왔다, 네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왔다, 네가 그 길을 알고 있는 까닭이다. 그리고 너는 그 길을 알아야 했고, 그 길을 어제 알게 되었다… 자매들 중 가장 어린 나이로. 여기를 보라, 이 꽃다발은 그렇게도 무겁다. 사람들은 꽃다발을 네 몸 위에 얹어놓을 것이다, 이 무거운 꽃다발을. 네 관이 그것을 견뎌낼까? 그 검은 무게를 못이겨 관이 부숴진다면, 네 옷의 주름 속으로 담쟁이 덩굴들은 기어들리라. 담쟁이 덩굴은 높이 올라가기도 하며, 네 몸 주의를 빙둘러싸기도 하고, 그리고 그 덩굴 속에서 움직이는 수액은 쏴하는 소리로 너를 불안케 할지도 모른다. 그리도 순결한 너이기에. 그러나 너는 더 이상 닫혀져 있지 않다. 너는 퍼진 모습으로 부드럽게 풀려 있다. 너의 몸의 문들은 반쯤 열려 있고, 축축한 담쟁이 덩굴이 그 속으로 들어갔다…… ……………………………… 덩굴들은 검은 줄을 잡고 간신히 앞으로 나아가는 늘어선 수녀들과 같다, 네 몸 속이 어두운 까닭이다, 너 샘이여. 너의 핏줄의 텅빈 복도를 따라 그들은 너의 심장을 향해 몰려간다. 그곳은 예전엔 너의 부드러운 고통들이 창백한 기쁨, 추억들과 만나던 곳, 그들은 마치 기도하듯 심장 속으로 거닌다, 이제 고동소리도 멎어 모든 것에 문을 열어놓은 어두운 심장 속으로. 그러나 이 꽃다발은 빛 속에서만, 여기 내 곁에 살아 있는 사람들 속에서만 무겁다. 그리고 내가 꽃다발을 너에게 놓기만 하면 그 무게는 더 이상 없다. 대지는 균형으로 가득 차 있다, 너의 대지는. 꽃다발은 꽃다발에 매달린 나의 눈길로 무겁고, 꽃다발을 만들기 위해 내딛은 나의 발걸음으로 무겁다. 꽃다발을 본 모든 이들의 불안이 그 꽃다발에 달라붙어 있다. 꽃다발을 받아라, 마무리된 뒤부터 그것은 네 것이니까. 그것을 내게서 가져가라. 나를 혼자 두어라! 꽃다발은 손님과 같다… 나는 그 꽃다발에 부끄러움 같은 것을 느낀다. 너도 두려움을 느끼는가, 나의 친구여? 너는 더 이상 걸을 수 없지? 너는 더 이상 나의 방에 함께 서 있을 수 없지? 너는 발이 아프지? 그러면 모두 함께 있는 그곳에 머물러 있어라, 나웃잎 다 떨어진 가로수길을 딸라 내일 꽃다발을 네게 가져다줄 테니, 나의 아이야. 그 꽃다발을 네게 갖다줄게, 안심하고 기다려라, 사람들은 내일이면 네게 더 많이 갖다주리라. 내일 주위가 시끄럽고 혼란스럽다 해도, 그로 인해 꽃들이 상처를 입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꽃들을 네게 갖다주리라, 너는 그것들을 확실히 받을 권리가 있다, 얘야, 내일이 되어 그 꽃들이 검고 좋지 않게 이미 시들어 있을지라도 그렇다고 해서 두려워 하지는 말아라, 너는 무엇이 올라가고 또 무엇이 떨어지는지 더 이상 구별할 수가 없을 테니까. 네게 색깔들은 닫혀 있고, 소리들은 텅 비어 있고, 또 너는 너에게 꽃을 갖다주는 사람들이 모두 누구인지 전혀 모를 테니까, 이제 너는 우리가 어둠 속에서 붙잡기 무섭게 우리를 뿌리치는 다른 존재를 안다. 네가 동경했던 것에서 이제 너는 지금 네가 지니고 있는 것으로 구원되었다. 우리들 사이에서 너는 작은 모습이었지만, 이제 너는 바람과, 나뭇잎들 스치는 목소리를 지닌 다 자란 숲인지도 모른다. 동무여, 내 말을 믿으라, 네게는 아무 폭력도 일어나지 않을테니: 너의 삶이 시작되었을 때, 너의 죽음은 이미 늙어 있었다. 그래서 죽음은 삶을 습격하고, 삶은 죽음을 견뎌내지 못한 것이다. ……………………………… 내 주위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는가? 밤바람이 들어왔는가? 나는 떨지 않았다. 나는 혼자서도 강하다. 오늘 내가 무엇을 만들었나? …… 저녁에 담쟁이 덩굴을 가져다가 그것을 엮었다, 그것이 완전히 말을 들을 때까지 구부려서 한데 합쳤다. 아직도 그것은 검은 광채를 발하고 있다. 그리고 나의 힘은 꽃다발 속에 맴돌고 있다. 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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