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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하자 인문학 5 : 애전별친愛錢別親글 수 387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나를 둘러싸던 가족도, 내가 누웠던 침대도 내 손에 쥐어졌던 내 보물도. 놀이터에서 아주 멍하니 있었다. 놀이터의 하얀 가로등마저 원망스럽고 불이 꺼진 아파트도 원망스럽다. 놀이기구에서 어린아이들이 놀던 소리와 그것들을 보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었던 그 기억이 이곳에 남아있는 듯 하다. 바닥을 쳐다보다 100원을 주었다. 그리곤 조금 돌아 하수구 옆에 끼어있던 100원을 또 줍고 오락실로 찾아갔다. 눈치를 보다가 펌프기계와 노래방기계에 들어가 600원이나 주었다. 나에게 800원이 생겼다. 당장 슈퍼로 가서 라이터를 샀다. 그리곤, 나 조차도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게 담배꽁초를 주으러 돌아다녔다. 밤이 춥다. 지하철로 갈까 했지만, 막차 시간이 지나면 나는 갈 곳이 급 사라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다시 놀이터로 가서 화장실에 들어갔다. 아침이 밝았다. 아주머니께서 화장실을 청소하시며 부스럭 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아이들은 학교로 향해가며 교복입은 학생 몇이 들어와 담배를 피더라. 조급한 마음에 '저기, 담배 하나만 빌릴 수 있을까요?' 했더니 저희도 없다면서 나갔다. 나는 그들이 나가면서 나즈막히 뱉은 '헐..'을 들었다. 다시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내 손에 잡힌 라이터가 조금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계속해서 길바닥을 보면서 담배를 찾고 내 주머니에는 꽁초의 퀘퀘한 냄세가 베어들었다. 다행히도 아침에 잠을 자고 있던 취객의 주머니를 뒤지니 5000원이 있었다. 추레하지만 홍대에 가 담배를 사고(내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문래로 향했다. 지난 번 갔을 때완 달리 얼마나 눈치를 보면서 에이스 빌딩에 들어갔던지, 옥상에 들어가자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사실 누가 들어올까봐 아주 높은 곳으로 올라간 탓도 있었다. 떨리는 다리로 옥상 난간 밖에 앉아서 하늘을 쳐다봤다. "빌어먹을 온난화같으니" 라고 말하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주머니에 있는 담배꽁초를 다 버려버렸다. 담배가 반정도 타들어가고 나는 그 담배를 쳐다보다가 떨어지기로 결심했다. 계속해서 피우다가 어느새 필터까지 타들어가자 담배를 버리려고 마음먹었다. 담배를 던지려고 한 손을 뻗고 한 손으론 난간을 잡았다. 담배를 던졌다. 나도 몸을 움직였다. 한순간 내 눈앞에 그 아래에 있는 도로와 사람들과 건물이 너무 크게 보였다. 난간을 잡고있었다. 손에 땀이 번져 미끌 하자, 나도 모르게 재빠르게 한 손으로 난간을 잡았다. 사람들이 들어오는 듯한 소리에 내 귀가 뒤로 움직이는 것을 느끼면서 재빠르게 내려갔다. 그리고 구석으로 숨어들었다. 입을 틀어막았다. 내 목구멍을 아주 단단한것이 막고 있는듯한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엄밀히 말하면 아저씨들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스포츠얘기를 하며 껄껄되다가 그들이 가지고 있던 커피잔을 버리고 내려갔다. 나는 한참 뒤 조심스래 그들이 있던 곳으로 가 커피잔을 찾아보았다. 다행히 한 명은 그 자리에 내려놓고 갔다. 그 날 처음으로 자판기 커피가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터벅터벅 지하철로 향하고 털썩하니 주저앉고 멍하게 앉아있다가 증산에서 내렸다. 나의 집이었던 곳에 있는 지하 주차장으로 가 엉엉 울었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 동네를 터덜터덜 걸어다니다가 할머니가 살고 있던 곳으로 갔다. 아무데나 주저앉아 멍 때리고 있는데, 아는 아줌마 '들'과 마주쳤다. 아줌마들은 나를 데리고 그들의 집으로 갔다. 나는 정말 2일만에 밥다운 밥을 먹고 물다운 물을 마시고 화장실다운 화장실에서 정말 편한 마음으로 있다가,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 아주 다행이도. 나는 일자리를 가지게 되었다. 사실 내가 가지고 있는 어떤 능력을 살릴 수 있는 것도 내가 지금 머무르는 이 집에서 당장 나가거나 식수나 전기세를 낼 수는 없지만, 다만 돈을 벌고 있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아주머니들은 마침 김치를 만드시겠다며 '계'를 꾸렸고, 나는 돈은 많이 받지 않지만, 젊다는 것을 이용해 짐을 옮기거나 배달에 따라가는 둥 몸을 쓰기 시작했다. 언젠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사용할 수 있을까? 아르바이트도 있지만, 보호자 없는 상황에서 게다가 18살이라는 것은 나에게 너무 큰 '벽'을 만들고, 당장은 그 벽은 무너지지 않을 것 같다. 언제까지 여기 있을 수는 없다. 없을 것 같고, 안될 것 같고. 집을 찾아야하는데 부동산은 막막하기만 하다. 여기는 재개발이 되기까지한다. 당장 20살이 되어 혼자 살게되는 것. 사실 도서관 카드가 있어서 매일매일 13시간 있을 곳이 있긴 하지만 나는 그 후에 갈곳이 필요하다. 아직 추후에 일이라 생각하기 싫다. 아니, 싫은게 아니라 무서워, 내가 가만히 앉아있어도 괜찮은. 비만 들어오지 않으면 좋을 곳이 필요하다. 담배도 필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고, 담배 냄세에 신경쓰느라 아저씨 방에 들어가지 않아도 될 상황이 생겼으면 좋겠다. 아직 너무 먼 미랠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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