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게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아니 알기 싫다. 하지만 모르고서는 나의 처지를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아 아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해 보았다. 아빠가 보증을 서 주시다가 집안이 망했다고, 불쌍하다는 소리가 나의 귓가에 맴돈다. 한참 동안 원래 우리 집이었던 곳에 서서 생각해 봤다. 나는 어떻해야하지? 가족은 어디로 갔을까? 이제 혼자인건가? 나는 혼자이고, 가족은 어딘가로 도망갔다. 나는 이제 혼자서 돈을 벌고, 밥을 먹으며 옷을 구해야한다.

3일 후 나는 더 이상 몇칠 전만해도 내가 밥을 먹고, 옷을 입고, 화장실을 가고, 잠을 자던 곳을 떠났다. 길을 걸으며 이렇게 쓸쓸한 기분을 느낀적이 또 언제였지? 라는 생각을 해봤지만 부질없다. 지금과 그 때는 다르니까... 처음 길을 걸으며 내가 느꼈던 것은 쓸쓸함 그 뒤에는 막연함이 찾아왔다.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할까? 내 주머니에는 단돈 500원 요즘 같은 시대에는 빵 하나 사기도 힘든 돈이다.
별 수 없이 나는 근처에 살던 사촌누나집에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아무도 없다. 아 누나와 매형 그리고 조카는 여행을 떠난다고, 했었다. 하하.... 사촌 누나도 없구나 좌절감이 내 머리속을 지배한다. 움직이기도 싫지만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내가 자주 가던 책방에 찾아갔다. 아.. 마침 아줌마가 계셨다. 아줌마는 우리집의 사정을 알고계신 것 같다. 그런 아줌마에게 몇 칠만이라도 좋으니 아르바이트를 하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아줌마는 난감한 기색을 보이더니 4일이라는 시간을 허락하셨다. 후... 이제서야 나는 안도감이 들었다. 점심은 챙겨먹을 수 있을테고, 돈은 약간이지만 모일테니까... 책방 아르바이트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루종일 책을 반납하고, 대여해주며 신간이 들어오면 컴퓨터에 입력하고, 청소와 책을 다시 제 자리에 꽂아놓는 일까지 피곤했다.. 드디어 책방에서의 하루가 끝났다. 나는 잠을 어디서 자야될지 고민하다가 '이 것도 책방 아주머니에게 부탁해볼까?'라는생각을 하였지만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미안했다. 이런 나를 써주는 것만 해도 고마운 것인데 여기서 더 부탁을 하다니 염치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곳을 생각하던 나는 결국 몇 달전 새로생긴 공원으로 향해 벤치위에 누워 잠을 잤다.
갑자기 누군가 나를 깨운다. 이런 좀 논다는 애들이 몰려와 있다. '왜 꺠웠죠?' 라고 물으니 돈 좀 있냐? 라고 묻는다. 있을리가 없다. 책방 아주머니가 시급은 4일 후에 한번에 주신다고 하였고,  애초에 나는 500원 이외에는 돈이 없었지만 그 500원 마저 이미 우유를 사먹는데 썼기 떄문이다.
결국 나는 돈이 없다고 말하였다. 하지만 그 애들은 순순히 믿지 않고, 나를 위협한다. 여기서 싸우면 나만 손해다. 가뜩이나 피곤하고, 배고픈데 다수대 1로 싸우라니.. 라는 생각을 한 나는 뒤를 돌아 바로 달렸다. 몇 명이 쫓아온다. 잡히면 다구리 맞을 것 같아 나는 도망갔다. 10분 정도가 흘렀을까? 더 이상 쫓아오는 애들은 없다. 에휴... 결국 나는 성원아파트 놀이터에가 벤치에서 잠을 잤다.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11시 이런.. 당환한 나는 서둘러서 책방에 갔다. 다행이도 아줌마는 안계시지만 신간을 배달해오신 아저씨가 보인다. 제길...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문을 열어 서둘러 영업준비를 맞추고, 전 날과 같이 일에 휩싸여 피곤에 절었다.
4일 동안 나는 같은 일만을 하였다.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니 하고싶지 않았던 것 같다.  책방 아줌마는 다행스럽게도 나에게 9000천원이라는 돈을 주셨다. 후... 이 것을 어떻게 써야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시골을 찾아가자'라는 생각이 들며 나는 얼릉 핸드폰을 열어 밧데리가 간당간당 한 것을 발견하고는 서둘러 막내삼촌의 전화번호를 외웠다. 그러자 2초 정도 후에 핸드폰이 저절로 꺼진다. 이제는 핸드폰도 이용할 수 없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나는 공중전화를 찾아 동네를 돌아다녔다. '아.. 겨우 찾았네' 공중전화는 프라자 아파트 근처에 2대가 있었다. 난 공중전화에 아까 받은 9000원 중 혹시 몰라서 바꿔놨던 동전을 꺼내어 막내삼촌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르르.... 뚜르르르르..  딸칵 '여보세요?' !! 삼촌이 전화를 받으셨다. 솔직히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지금은 오전 삼촌은 주무시고 계실 시간이다. 삼촌의 가게가 호프집이기에...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전화를 받으신 삼촌은 나를 반겨주셨다. 삼촌은 나를 걱정해 주시면서 시골로 오라고 하셨다. 다행이다 혹시 삼촌이 걱정만하고 전화를 끊진 않을지 걱정했는데 말이다.
나는 바로 실천에 옳겼다. 평소 시골에 가려고 할 때마다 버스를 타던 장소로 나가 버스시간을 확인해보니 1시간 후에 한 대가 온다고 되어있었다. 나는 표를 사고 1시간 동안 안절부절하며 버스가 오기를 기다렸다.
시골에 내려왔다. 할아버지와 작은아빠,작은엄마,사촌동생 그리고 막내삼촌이 나를 반겼다.  그 후 몇 칠 동안 나는 할아버지 댁에서 머물며 시간을 보냈다. 집이 망한 후로 이렇게 행복했던 떄는 시급을 받았을 때 말고는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나를 반겨줬던 분들에게 죄송스런 마음이 들기 시작했고, 작은 아빠에게 가게를 도와드리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작은아빠는 흔쾌히 허락하셨고, 나는 이틀에 1번꼴로 작은아빠네 가게에서 고기, 밥 그리고 반찬들을 나룬 뒤에 남는 시간에는 설거지를 하며 일을 도와드렸다. 작은아빠는 내가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면서 일을 끝낼 때마다 만원 이라는 돈을 나에게 주셨다. 나는 생각했다. 돈을 벌기가 이렇게 힘들다니.. 하지만 난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언제까지 여기서 이러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난 막내삼촌을 찾아갔다. 이틀에 한 번씩 작은아빠네 가게에서 일을 도와드리고 있으니 막내삼촌가게에서도 일해 보려는 생각때문이다. 막내삼촌은 처음엔 당황해하시며 안된다고, 하시더니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도움만 받으며 살 순 없다는 말을 하자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을 내보이시며 허락 해 주셨다. 삼촌은 나에게 작은아빠보다 더 적은 돈을 주셨다. 하지만 삼촌은 나에게 중간중간 요리를 가르쳐 주셨다. 막내삼촌은 요리사 자격증을 가지고 계신만큼 나에게는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몇달이 지났다. 나도 이제 돈을 약간이지만 모았고, 생활도 조금씩 안정되었다. 그러자 어느날 어른들이 모이시더니 나엑 학교는 어떻하냐고 물으셨다. '학교라...' 지금까지는 학교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럴 여유가 없었기 떄문이다. 하지만 어른들이 학교 얘기를 하시자 다시 다니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였다. 나는 휴무토요일날 내가 다니던 하자학교를 찾아왔다. 지금 현제 삶의 여유가 그렇게 크진 않지만 학교는 다녀야겠다는 생각에 청량리까지 버스를, 영등포까지 전철을 타고와 찾아온 것이다.
하자는 휴무토요일이라도 쉬지 않는다. 다행이도 예전 친구들과 판돌들이 계셨다. 나는 판돌들고 상담하기 시작했다. 다니고 싶다고, 나는 말했다. 판돌들은 조금 난감한 기색을 보이시더니 휴학하는게 어떻냐고 물으셨다. 휴학을 하면 나는 언제 다시 여길 찾아올지 모른다. 당장 내일부터라도 다녀야겠다는 생각에 계속해서 그냥 다닐 것이라고 말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하자에 다니는 것이 확정되었고, 나는 무브가 저번 방학때 운영지원부에서 일을 했던 것을 기억하곤 운영지원부를 찾아가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학비를 벌기 위해서다.  하지만 현제 운영지원부에서는 일을 할 사람을 구하고 있지 않았고, 다음에 하기로 기약한 채 할아버지댁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부터 내 생활에는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아침에 학교에 가는 것이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학교에가고, 저녘에는 가게들을 도와드렸다.
이제서야 뭔가 편안해진다. 좀 더 힘들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인게 어떠냐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조금씩 받은 돈으로 저축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