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쓰다보니 이렇게 길어질 수가.. 다음부턴 좀 요약하고 요점을 골라서 쓸게요..

 나에게 있어 돈이란? 물물교환을 편하게 해주려고 생겨난 것. 현재는 내가 취미/여가 생활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 어쩔 떄는 안타깝게도 물건의 가치를 결정지어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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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의 말인데도 유난히 춥다. 난 맨몸에 옷을 걸친 채로 거리를 걷고 있다.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내가 왜 혼자가 된 걸까?
생각할 게 너무 많지만 가장 궁금한 질문은 대답을 찾지 못했다. 뱃속의 거지가 밥을 달라고 아우성친다. 나는 양손으로 내 뺨을 때렸다. 무지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나왔지만 정신이 들었다. 지금은 당장 어떻게 지낼지가 중요했다.
'가만있어 보자..벌써 저녁인데, 어디서 자야하나? 내일부터는 어떻게 지내야 하나?'
문득, 중학교 때 봤던 책들 중 동생과 함께 집을 가출한 여자아이가 주인공인 책이 떠올랐다. 둘이서 백화점에 들어가 화장실에 숨어있다가 밤에 나와 침대 위에서 잠을 잤었는데...
'가능할까?'
뭣도 가릴 게 없는 신세라서 난 내가 그나마 자주 가던 백화점을 떠올렸다. 우리 집에서부터 전철 세 정거장이었는데.. 난 거리를 둘러보았다.
'모란?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그냥 걸었을 뿐인데..'
생각해보니 우리 집에서 그렇게 멀지도 않았다. 난 야탑을 향해 걸었다. 버스를 탈 돈은 없으니, 오래 걸려도 걸을 수밖에 없었다. 춥고 어두워질수록 알 수 없는 불안과 슬픔이 마음속에 찼다. 나는 큰 길을 따라 걸었다. 시간이 지나도 도로에는 차가 다녔다. 그 점에서 작은 안심을 하며 표지판 대로 걸었다.
 갈수록 어두워지는데 화려한 빛으로 반짝이는 간판들이 보인다. 그리고 내가 종종 찾아갔던 CGV와 뉴코O 백화점이 보인다. 그안으로 들어가자 모든 코너가 슬슬 정리하려고 하고 있었다. 다행인 건 사람이 꽤 많다는 것일까. 난 나도 물건을 보러 온 것처럼 행동하며 가구가 있는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 화장실로 향했다.
 문을 잠그고 변기 위에 앉았다. 나는 깊이 심호흡을 몇 번 했다.
앞으로 어떡하지?
그 책을 끝까지 읽은 것이 아니기에 난 그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백화점에서 몰래 살았는지 알 수 없었다. 문제는 그들은 몸을 숨기기 쉬운 어린애들이었고 난 성년을바라보고 있는 나이의 청소년이라는 것이다.
"낮에는 나가서 알바를 구하고, 밤에는 다시 몰래 들어와서 자자. 여기는 10시 즈음에 여니까 그전에 깨서 나가야 하는데.."
혼자있을 때 혼잣말을 하는 게 습관인 나는 작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발소리가 들렸다. 나는 당장 입을 다물고 숨을 죽였다. 마치 남의 집에 숨어들어온 도둑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아니, 여기는 왜 잠겨있대?"
청소부 아줌마로 추정되는 목소리가 바로 내가 숨어있는 칸 앞에 섰다. 심장이 쿵쾅쿵쾅 뛴다. 아줌마가 문을 두드린다.
"안에 있어요?"
대답할까? 말까? 대답할까? 그럼 여기서 나가서 어디로 가? 대답하지 마? 그럼 화장실에서 자? 어쩌지?
"안에 아무도 없나? 문을 열든지 어떻게든 해야겠네."
"이, 있어요!"
난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딱 한 마디 한 거지만 머릿속은 미래까지 나아가고 있었다.백화점을 나가면 어디로 가야하나? 광장이나 전철역에서 신문지 덮고 잘까? 그리고 낼 아침에 다시 여기로 와서 대충 세수하고..
"아니, 있으면 왜 대답을 안했대요?"
나는 물을 내리고 나왔다. 아줌마가 황당하고 이상하다는 얼굴로 날 본다. 난 그저 실없이 웃으며 "쪽팔리잖아요"라고 말하고 나왔다. 머릿속에서 '저 아주머니한테 하루만 재워달라고 해볼까?'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지만 아줌마가 날 본 그 눈빛이 잊혀지지 않아서 난 그냥 나왔다. 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지만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4층에서 내려가던 나는 걸음을 멈췄다. 손이 떨렸다. 백화점 안이라서 그런가, 옷 파는 코너가 닫혀 있지도 않았다. 커다란 천이 오늘 팔리지 않아 내일 팔 옷들을 덮고 있었다.
'윗옷과 바지...하나씩만 있어도...'
너무 무방비하게 놓아서 그럴까? 평소엔 생각하지도 않았던 생각들이 자꾸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셔츠, 바지, 셔츠, 바지. 난 지금 입고 있는 거 하나밖에 없는데. 셔츠, 바지, 셔츠, 바지. 옛날부터 사고 싶었던 옷은 많은데...
나는 백화점 밖까지 뒤도 돌지 않고 뛰었다. 겨우 백화점을 빠져나왔을 때 양심의 가책으로 인해 마음이 무겁고, 본능적인 삶과 소유의 욕구로 인해 아쉽고 아깝다는 생각이 날 짓눌렀다.
 '나중에..지내다가..정 못 지내겠으면 그때... 어차피 많이 훔칠 것도 아니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 보니 광화문 근처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었다. 걸어도 걸어도 어딘지 모를 이상한 곳에서, 밤이 되어 어둑어둑한데 또 비가 많이 내려서 쫄딱 젖은 채로 걷다가 어느 친절한 사람이 말을 걸어와서 돈을 주며 집에 보내줬었지. 그 사람의 친절에 눈물이 흘러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고마워했는데, 지금 이 상황이 되니까 그걸로는 부족할 정도로 더 고마워했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맞다! 교회가 있었지!'
멍하니 있다가 이 근처에 피아노 레슨을 받기 위해 종종 찾아갔던 만X교회가 떠올랐다. 발이 아팠지만 유일한 희망이란 기분으로 교회까지 뛰어갔다. 그 교회는 무척 크므로 예전에 피아노 레슨하던 방까지만 들키지 않고 가면 거기에 몰래 숨어 잘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늦은 시간임에도 사람들이 몇몇 있었다. 내가 바보 같이 정문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 사람들은 친절하고 따뜻한 미소로 나에게 성경책을 내밀며 지금 예배가 시작되었다, 라는 말로 날 조용히 예배당에 밀어넣었다. 구석에 앉은 난 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내가 잘 헤쳐나갈 수 있게 지켜봐달라고.
 예배가 끝나고 새벽이 되었지만 난 졸리지 않았다. 난 어슬렁거리다가 인상이 좋은 한 40~50대 여성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요."
그 사람은 친절한 미소로 네?라고 답해주었다. 난 숨을 들이마시고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을 설명했다. 목소리가 잠깐씩 떨렸지만 끝까지 설명할 수 있었다.
"그래서 밤에만 이 교회에서 재워줄 수 없을까 해서요..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알바를 뛸 테니까 잠자리만.."
그 분은 참으로 딱하다는 눈으로 날 보더니 누군가에게 물어본다며 날더러 기다리라고 했다. 기다림 끝에 돌아온 말은 yes, 감동의 대답이었다.
 이곳 목사님과의 대화 끝에 난 본래 사람들을 재워주는 용으로 만들어진 방을 빌려쓸 수 있게 되었다. 대화를 하던 중 내가 할 줄 아는 일들을 말하자 목사님은 나에게 교회에서 하는 피아노 레슨 조교를 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의를 하셨다. 난 바로 하겠다고 대답했다. 그것 외에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부탁드린다는 말까지 덧붙이고 앞으로 내가 신세질 방으로 들어갔다.
 밖보다 따뜻한 바닥에 이불을 깔고 누웠다. 너무 피곤해서 세수도 하기 싫었다. 마음이 어느 정도 놓이자 눈물이 고였다. 이런 독립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닌데.. 가족이 보고 싶었다. 나는 그날 울다가 잠들었다.

 실컷 울고 나니 기분만은 좀 나아졌다. 난 그 뒤로 그 교회에 머물며 피아노 레슨 조교, 아이들 영어 동화책 읽어주기(매일), 영어예배부 찬양단의 세컨드 피아노, 그리고 가끔 플룻 수업에 들어가 선생님이 신경쓰지 못하는 아이들의 기본 자세 봐주는 일들을 하며 일당으로 한 수업에 5천원씩 받았다. 한 시간 이상 할 경우(중학생 대상일 때)에는 6~8천, 어느 선생님은 기분이 좋을 때 용돈이라며 약간의 보너스로 만원도 주었다. 물론 선생님들은 나의 사정을 알고 있었고 나를 딱하게 여겨서 가능했던 일이다. 가끔 운이 좋을 때는 그 선생님을 따라가 선생님이 하는 다른 수업의 조교를 하기도 했다.
 아이들 영어 동화책 읽어주기는 토요일과 일요일, 하루에 두 번했다. 한 번에 6~10명의 아이들에게 영어 동화를 읽어주고 설명해주고 함께 독후감으로 그림을 그린다거나 내 마음대로 1시간 반을 아이들과 지낸다. 꽤 피곤한 일이지만 재미도 붙이고 정도 들다보니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이 즐겁다. 돈은 한 수업에 5천원씩(한 사람 당) 받았다. 내 소문이 퍼지고 퍼져 이 교회의 신자들이 아이들을 그 시간동안 나에게 맡겼다. 하지만 내가 워낙 열심히 노력해서인지 부모님들도 내 수업에 나름 만족하신 것 같다(물론 집 없는 청소년이기에 딱히 뭘 기대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만).
 거기에 월요일, 수요일의 저녁엔 7시부터 4시간 동안 패스트푸드점에서 알바를 나갔다. 물론 일당으로는 주지 않는다고 해서 월급으로 받게 되었다.
 내가 하루에 버는 돈은 2~3만원 정도(패스트푸드점 제외). 많아봤자 어쩌다 한번씩 5만원 정도가 들어왔다. 주말엔 6만원에서 최근엔 10만원도 종종 만지게 되었다. 사실 이곳을 떠나 독립하고 지낼 정도로 많은 돈은 아니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충분했다. 내쫓길까봐 싹싹하게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심지어는 청소도 한다). 요새는 통장을 하나 만드어 돈을 틈틈이 저축하고 있다. 이번 달 패스트푸드점에서의 월급이 나오면(시급 3,800원이었으니 정확히 121,600만원이 들어와야한다) 대부분을 저축해야겠다.

세상은 나와 너, 우리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