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3921_10151800385333932_1237487887_n.jpg


오픈 컨퍼런스 <대안교육연대: 정보와 인권>

 

시간 : 2013.11.19(화) 오후 2시~4:30

장소 : 하자센터 신관 103호 하하허허카페

 

사회 : 박복선(성미산학교 교장)

발표 : 황윤옥(산어린이학교 설립위원, 하자센터 부센터장), 정선임(대안교육연대 사무국장), 장여경(진보네트워크센터 정책활동가)

 

--------------------

박복선 : 오늘 모임을 시작하겠습니다. 예, 오늘 모임은 대안교육연대에서 마련한 자리이고요. 정보와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겁니다. 지금이 2013 오픈컨퍼런스 주간이에요. 전국에서 크고 작은 대화모임들이 열리고 있고, 그 중에 하나로 대화모임을 마련했습니다. 한 때 ‘정보화시대’라는 말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정보가 부의 원천이 되는 시대가 오는 것처럼 얘기했던 시기가 있었고, 그건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 같지만, 최근 국내에서 일어났던 정보와 관련된 사건들이 여러 가지 있었던 것 같아요. 저도 몇 가지가 생각나는데, 어싼쥐 사건도 있었고, 최근 미국 NSA에서 다른 국가 원수들을 도청했던 사건이 있었죠. 국내에서도 최근 대안학교에 대한 사찰이 있었고, 이명박 정부 때 민간인 사찰이 문제가 되어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어요. 한편에선 대안적으로 정보를 다루려는 움직임이 있었어요. ‘Creative Commons'라고 해서 정보를 공유하려는 운동이 있었고, 진보 운동에서는 CC와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맥락에서 '카피 레프트'라는 운동의 흐름이 있었죠.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요? 많을 것 같은데, 리눅스의 실험 같은 경우도 재미있었고요.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어요.

 

우리가 좀 더 좋은 방식으로 정보를 나누기 위한 노력이 있었는데, 최근 대안학교를 대상으로 한 국정원 사찰이 전남 지역 일부의 학교만 밝혀졌지만 사실 대안학교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채로 드러나면서, 정보와 인권이라는 것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용해야할지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오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걸 준비하면서 그 동안 정보와 인권에 대해 별로 많은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는 걸 저도 깨달았고요. 깊이 있는 대화를 하는 게 당장 이루어질 수는 없겠지만, 오늘 자리와 같은 자리를 계속 가지다보면 더 깊이 있는 대화를 앞으로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자기 이야기를 가지고 정보의 문제를 편하게 풀어주실 분들이 오셨어요. 황윤옥 하자센터장님, 대안교육연대 정선임 사무국장님, 정보네트워크센터 장여경 활동가님, 이쪽 분야에서 오래 활동하시고 전문성을 갖추신 분이어서 좋은 이야기를 해주실 것 같습니다. 우선 황윤옥, 황윤옥 센터장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황윤옥 : 안녕하세요 저는 황윤옥이고요. 둘러앉아도 되는데 자리가 이렇게 되어있네요.(웃음) 왜 국정원이 대안학교의 정보를 필요로 할까, 우리 정보가 왜 그들에게 필요할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우리 정보가 어디에 쓰이게 될까, 우리는 어디에 정보를 모아두는 걸까 질문해보았는데, 이번에 알게 되었죠. 우리 교사들의 정보가 고용정보원에 들어가 있구나, 학교에 와서 직접 가져가지 않아도 가져갈 수 있구나... 저는 산어린이학교, 공동육아, 남북어린이어깨동무, 하자센터에서 일을 했는데, 그때마다 정보에 대해 고민할 일이 많았는데 그 동안 대충 넘어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걸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는 이번에 어떻게 우리 정보들이 확대 가공되고 있는지에 대해 알게 되면서였고요. 저도 그간 정보에 대해 무지했던 것 같아요.

 

오늘 모임을 준비하면서, 제목을 ‘정보와 인권’이라고 해야 하나 하다가 검색해보니 인권위에서 나온 ‘정보인권보고서’라는 게 있더라고요. 나도 모르게 내 정보가 막 돌아다니지는 않게 할 권리, 정보가 나의 의도와 다르게 쓰이지 않게 할 권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그 여러 가지 정보 중에서도 인적사항 같은 개인정보, 대안학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할 것 같습니다.

 

2007년 부시정부가 개발한 ‘프리즘’이라는 프로젝트가 한 번 개발되고 나니 오바마 정부에서도 계속 쓰이고 있대요. 미국의 국정원과 같은 NSA가 프리즘을 통해 지난 1년 동안 수집한 정보의 양을 알아보니, 이란이 140만 건, 미국본토가 30만 건이었대요. 정보라는 게 얼마나 편의에 의해서 수집되나 하는 생각을 하던 차에, 우리나라 국정원이 우리 아이들이 있는 대안학교 현장을 사찰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국가나 정부나 관이 일상 속에서 우리 정보를 가져가는 형태가 어떤 게 있을까? 하는 질문과 맞닥뜨렸어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동의와 상관없이 우리의 정보를 빼내가는 것을 우리가 이미 겪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교육부가 교육복지차원에서 대안학교 현장에 재정지원 사업을 했어요. 연 1500~3000만 원 정도의 재정지원을 하면서, 거기에 필요한 필수 서류로 교육시설 운영현황을 내라고 하는데, 거기에 인력현황이나 교사들의 최종학력, 직제, 근무형태, 역할, 교원자격증 소지여부, 상근여부, 학생들의 생년월일, 학력, 왜 대안교육을 선택했는지, 다문화가정인지 저소득가정인지, 돈을 얼마나 내고, 다음 진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의 정보가 들어있어요. 이건 우리의 동의하에 정보를 가져간 경우이죠. 또 하나는 대안학교의 법제화 논의를 하면서, 대안학교가 불이익을 받거나 하지 않으려면 신고를 하라는 논의가 있었어요.

 

정보를 가져가는 데 몇 가지 방식이 있는데, 누군가 정보를 손쉽게 가져가려면 어딘가에 정보가 모여 있어야 하잖아요. 우리 정보가 어디에 모여 있나 봤더니, 제 경험으로는, 2000년대 초반 공동육아 사무국에 있을 때였어요. 공동육아 부모들이 참 좋은 사람들인데, 공동육아가 지금처럼 활성화되어있지 않았고, 몇몇 사람들끼리 아름아름 하는 활동이었어요. 이 사람들이 직업이 뭐고 어디에 사는지 정보를 모아놓으면, 서로 좋은 가게나 병원이나 변호사 등 여러 가지 좋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걸 모으려고 했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정보를 모아놓는 것 자체가 아무리 선의라고 해도 나중에 어떻게 이용될지 모르니 모아 놓지 말자고 한 분이 문제제기를 하셔서 안 하기로 했어요. 나중에 서울시에 사단법인으로 등록하려고 하니, 구성원들의 주민등록번호가 다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는 그런 걸 모아놓은 적 없다고 했더니, 너희 사이트에 회원 가입할 때 주민번호를 입력하지 않느냐고, 이미 가지고 있을 거라고 했어요. 정보를 모으지 않겠다고 했지만 어느새 모으고 있었던 거죠. 그걸 깨닫고 난 후로 저희는 사이트 가입 때 주민번호 기입하는 란을 없앴어요. 아예 우리가 안 가지고 있으면 될 거라고, 어떻게 보면 소극적이지만, 그렇게 생각했었죠. 우리는 항상 피해자이고, 어디선가 우리 정보를 가져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면 학교들도 정보를 모아 효율적으로 이용하려고 애쓰는 당사자이기도 하죠. 정보를 모으려면 정보를 다루는 기술이 있어야하는데 그런 면에서 우리가 어디쯤에 있는지 질문해봐야 할 것 같아요.

 

제가 NGO에 있을 때 보면, NGO에서 회원정보를 모아요. 연말이 되면 기부금 영수증도 발급해주어야 하고, 그러려면 주민번호가 있어야 해요. 회원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에, 우리나라 대부분의 NGO들이 회원관리시스템의 유혹을 받아요. 민간단체 서버에 회원정보를 입력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있거든요. 회원이 4~5천명을 넘어가게 되면 대부분 이런 관리 시스템을 쓰게 되는데, 이게 얼마나 안정적일지요? 제가 있는 곳은 소심하고 쪼잔하게 대응했는데요. 회원들에게 우편물을 대행해서 발송하는 DM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대행시스템을 관리하는 곳에 회원 주소록을 넘겨야 하잖아요. 걱정이 되어서 파일을 안 넘기고, 매달 라벨지에 회원들 주소를 출력해서 이곳에 가져다주고 있어요. 대안학교 규모가 작은 편이니 효율보다는 정보 보호를 중시해서 관리하는 것이 낫지 않나 생각 하고요.

 

우리는 왜, 어떤 식으로 정보를 내주게 될까? 편리함, 안정, 이런 것에 내주는 것 같아요. 우리가 굉장히 착각하는 게 뭐냐면, CCTV나 블랙박스가 우리를 도와줄 거라는 생각이에요. 그러나 CCTV는 잠재적 범죄자를 전제로 기록하는 것이지요. 제 기억으로 우리나라에서 강남대로에 제일 먼저 CCTV가 설치되었어요. 강남에는 비싼 차나 가방이 많으니까. 그런데 처음 설치하고 몇 달 동안 아무 일이 없어 CCTV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비판이 나올 때쯤 일이 한 건 생겼죠. 그러고나니 CCTV가 무언가 해결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는 거죠. 대안학교도 산 속에 있거나 하는 경우에 CCTV 달아주는 게 좋다고 생각하게 되지만, 그곳에 드나드는 사람들의 모든 기록이 잡히게 된다는 문제가 있죠.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산어린이학교를 할 때는요. 교육청에서 학생들 인적사항을 꼭 달라고 했어요. 주소와 주민번호 등. 학생들이 몇 살인지 알고 싶다는 건데, 뭔지 모르니까 우선 파악하고 싶다는 거였죠. 그 다음에 파악된 정보를 어떻게 가공하고 쓸지에 대해서는 계획이 없었던 것 같아요. 정부 입장에서 잘 모를 땐 파악해본다는 의미로, 그 다음엔 정보를 계속 수집해서 그 울타리 안에 정보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는 의미로 정보를 요구하는 거죠. 처음에는 선의였는데, 나중에 교육청이나 정부가 생각했을 때 대안학교나 공교육 바깥의 학생들이 공교육으로 돌아와야 하는 존재로 여겨져서, 그런 일에 정보를 활용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정보를 가지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정보를 통한 권력관계의 비대칭성. 병원가면 느낄 수 있죠. 의사가 어떤 약이 좋다고 얘기할 때, 정보가 너무 비대칭해서 저는 의사 말을 따를 수밖에 없는 거예요. 무력하죠. 권력관계 비대칭의 기초를 제공하는 게 정보의 비대칭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너무 빨리 포기하거나 넘겨짚고 정보화시대를 얘기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대형마트 카트에 작은 센서가 달려있는 것 아세요? 한 사람이 생선 사는데, 과일 사는 데 몇 초 서 있었는지 기록하게 되어있어서, 이 사람이 왜 생선 앞에서 섰다가 몇 초를 끌고 지나갔을까, 이런 걸 분석해 마케팅에 이용하는 실험을 하고 있어요. 시장도 정보를 이용하고 있고, 권력도 정보를 이용하고 있는데, 우리는 어떤가요? 조금 더 나아가면, 시장이 정보를 기초로 그 다음에 하는 일이 뭐겠구나, 금방 떠오르시죠? 정보의 기초를 가지고, 분류작업을 하는 거죠. 우리에게 호감을 가진 소비자, 아닌 소비자를 분류하는 것처럼, 국가는, 정부는 어떻게 분류를 할까요? 그리고 그 다음에는 분류작업이 끝난 상태로 일정기간이 되면, 결국은 이것이 다른 기본권까지 침해하지 않을까? 이미 우리가 경험하고 있어요. 원치 않은 전단지, 이런 게 내 생활을 침해하고 있어요. 국가가 정보를 이처럼 사용한다면 나의 기본권에 어떤 부분을 침해당하게 될까요?

 

전자정보의 위험성은요? 전자정보는 파일 형태로 돌아다녀요. 확산 가공이 쉽다는 거죠. 이것에 대한 대응은 어떻게 해야 할 거냐, 우리가 뭘 해야 되나 생각하면, 시장에서 우리가 연습한대로 국가권력과 정보에 대해 민감해져야 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대부분 웹사이트에 가입하려면 주민번호를 쓰게 되어 있잖아요. 큰 흐름 속에 정보를 우리가 나도 모르게 주고 있는 행위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할까, 안전이나 위기를 앞세워서 정보를 달라고 할 때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할까.

 

정보는 늘 집적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정보를 어떻게 분산시킬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결국은 정보를 대하는 감수성이라고 하나요? 이런 부분에 피해를 당했다, 이런 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가 정보에 대한 민감성을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 질문 해보았습니다. (박수)

 

정선임 : 최근 <감시자들>이라는 영화를 봤어요. 치안 유지를 위해, 동원가능한 모든 CCTV로 우리의 모든 생활을 역추적해서 조합해내더라고요. 아마 저의 기록을 역추적하면 제가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지 다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환경이 우리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도대체 누가 CCTV를 만들자고 했고, 누가 허용했을까요? 우리나라에서는 CCTV개발을 삼성이 거의 독점하고 있다고 하죠. 모든 시민을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게 돼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독점자본이 정부권력과 협력하면서 일반시민의 모든 생활을 감시할 수 있는 사회라니 소름이 끼치지요. 우리도 늘 감시되고 있구나... 왜 이런 것이 당연히 허용되는 사회에 살고 있지요?

 

대안학교들이 재정지원 사업에 관련해서 교육부에 자료를 내게 되어있는데, 대안교육 안에서도 정보에 대해 고민해봐야 될 것 같아요. 2011년도에 우리가 낸 자료를 보니까, 교사에 대해서는 이름과 학력을 내요. 그런데 학생에 대해서는 생년월일이 다 들어가는 거예요. 재정지원을 위해서 교육부라는 기관에 아이들 자료를 다 주는 것인데, 인권교육을 하고 있는 우리가 아이들 인권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면서 이런 자료를 냈는지요? 이 생각을 하니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어요. 우리가 아이들에게 동의를 받은 적이 있었나? 내부적으로 교사 간에 고민해본 적 있었나? 일상적으로 우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억압 속에 우리도 하나가 되어 가고 있었던 건 아닌가? 고민이 되었어요.

 

교육기본권 이야기를 하면서 등록제를 통한 합법화를 이야기하잖아요. 그런데 이걸 담당하는 행정은 ‘우리가 불법기관을 합법기관으로 인정해주는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학교 밖 청소년’ 40~50만 명이 있는데 이 중 대안학교에 있는 아이들의 정보를 가지고 싶어해요. 학교 밖 청소년에게서 ‘불법’이라는 딱지를 떼어주는 대신에 온라인 시스템으로 어떻게 등록하고 관리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거예요. 신고하지 않으면 제재를 가한다거나 하면서 통계시스템 안에 모든 정보를 관리하고 싶어 하는 거예요. 그래서 재정지원이나 학력인정 불가능한데 정보는 달라고 하죠. 행정과 협의하면서 우리의 정보를 어디까지 줘야하는가, 지금까지는 교육기본권이라는 차원에서 어떻게 공적교육의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것인가를 고민했다면, 이제는 정보라는 관점에서 더 고민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 교육부와 여가부가 결합하면서, 두 기관이 학교 밖 청소년의 모든 정보를 데이터 베이스화 하겠다고 했어요. 행정차원에서 가능하다고 보고 있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할 거냐 이야기하고 있죠. 이들은 학교 밖 청소년을 예비범죄자, 위기관리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정보를 가지고 사람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생각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저는 답을 못 내리겠어요. 우리 내부적으로 고민해 봐야할 것 같고요. 지금까지 큰 틀을 보면서 미세한 부분을 놓치고 있었구나 생각했고, 앞으로 어떻게 우리의 권리를 찾아갈 것인가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박수)

 

박복선 : 네, 지금까지 대안교육 현장에서 느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주셨고요. 두 분이 말씀하신 것에 대해 보충하자면, 서울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서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한 학적부 시스템 같은 것을 만들어 기록하려고 했던 적이 있어요. 현장에서 이건 더 깊이 논의해 봐야 한다고 제동을 걸어서 현재로선 진행이 안 되고 있는데, 대안교육을 지원한다는 의도로 그런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었죠. 서울시가 먼저 요구한 것인지, 지원센터가 먼저 고민한 것인지 모르겠지만요.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이 발의해서 논의 중인 학교밖청소년지원법안이 있는데, 오늘 보류되었다는 소식이 들렸지만, 내년에 다시 추진하게 될 게 분명하죠. 몇 년 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교육행정정보시스템 NEIS은 전교조 선생님들이 크게 반대를 하기도 했고, 독소조항 몇 가지를 빼고 진행되어 정착이 되었는데, 이 시스템이 생기고 나서 학교가 정말 바빠졌어요. 모든 걸 정보화해서 입력시키는 게 교사들의 엄청난 업무가 되어버렸고, 수업평가도 다 거기 들어가서 해요. 학부모들에게도 접속권한을 줘서 학부모들이 선생님 평가도 다 그걸 통해 쓸 수 있게 되었어요.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선생님의 수업에 대해 학부모가 평가를 할 수 있고, 입학생들의 내신 성적이 이 시스템을 통해 대학에도 제공이 되어요. 지금의 학교 시스템을 굴리는 데 정보를 쓰고 있는 거지요. NEIS 가입이 학교에 선택권이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대학하고 연계하는 정보가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도 선택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대학입시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게 이 시스템에 다 맞추어 돌아갈 수밖에 없는 거지요.

 

전에 이우학교에 계신 선생님께 들은 얘긴데요. 그 학교는 통합교과가 있는데, NEIS에는 이런 걸 집어넣을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는 거예요. 과목을 새로 만들어 넣어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하대요. 창의적으로 뭔가를 하고 대안학교 특성을 발휘해서 만들어가는 것들이 NEIS 시스템에선 수용할 수 없는 거예요. 과목별로 분산해서 입력하고 그랬다는 얘기도 듣고 그랬는데요. ‘정보화’라고 하는 게 그냥 정보에 관한 문제인 것 같지만, 사실은 ‘표준화’를 요구하는 거고, 평가시스템과 맞물려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거기에 맞춰서 굴러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보다 큰 교육의 본질을 건드리는 큰 문제구나 생각했었습니다. 대안교육연대에는 비인가 학교가 많아서 NEIS를 아직 쓰고 있지 않은데, 제도화를 고민할 때는 NEIS같은 시스템을 그대로 받아들이느냐 하는 문제와도 직결되어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교육부에선 NEIS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일단 법제화가 되고 나면 다시 요구를 받게 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우리가 생각할 거리가 굉장히 많아요.

 

장여경 : 정보인권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대안학교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정보인권을 고민하면서 느꼈던 부분의 문제가 선생님들의 문제의식에서 드러나고 있어서 그 부분에 관해 정리를 하고자 합니다. 황윤옥 선생님의 질문에서 다시 시작해야할 것 같아요. “국정원이 대안학교 교사 정보를 왜 필요로 할까?” “왜 가져가는 것일까?” “어디에 쓰려고? 나는 떳떳한데? 그 정보를 가져가서 별 일이 없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시국 선언한 대안학교 학생들 정보를 가져가서 뭐 할까?” 하는 질문에 “알려줄 수도 있는 것”이고, “나는 떳떳하니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정보 인권의 관점에서 다른 사람의 정보를 가져가는 것은 ‘주시(注視)’하고 있다고 봐요. 선생님이나 직장 상사나 이런 사람들이 개인의 정보를 가지고 가서 주시한다는 것은 어떤 상태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누군가 주시한다고 했을 때, 위축되는 심정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위축이 모이고 모였을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해요.

둘째, 정보를 가져가는 사람들이 이 정보를 모아서 어디에다가 쓸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해요. 우선 분류하기 위해 가져갑니다. 그리고 분류해서 결국에는 의사결정을 하는데 쓰일 거예요. 예전에 은행에 대출을 받으러 가면, 은행에서 대출을 해 주기 전에 “신용정보 등을 조회해 보겠습니다” 라고 말해요. 신용정보라 함은 신용정보망이라는 거대 망에 분류의 대상이 돼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의사결정을 하는 데 쓰이는 것이에요.

우리가 인터넷 메일을 쓴다는 것은 메일을 제공하는 회사 서버에 우리의 메일을 저장하고 있다는 거거든요. 그것이 무서워서 그럼 메일을 쓰지 않을 것인가? 휴대전화도 마찬가지. 전화통화 내역과 위치, 메시지 내용 등이 다 저장돼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휴대전화를 쓰지 않을 것인가? 그것도 방법일 수 있으나, 오늘날 같은 정보사회에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수 있는 문제가 있어요.

해결책은 양 끝단에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그 사이에 많은 해결책이 있어요. 예를 들면, 나는 주민날인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에요. 그래서 주민등록증을 만들고 있지 않아요. 그런데 여권은 만들어서 외국에 회의를 가기도 하고, 여행을 가기도 해요. 운전면허는 신분증과 자격증으로 만들었어요. 국가에 모든 등록을 반대한다면, 모든 신분증을 거부하고 사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지만 그 안에는 많은 선택권이 있어요. 다른 예로, 예전에 NEIS는 여러 쟁점이 있는 문제였어요. 전혀 아무 정보도 교육부에 제공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한 끝이라면, 다른 한 끝은 교육부에 모든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 사이에는 여러 생각들이 있는데, 예를 들면 수기로 관리하자, 혹은 엑셀로 사용은 하겠으나 네트워크를 통해 학교 담장 밖으로 내 보내지는 않겠다, 학교 징계에 관한 기록 등은 학생 졸업 후 파기하겠다는 선택도 있을 수 있어요. 나중에 졸업증명을 뗄 때 학교까지 오는 것은 불편하니 졸업에 대한 증명은 네트워크로 열어둘 수 있겠다 하는 선택도 있을 수 있어요.

정보 인권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열심히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손쉽게 생각을 하면, 우리 자신에 관한 의사결정을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있어요. 세세하게 하나하나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에 대안학교 교사 정보를 국정원이 가져간 것도, 교육기본권 보장과 사회서비스 제공을 위해서 일정 정보를 가져갈 수 있다고 봐요. 예를 들면, 장애인에 대한 복지를 제공하기 위해서 정보를 가져가는 일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런데 그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양보하는 것은 아니었어요. 교사에 대한 고용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노동부가 가져갈 수는 있으나, 그 정보를 왜 국정원이 가져갔느냐, 그 근거는 무엇이었냐, 그 근거의 유래와 권한은 어디냐, 그 유래가 되는 법은 그 상태로 내버려둬도 되는지 등에 대해 하나하나 따져보고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전반적인 경향을 봤을 때, 이 싸움이 쉬운 길은 아니에요. 적어도 두 가지 거대한 흐름 앞에 있는데, 첫째는 대안학교 측면에 봤을 때 학교 밖의 그룹을 불온시 한다는 거예요. 우리 사회의 위기라고 보고, 심지어 “종북”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어요. 이념적인 편향으로 우리 사회가 가는 경향이 있어요. 공식적인 체계 안에서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고, 비정상을 불온시하고 관리하려고 하는 흐름이 있어요. 이러한 흐름을 집권하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시작돼요. 전교조 법외노조화, 교과서 문제 등의 흐름, 정당 해산 등의 거친 파국 속에 있어요.

둘째는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것이 한국의 문제만은 아니에요. 전 세계적인 흐름인데, 특히 제도권 밖에 있는 청소년들을 영국의 경우는 ‘깨진 유리창 이론’으로 봐요. 경찰 등이 지나가다가 유리창이 깨진 건물을 보고 “그대로 두면 안 된다. 하나의 깨진 유리창을 보고 내버려두면, 사람들이 살지 않는 건물로 간주하고 우리 창을 깨 정말 사람이 살지 않는 건물이 될 것이다.”라고 하면서 영국 경찰들이 청소년들을 엄하게 단속하기 시작해요. 신자유주의 경찰국가라고 하면서 경찰의 권한이 강화되는데 한국도 마찬가지예요. 학교 안의 문제도 경찰이 관여하기 시작하고, CCTV 관제 센터도 점차 편리하게 되어 자동으로 감지 및 신고 서비스가 제공돼요. 예를 들면, 8번 카메라에 청소년 6명이 모여서 10분 이상 움직이지 않을 시 신호음이 울리고, 오토바이가 움직이면 바로 경찰이 출동하게 돼요. 이처럼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고, 학교 밖의 교사와 청소년을 보는 시선 자체에서 사찰과 정보관리가 시작되는 거예요.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정보를 모두 국가가 가져와서 여가부가 관리하겠다는 의도에 대응하려면, 힘들지만 공부를 많이 해야 해요. 두 가지부터 시작해야하는데, 먼저 ‘이들이 무슨 근거로 이런 시책을 하는가?’를 먼저 따져야하는데 법의 근거가 없이 관행적으로 내려오는 경우도 많아요. 그리고 법의 근거가 있다하더라도 국가인권위 등에 신고를 해서 법을 바꾸어야 해요. 요새 국가인권위가 이상해지긴 했지만, 국가인권위의 권고가 효력이 있긴 합니다. 예를 들면 요새 성폭력 사건에 대해 보복부와 여가부가 여성단체 시설과 개인에 대한 정보를 등록을 요했으나, 가족 성폭력이나 여성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단체에서는 거부를 했어요. 이 결과 재정 지원이 끊겨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내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요. 소송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소송은 돈도 많이 들고 쉽지 않으며, 패소했을 때 유사한 사례의 소 제기 자체를 불가하게 하는 패소 판례로 남기도 해요. 그렇지만 소송 과정에서 진실을 알아낼 수 있는 점이 있다. 법을 만들 수도 있어요.

법적 근거가 없는 경우에 또 한 가지는 우리가 발의해야하는 것이 정보인권이에요. 법적으로 개인정보에 대해 자기가 결정할 수 있는 권리예요. 헌법적으로 불리는 이름이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이다. 네트워크 상에 올릴지 등에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이에요. 개인의 목소리가 여럿이 모이면 힘이 생겨요. 자기 정보에 대해 알아두고 결정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해요.

정보인권은 다른 사람이 자신의 존엄을 해치지 않도록 하는데 정보인권의 첫번째 위엄이 있다고 생각해요. 나를 어떤 카테고리에 넣고 의사결정을 하려고 하는 것을 방어할 수 있어요.

두 번째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결정한다는 측면이에요. “내가 정보를 줄 수도 있고 안 줄 수도 있고, 수기한 정보는 줄 수 있지만 디지털화는 안 돼, 디지털화도 할 수 있지만, 네트워크망에 올리는 건 안 돼”하는 식으로 결정을 할 수 있어요.

 

박복선: 많은 분들이 오셨는데, 일본에서 오신 와세다 대학에서 오신 손님도 계시는데요. 발제에 보태셔도 좋고 다른 의견을 주셔도 좋고, 편하게 말씀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남형민(늦봄학교 졸업생): 학교대표로 오게 되면서 작년에 동아일보 1면에 실리게 됨으로 써 어떤 침해를 받았나 하는 주제로 이야기를 하러 왔는데 오늘 이야기는 어렵네요. 어딘가 주제가 통하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준비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작년 5월에 동아일보 1면에 늦봄학교가 실린 이야기는 어느 정도 다 아실 텐데요. 빨갱이학교다 종북교육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기사가 써졌는데, 그 기사를 읽으면서 그런 기사를 썼는지 말도 안 되는 내용들이었어요. 노작을 ‘김일성 노작’으로 몰아가고, ‘강제 동원 노동’이라고 하는데 저는 지금도 그게 뭔지 몰라요. 그 기사를 보고 든 생각은 학생들을 전혀 생각을 안 하는 사람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런 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학교는 빨갱이 학교고 빨갱이들을 양성해서 졸업생들은 다 빨갱이가 될 거라는 글이었어요. 그 학교는 자기 의지로 간 것이고 설령 그런 것을 가르친다 하더라도 누구나 자기 의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성이라는 게 있는데, 학생들을 주체성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에 모욕감을 느꼈어요. 그런 교육을 한다고 아무런 비판 없이 수용하고 빨갱이가 된다는 것은 모멸감을 느꼈어요. 그렇게 됨으로써 그렇게 기사가 실리고 여러 언론에서 받아쓰고 좀 뻥튀기를 하고 그런 과정 속에서 우리가 상당히 침해를 많이 받았어요. 어디 나가서 우리 의견을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하고 몇 가지 사안들이 있어요. ‘활빈단’이라는 보수 우익 아저씨들이 모인 단체에서 우리 학교를 폐쇄하라고 교육부에 진정을 넣은 것 같고,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가서 학교를 폐쇄하겠다는 기사에 두려웠어요. 노작을 하던 어느 날, 봉고차에서 아저씨 아줌마들이 오셔서 사진을 찍었는데 두려움을 느꼈어요. 알고 보니 광주기독교장로교에서 오신 분들이었어요. 또 우리가 노작을 하고 있는데, MBC 헬기가 우리 학교 위를 날아다니고 있었어요. 확인 해 보니 다산초당을 찍기 위해 날아가는 것이었어요. 우리 학교에 관한 것은 방송에 보내지 말라고 당부도 했어요. 예전 같으면 방송에 나간다고 하면 헬기보고 손 흔들고 좋아했을 텐데, 동아일보 기사가 나간 후 방송에 나간다고 하는 것에 위축되었어요. 그리고 활빈단 아저씨 한 분이 오셔서 ‘3대 세습 반대하고, 늦봄 학교 폐쇄하라’는 일인시위를 하고 가시기도 했어요.

국정원이 선거 개입을 했다는 것에 대해, 예전 같았으면 시국 선언을 같이 할 수도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그런 보도가 나간 다음에는 혹시 다른 오해를 받게 될까봐 위축되었어요. 어느 날엔가는 문화유적을 다니다가 쉬고 있는데, “강진의 늦봄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소개를 하니 아저씨들이 “그 학교 학부모나 학교가 꼴통”이라고 말해서 상처를 받기도 했어요. 우리가 인권을 많이 침해받고 지금까지도 아직도 우리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 와중에 국정원에서 우리학교 선생님들의 정보를 가져가고 한 일들이 발생해서 많이 슬펐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정선임: 최근에 국정원 사건이 난 이후에 문화제를 했는데, 늦봄이 아직 위축이 돼 있는 것 같아요. 천막을 칠 때도 늦봄학교 이름이 나오지 않게 뒤집어라 그런 말들을 하면서 같이 위축되고 있어요. 우리가 해야 할 교육을 했을 뿐인데, 우리의 정보를 빼서 오도를 하고 공개를 해 버리면 그 싸움을 이기기가 참 어려워요. 동아일보 같은 경우는 5-6명의 변호인이 나와서 당사자인 기자는 만날 수도 없고 계속 시간 끌기를 하면서 싸움을 어렵게 하고 있어요.

교육은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고, 어느 순간에는 이데올로기를 실현해서 외적으로 펼쳐야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적으로 우리의 정보를 어떻게 가지고 외적으로 어떻게 해결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다 같이 이야기해 본적이 없는 것 같아요. 오늘 이 자리가 처음이지 않을까 싶어요.

 

하자작업장학교 학부모 이현숙: 정보라는 게 인권을 위한 것인지, 억압하는 것인지를 우리가 정보를 주거나 모으거나 하는 선택에 중요한 기점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의 불온함에 대한 것을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한다는 이야기도 들으니까, 우리 스스로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결정하는 것이 누구냐. 국가나 힘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서 우리가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결정당하하고 그 결정에 의해 규정당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것에 대한 인간 고유의 교육권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되지 않나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불온합니다”라고 선언을 해야 하는 것인가? 힘을 가진 국가권력이 정보를 요구하고 그에 대해 보상금을 지급하고 그것을 받는 과정이 일상적이 된 것이 아닌가 싶어요.

 

윤하린(볍씨학교 학생): “떳떳하면 당당하는데 뭐가 그리 겁나냐?” 라고 묻는 사람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됐어요. 밀양에서 경찰이 채증을 하는데 ‘내가 당당한데 왜 피해야하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편적인 지식이 편집되고 과장돼 잘못 전달되거나 낙인 찍힐 수 있어서 충분히 보장받아야하는 것은 맞는데 그 인식이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정보는 빼내가는 작업이 숨어서 진행이 되기 때문에 우리가 예민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알아차리기가 힘든 것 같아요.

 

황윤옥: 늦봄 문익환 학교 같은 경우를 생각해보면... 미국에서는 911테러 이후 애국자법을 만들었어요. 우리의 경우는 분류의 기준이 ‘테러와 테러 아닌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경우 북을 놓고 ‘종북이냐 아니냐 친북이냐 아니냐’하는 분류 기준이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 더 많은 위축과 세밀함을 가지고 있다. ‘테러냐 아니냐’로 두는 미국조차도 애국자법으로 걸러지는 정보는 대부분 제3세계 약자에 관한 것이라는 거지요. 우리나라의 독특한 분류 기준에 의해 정보가 걸러졌을 때 어떤 의사결정에 쓰이느냐하는 문제가 있어요. 제도권과 비제도권을 나누었을 때 어떤 의사결정으로 이어질 것인가를 세밀하게 봐야 해요. ‘우리가 너무 억울하다, 피해당했다 혹은 우린 떳떳하다.’가 아니라 중간 지점에서 어떻게 봐야할지에 대한 고민의 출발입니다. 여러 가지가 섞여있는 지점이에요. 이번 늦봄 문익환 학교는 여러 기준으로 분류된 것에 개인 정보를 취합하는 것까지 갔다는 현실을 알게 됐어요. ‘다른 대안학교도 개인 정보 취합으로 학교밖 청소년들을 분류하기 시작했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 행태를 고민하게 된 것이예요.

 

박복선: 한 두 분 정도 더 말씀하시면 좋을 것 같는데요. 와세다에서 오신 분은 오늘의 내용이 공유가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기타 아키코(와세다대학 교수): 저희는 이번에 대안학교 현장이나 교육에 대한 여러가지 것들을 공부하고 조사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한국에서 여러 대안교육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사회적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자리였습니다. 저희는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것이 “아동관리 협약”을 공부하고 연구하고 사회에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연구하는 팀입니다. 오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의 권리, 배울 권리,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 알 권리 등까지를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일본 안의 여러 프리스쿨과 대안학교들과 함께 <다양한 배움 보장법을 실현하는 모임>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도쿄 슈레에서 4년전에 만든 인가된 중학교의 이사를 맡고 있기도 합니다.

4년 전 일본에 있는 도쿄 슈레 중심의 아이들이 모여서 아이들의 권리선언을 발표했었습니다. 그 때 모였던 아이들이 1년 동안 권리조약에 대해 공부를 했고, 아이들 스스로가 배울 권리가 있고 학습의 내용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러면서 학습권에 대해 다시 공부하게 되었고 그 결과 권리선언까지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여러분이 오늘 하는 아이와 청년과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배우는 것에 대해 위축감을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런 분들의 이야기가 정보권리 정보인권의 이야기로 됐는데, 옆에서 들으면서 아이들이 배움의 선택권을 침해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인 감상을 말씀드렸고, 저희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하태욱(복음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 일본에서도 그런 말씀을 해 주셨는데, 세계적으로 대안교육이 정치적인 성격을 띠게 되는 나라가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대안교육이 특별히 정치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적 상황과 사회적 조건이 우리를 정치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게 만드는 권력적인 의도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이 범죄학에서 나왔을 때 가장 큰 비판이 됐던 점은 이론 자체로는 의미가 있지만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일반 시민들로 하여금 두려움을 갖게끔 만들도록 하는 악용의 우려가 있는 지적들이 가장 큰 비판이었어요. 늦봄에서 온 친구가 얘기한 것처럼 우리가 뭐가 지나가는 헬리콥터를 보고도 두려워하고 봉고차에서 내려오는 사람도 두렵게 하도록 순응하는 몸을 만들도록 하는 것이 전체적인 분위기가 만드는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앞에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정보 하나 하나의 문제에 대해 결정하고 고민해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봅니다. 반대로 교육 복지의 차원에서 본다면 소외된 아이들의 문제를 국가가 복지의 차원에서 접근할 것이냐. 대전같은 경우는 학교의 2%가 학교탈락 학생들입니다. 이 학생들이 어디에서 무얼하고 있는지 아무 관심을 갖고 있지 않고 어느 정보기관에서도 파악하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은 뒷골목을 배회하고 있을 것이다. ‘이들을 학습권의 차원에서 어떻게 끌어안을 것인가’하는 문제까지를 대안교육에서 고민한다면 더더욱이나 복잡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우리가 어디까지를 끌어안고 어디까지를 열어 놓아야할 것인가에 대해 종합적으로 논의가 되어야할 것입니다.

박복선: 마지막 정리발언 해 주시지요.

 

황윤옥: 하나는 정보에 관련해서 대안학교를 둘러싸고 우리가 피해를 당할 수 있는 가능성은 분명합니다. 피해를 당할 수 있는 경로와 방식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단 우리를 피해자의 위치로만 되면 억울함이 앞서서 우리가 할 일을 놓칠 수 있어요. 교사와 학생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개별 학교 단위에서 어떤 식으로 정보를 다루어야할 것인가에 대한 공부를 할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정선임: 정보와 인권의 문제가 생겼을 때, 대안교육을 하는 사람이 어떤 정리를 할 수밖에 없는 가했을 때 여러 사례를 떠올리게 됐습니다. 다시 돌아보니 교육기본권을 2012-2014년까지 계속 하고 있는데 정부가 법적 행정적으로 대치하고 있습니다. 생명 평화 공동체 등의 공적가치가 정부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폄하되고 있어요. 학교 밖이라는 전체로 몰아서 고유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 것으로 힘들었어요. 이 가치들을 인정하면서도 자꾸 낮추어 보는가에 대한 고민이 걸려있었다. 건건히 하나하나 따져보고, 법적으로 대응하고 행정적으로 움직이면서 우리의 소중한 가치를 스스로 헤치지 않으면서 내용을 찾아가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들의 배움의 권리를 인정하고, 아이들의 정보를 함부로 내주지 않는 것 등에 대해 하나하나 건건히 따져보면 지난하고 어려운 과정이긴 하겠지만 모든 현장들이 이 고민을 해보면 좋겠어요.

 

장여경: 두렵다는 말이 많이 나왔는데, 정보를 모은 사람들이 무언가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먼 미래의 일일 것입니다. 이것에 우리가 위축되고 두려움을 느낀다면 이미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입니다. 위축되는 마음 등에서 회복돼야하는데, ‘내가 당당하니 다 가져가’라는 것은 아니고 결정권을 회복하고,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회복하고 힘과 판단력을 기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늦지 않았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제도화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있는 이 시점에 정보 문제를 같이 고민을 시작하는 것은 늦지 않았고 밖에서 보기에는 다행인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 선생님과 학생들이 힘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박복선: 정보를 정면에 내 놓고 이야기를 한 것은 처음 자리인데, 가지가 복잡한 것 같아요. 긴급한 현안도 있고 긴 시간을 두고 천착해 들어가야 할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각 현장에서 고민하고 대안교육연대에서 “교육기본권”을 내 걸로 작년부터 고민을 해 왔는데, 이와 같이 고민이 돼야 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정보를 활용하기도 하고, 학교 자체가 정보를 모으고 제공하기도 하는 주체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우리 주위부터 둘러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한국적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사회적 긴장을 받는 것이 어떤 측면에서는 힘든 일이기도 하겠지만 창조적인 자극제이기도 합니다. 국가권력이 이렇게 가까이 있다는 생각을 절실히 하게 되고, 국가와 정보권력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는 것입니다. 쫄지 말고 의연하게 대처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끝-

 

오픈컨퍼런스2013 [대안교육연대] 정보와 인권 from hajacenter on Vimeo.

---------
Please consider the planet before printing this post

hiiocks (hiiock kim)
e. hiiocks@gmail.com
w. http://productionschool.org, http://filltong.net
t. 070-4268-9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