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작업장학교의 첫 이미지에 대해 대부분의 죽돌들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많이 해볼 수 있는 곳 같았다."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나도, 지금의 졸업생들도 하자 안에 마련되어 있는 여러 판들을 통해 하고 싶은 것을 해보는 경험을 하고, 하자 안에서의 새로운 경험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이면서 하고 싶은 일을 새롭게 찾기도 했습니다. 4년전 하자에서의 학습의 첫 발걸음을 떼고 지금에 오기까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기도 했고, 하고 싶은 일하며 먹고 살기라는 삶의 지향을 구체화 시켜가기도 했습니다. [해보다, 배우다]라는 졸업식의 제목이 말해주듯 이들 졸업생들은 어떤 것을 '해보는' 경험을 했고, 그것을 배움으로 가져가기 위해서 각자의 방식으로, 또는 협력하면서, 자발적으로 움직였습니다.

졸업생들은, "하고 싶은 일을 구상하면서도 그것을 현실적으로 계획해나갈 수 있는 방식을 알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나는 주니어 과정을 수료하며 나의 경험을 정리하는 작업을 했고, 앞으로 나의 작업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막 질문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시니어 과정을 선택하고 졸업까지 하기 위해선 자신이 가지게 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태도가 필요하며, 어떻게 살아갈 지를 상상만 하는 것이 아닌 실험을 해보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나르샤, 리사, 엽이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작업장학교를 졸업하는 것은 하자를 '잘' 나가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입학이 있으니까 졸업이 있는 자연스러운 것도 아니며, 졸업만하면 모든 것이 홀가분할 것 같아서, 버티면서 하는 강박적인 끝맺음도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자작업장학교에선 아무나 졸업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학습의 여정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워나가는 졸업생들은, 지금 자신들이 꺼낸 이야기가 단지 개인의 배움을 말하는 것이 아닌, 하자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새로운 죽돌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줄 수 있는 것임을 압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 바통을 이어받을 나는 이들의 '졸업'이 하나의 기여라고 생각합니다. 

약 한 달간 졸업을 앞두고 4년간의 학습을 정리하느라, 또 앞으로 하자 밖에서 이어질 학습에 대한 계획을 세워나가느라, 힘이 들기도 했겠지만 나는 이들이 졸업식 후에 홀가분한 마음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졸업이 마치 하자에서 몇 년간 작업하느라, 공부하느라, 관계 맺느라 쌓인 스트레스로부터 해방 되는, 마지막 난관이었다고 기억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졸업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하자에서의 학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그것을 "어떤 학습이었다."라고 말하고, 남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은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익숙한 곳에서 안주하지 않고 낯선 곳을 향해 떠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작업장학교의 '졸업'은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발걸음을 돌아보며 '앞으로'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해주는 것이고,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서로를 통해 배울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증명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졸업생들을 떠나보내는 지금의 주니어, 시니어들은 작업장학교 시즌1을 마무리 하는 데에 있어 힌트를 얻고자 나르샤, 리사, 엽의 졸업에세이를 들여다보고, 그들의 졸업식을 떠올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자작업장학교에, 그리고 이 자리를 이어나갈 우리를 위해 자신들의 학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우리가 같이 있었던 시간들을, 함께 했던 '학습'이었다고 말해주는 졸업생들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동안 하자에서 많은 판들을 넘나들며 자신의 학습을 지속시켰던 졸업생들이 앞으로도 그 열정을 간직하며 하자 밖에서의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길 바랍니다.

참 오랜만인 졸업식, 졸업생들의 새로운 터닝 포인트가 불안하지 않고 즐겁길 바라며,
졸업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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