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컨펌 못 받은 단계>>

하자작업장학교를 다니면서 졸업생들이 해왔던 작업을 보며 멋있다고 생각하거나, 그들이 있었던 환경이 부러웠던 적이 많았습니다. 하자작업장학교 1기생들이 대안학교라는 새로운 길을 만들며 동시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기획하고 작업한 것들을 봐오며 저를 포함한 동료들은 이들을 멋진 롤모델로 생각했으며, 한편으로는 영웅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선배인 타락천사가 언제부턴가 ‘세대의 변화’를 느끼기 시작했다고 했는데, 제가 하자작업장학교에 들어올 무렵 조한은 저희 세대를 ‘탈서태지 세대’라고 불렀습니다. 스스로 학교를 박차고 나와 사회의 제도와 싸우며 자기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사는 서태지와는 달리 저희 기수 죽돌들은 무기력했으며 숙제나 과제를 밀리지나 않으면 다행일 정도로 관심도, 하고 싶은 일도 없었습니다.

대안학교가 많이 생기며 이제는 스스로 제도권학교를 박차고 나온 의지불굴의 10대보다 중학교 시절부터 대안공동체에서 생활하다 자연스럽게 이 곳(다른 대안공동체)으로 이동하거나, 아이의 ‘창의성 교육’을 위해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오는 많은 고민과 질문 없이 이곳에 오는 10대들이 많아졌습니다. 들어오는 게 더 자유로워진 만큼, 제도권교육이 아닌 자율 학습을 위해 만들어진 대안학교를 ‘탈’하는 10대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제도권학교도 대안학교도 안 맞는 10대들을 위한 곳은 어디인걸까요?

저도 하자작업장학교를 다니던 지난 4년간 힘들었던 순간이 많았습니다. 스스로 프로젝트를 하기보다 판돌들에게 의존하려하고, ‘팀장’, ‘수료생’, ‘선배’이니까 더 잘 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눈치를 보기도 했으며, 하고 싶은 일이 해야 하는 일로 변하면서 학교에 나오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럴 때마다 어쩜 이리 자기주도적이지 않으며 ‘나의 이야기’가 없을까 답답해하며 선배들과 나를 비교하곤 했습니다. 어쩌면 넘쳐나는 이야기들과 처음 접해보는 문화를 소화해내기 힘들기 때문에, 90년대와는 달리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말라며 제지하는 이가 없고 스스로 무언가를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하자작업장학교에서의 학습이 어려웠는지도 모릅니다.

어느 순간 직접 ‘해보며’ 경험을 넓히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모두 일머리를 키우기도 했지만, 나의 언어를 키우며, 하자작업장학교라는 ‘소속’이 없어도 사회에서 스스로 학습을 하고 성장하는 힘을 길렀습니다. 물론 저희의 학습 경로를 보며 선배들에 비해 덜 자기주도적이거나 능동적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의 속도는 다르며, 시대와 함께 하는 사람이 달라지며 하자작업장학교의 문화와 파생되는 고민도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1세대 죽돌들이 직면한 문제와 고민들은 탈학교를 한 10대들을 인정해주지 않는 사회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는 것이었으며, 그들이 고맙게 만들어준 이 길을 우리는 따라가되 이 길에서 질문들을 던지며 또 다른 방향들을 만드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리사, 나르샤, 엽 이 세 명의 졸업생들은 이제 둥지처럼 저희를 품어준 하자작업장학교에 여정을 마치고 조금 더 넓은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하고 놀며 학습하는 판이 달라졌다 해도, 저희는 하자작업장학교에서 배웠던 것들을 잊지 않되 하자작업장학교만의 문화에만 갖혀 살지 않겠습니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상상과 욕구들을 현실적으로 구상하되 사회의 제도에 녹아들지 않으며 저희의 길을 설계하겠습니다. 중요한건 어떠한 공간에 있고 판에 있느냐가 아닌, 그 공간에서 무엇을 어떻게 '학습'하느냐가 이겠지요. 제도권학교든, 대안학교든 이 세계 어디서든 끊임없이 학습할 수 있는 '학교'라 여기며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자작업장학교에서 저희가 만들어 온 길들이 1세대 죽돌들이 만들어놓은 길처럼 다른 죽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시즌 1을 마무리하고 곧 시즌 2로 접어들 하자작업장학교의 ‘주인’역할을 잘 해주세요. 그리고 이곳에 있는 모두가 학습의 장을 넘나들며 세계를 구하는 시인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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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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