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길을 가며

하자작업장학교를 다니면서 졸업생들이 해왔던 작업들을 보고 멋있다고 생각하거나, 그들이 있었던 환경이 부러웠던 적이 많았습니다. 하자작업장학교 1기생들이 대안학교라는 새로운 길을 만들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기획하고 작업한 것들을 봐온 저를 포함한 동료들은 이들을 멋진 롤모델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영웅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선배인 타락천사가 언제부턴가 ‘세대의 변화’를 느끼기 시작했다고 했는데, 제가 하자작업장학교에 들어올 무렵 조한은 저희 세대를 ‘탈서태지 세대’라고 불렀습니다. 스스로 학교를 박차고 나와 사회의 제도와 싸우며 자기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사는 서태지와는 달리 저희 기수 죽돌들은 무기력했으며 숙제나 과제를 밀리지나 않으면 다행일 정도로 관심도, 하고 싶은 일도 없었습니다.

많은 순간 ‘내가 자기주도적 학습을 하고 있나? 나의 이야기와 언어가 있나?’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프로젝트를 하기보다 판돌들에게 의존하려하고, ‘팀장’ ‘수료생’ ‘선배’이니까 더 잘 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정답 같은 말만 하기도 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그 일 안에서도 하기 싫은 일이 생겨나며 학교에 나오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결국 1세대 죽돌들이 만든 길을 따라가고, 판돌들이 연출한 것을 수동적으로 배우기만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1세대 죽돌들이 탈학교를 한 10대들을 인정해주지 않는 사회에서 직면한 문제들로 새로운 길을 만들었기 때문에 저희는 그에 비해 조금 더 쉽게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저지하는 사람도 없었으며,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1세대 죽돌들은 길이 없는 거친 땅을 우리가 밟기 편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그 편한 길을 걸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시간이 분명 무의미한 시간은 아니었습니다. 1세대 죽돌들과 판돌들이 만들어온 길에서 많은 것을 관찰하고, ‘해보는 것’이 수동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전체 맥락을 읽는 방식과 일머리를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의 눈을 빌려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며 1세대 죽돌들이 만든 길을 따라가되 이 길에서 우리가 던질 수 있는 또 다른 질문들을 던지며 길을 선명하게 확장시키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하자작업장학교는 다양한 문화가 만들어지는 곳입니다. 정답과 오답은 존재하지 않으며, 개개인이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이 아닌 하나의 길을 함께 가며 그 길을 넓혀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면 합니다. 스스로가 하고 있는 일을 의심하기보다 이 순간을 잘 기억하며 생산적인 질문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합니다. 리사, 나르샤, 엽 우리 세 명의 졸업생들도 한 때는 스스로 하지 못하는 것에 답답해하고, 판돌들과 선배들에게 업혀 갔습니다. 하지만 이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주변에 ‘관심’을 가지며, 각기 다른 경험에 연결고리를 이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희 세 명의 졸업생들은 둥지처럼 저희를 품어준 하자작업장학교에서의 여정을 마치고 조금 더 넓은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려 하고 있습니다. 졸업을 준비하며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에서 저희 셋은 하자작업장학교 밖의 넓은 세계를 ‘학교’로 생각하고 열심히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평생 학습자가 되자고 약속 했습니다. 여기까지 오게 도움을 준 멘토들과 같은 길을 걸으면서 때로는 지원군이 되어 준 동료작업자들에게 감사합니다.

저희가 만들어 온 길들이 1세대 죽돌들이 만들어놓은 길처럼 다른 죽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시즌 1을 마무리하고 곧 시즌 2로 접어들 하자작업장학교의 ‘주인’역할을 잘 해주세요. 함께 길을 나아가면서도 스스로가 성장하는 개개인이 세계를 구하는 시인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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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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