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과 '미술'이라는 개념이 생겨난 것은 시기적으로 매우 비슷하다. 산업혁명으로 인해 시작된 자본주의와 '미술'은 서로의 개념과 특성을 보강하며 함께 해 온 형제같은 존재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증기기관차의 탄생과 함께 '시간' 이 매우 중요한 존재가 되었고, 그래서 만들어진 시계탑이 하나의 상징물과 스펙타클한 예술품으로 인식된 것만 보아도 그 둘의 관계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게다가 자본주의의 기본이념이 '개인은 누구나 자신만의 소유물을 가질 수 있다' 인 것에 걸맞게 '자신의 소유물'로서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들이 많아졌고, 그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내다 팔면서 자신의 작품이 아닌데도 그것을 소유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돈으로 그런 것을 소유할 수 있게 되면서, 딱히 살아가는 데 필요하지 않은 예술품의 소유는 돈이 많은 부자들이 하게 되었고 그럼으로써 미술품의 가치가 점점 높아지게 되지 않았을까. 그러면서 본래의 가치를 잃고 오로지 과시용으로서의 목적만 가지게 된 미술품들도 수두룩했을 것이다.

이 광고는 그러한 자본주의와 미술품의 관계를 굉장히 함축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단순히 자기 회사의 가전제품을 소유하는 것은 고가의 예술품을 소유하는 것과 같으니, 충분히 과시할 만하고 그만큼 고급스러운 제품이라는 의미를 이 광고에서 가장 먼저 읽을 수 있지만 조금만 비틀어서 보면 그저 눈요기와 과시를 위해 소비자들에게 선택되어지는 현대의 미술품들을 대변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러한 자유경쟁의 시대에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어 '경쟁'해야 하는 것은 가전제품뿐만이 아니라 미술품도 포함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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