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가 드가는 발레리나 그림들로 유명한 화가이다. 드가의 작품에는 발레리나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한 여인들이 등장하는 그림도 있고, 말 그대로 일상을 살아가는 여성들을 그려낸 그림도 많다. 하지만 두 종류의 여성들을 그린 그림을 보다 보니 발레리나든, 목욕을 하고 있는 여성이든 간에 그 시대의 여성들이 등장하는 다른 그림들과 달리 드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그림을 보는 남성 관객에게 자신의 눈빛을 보내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드가의 그림 속의 여성들은 각자 자신의 상황에 집중해 있는 모습이다.

드가는 1886년, '욕조' 라는 이름의 연작으로 10개의 목욕하는 여성을 그린 작품을 내놓았다. '욕조' 의 그림 속 여성들은 그림 밖을 응시하는 것은 물론이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우아하고 아름다운 동작을 취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작품이 발표되었을 당시에는 '저속한 그림을 그렸다'며 비난이 쏟아졌다고 한다. 이러한 연작을 만들어 낸 드가의 생각을 다 알 수는 없지만, 드가는 자신의 작품에 만들어진 여성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여성을 담아내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작품을 검색해보니 누군가는 드가가 페미니스트가 아니었을까 하던데, 나는 드가가 페미니스트라기보다는 시대를 조금 앞서간 현실주의 화가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목욕통 안의 여인' 의 정식 한국어 제목은 '욕조 안의 여인' 인 것 같은데, 비슷한 시기에 제목도 똑같은 마네의 그림이 있다. 마네의 그림은 드가의 그림과 포즈는 비슷하지만 풍만한 육체가 드러나 있고 그림 속의 여성이 조금 놀란 듯한 표정으로 이쪽을 뚜렷하게 응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드가의 것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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