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시골마을에 살았다. 여름에는 물놀이,
겨울에는 눈썰매. 자전거를 타고 나무를 올
랐다. 그저 도시보다는 공기좋은 시골이 좋
았고 친구들과 웃으며 땀흘려 일하는게 좋았
다.

세상이 궁금해졌다. 대안적인 삶이란 무얼
까 알고싶어 작업장학교에 들어왔다. 농사를
짓는 것일까?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것? 많은
사람을 만나고 내가 모르던 수많은 것들을
배우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거대했다. 모르고있던 많은 사건과
문제들을 직면하며 생각과 시야의 폭이 조금
씩 넓어진다. 단순히 맑은 공기가 좋기에 귀
농을 하는게 전부가 아님을 알게되었다. 나
는 이미 다른것을 밟고 올라서야 지속되는
시스템 안에 서 있었고, 계속 이런 시스템 속
에 아무것도 모르고 서 있으면 다른 소중한
것들을 더 더 밟고 올라설 거라는걸. 이를테
면 내가 생각없이 사용하는 전기에 고통받는
밀양.
그뿐만이 아니었다. 친구와 자전거를 타고
이야기를 나누던 곳들이 어느순간 재개발이
란 이름으로 사라졌던 일처럼, 내가 아끼고
사랑하던 것들 또한 없어질 거라고.

세상을 보는 눈을 조금조금씩 넓힐수록 내가
해야 할 것들이 점점 더 크게 보이기 시작했
다. 샤워시간 10분의 사소한 행동 하나도 세
상에 영향을 끼친다고 느끼며 내가 배우는
것들과 내가 행해야할 행동 하나하나에 부담
스럼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를 배우지 않은
다른 친구들처럼 세상보다도 자기안의 고민
속에서 삶을 꾸려나가고도 싶었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기 시작한다. 친구와 물
놀이를 하던 계곡에서 사람들이 버리고간 쓰
레기, 내 옆으로 떠가던 담배꽁초 하나를 보
았던걸 생각한다. 그 담배꽁초 하나를 줍는
것부터 시작해나가면 된다. 어려운것을 생각
하며 부담스러워 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조금씩 늘려가면 되지 않을까.
시간이 흘러 다시 친구와 추억이 흐르는 계
곡을 찾았을 때, 방사능으로 오염되고 쓰레
기가 쌓인 신도시 옆 계곡을 볼수밖에 없을
지도 모른다. 친구와 이야기하던 별헤는 밤
은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