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가을 시민문화워크숍 세상을 구하는 시인들
시즌 5. 視인 동네병원 의사들, 제너럴 닥터 김승범, 정혜진
<액대경과 청진기: 페르시아 융단을 짓는 씨실과 날실>

일시 : 11월 26일 목요일 19:00~
장소 : 3층 마루
순서 : 오프닝 공연 _ 페스테자 <바람이 불어오는 곳> 외 2곡
        건강과 질병 사이 _ 정혜진
        잘 먹고 잘 살기 _ 김승범

1.
건강과 질병 사이
_제닥 정혜진

  홍대 앞에서 제너럴 닥터라는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정혜진이라고 한다. 함께 자리한 김승범 씨와 카페 속 병원을 함께 하고 있는데 여기 와보니 이런 초대의 분위기에 깜짝 놀랐다. 환영해주어 고맙다. 하자작업장학교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이런 분위기인줄 꿈에도 몰랐다. 현재 병원에서 같이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하자작업장학교 졸업생들이어서 이야기는 좀 들었다. 그 젊은 두 친구들의 이야기를 건네 듣고 궁금하고 한번쯤 찾아오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막상 이렇게 초대를 해주어서 찾아와보니 기대 이상이다. 솔직히 요즘 여기저기서 입소문을 듣고 우리에게 강의 요청이 간혹 들어오는 편이어서 그 전에 썼던 자료를 중심으로 대략 다시 정리해서 편하게 와서 이야기해야지 했다. 그랬는데 며칠 전 히옥스가 보내주신 뉴스레터를 보고 강의 준비를 다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히옥스의 뉴스레터는 우리의 생각을 자극하는 좋은 글이었기에 정성을 들여 준비했는데 그래도 좀 모라자란 듯하다. 아무쪼록 편하게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먼저 제너럴 닥터를 소개하겠다. 나는 제너럴 닥터라는 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제너럴 닥터 정혜진, 줄여서 정 제닥이라고 불린다.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 또한 김 제닥이라고 불리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우린 둘 다 의사이다. 그리고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 몇 장을 준비해 왔는데 같이 보면서 이야기를 하겠다. 제너럴 닥터라는 병원은 현재 홍대에 위치해 있고 그 병원을 찾으려면 눈을 크게 뜨고 찾아야 한다. 실제로 자그마한 간판과 안내 표지판인 칠판이 병원의 존재를 증명하는 유일한 것이기 때문에 처음 찾아오는 사람에게는 곤혹스럽다. 기존의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탈피하여 카페처럼 편안한 공간을 만들려고 화사하게 디자인했다. 물론 카페처럼이 아니라 명실공히 카페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옆에 있는 김 제닥과 나는 에스프레소와 핸드드립 커피를 만들고, 코코아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여러 야채를 가지고 피클도 직접 담그기도 하고 이상 오묘한 소스를 이용하여 나름의 음식을 개발하기도 하고 짜파게티도 만들어 선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이 공간엔 우리 둘 뿐만 아니라 동거인들이 있는데 바로 바둑이와 나비이다. 바둑이는 고양이 이름이다. 흔히 고양이는 새침해서 사람을 잘 따르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 바둑이는 개처럼 잘 따르기도 하고 점박이도 있고 그래서 바둑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병원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잘 따르기도 하고 혼자 잘 놀기도 하고 그래서 종종 고양이라는 정체성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바둑이가 혼자 지내는 게 안타깝기도 하고 우연히 누군가 고양이 한 마리를 더 연결시켜 주어 현재 ‘나비’라는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 나비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고양이의 특성을 다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고양이라서 나비라고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 나비는 활발하고 공부도 혼자 잘 하고 컴퓨터 앞에서 화면도 잘 지키기도 하고 일도 가끔 도와준다. 프린터 할 때는 키보드를 눌러주기도 한다. 나비와 바둑이로 인해 병원이 한층 시끌벅적해진 느낌이다. 그렇게 고양이를 키우다 보니 동네에 ‘고양이 병원’이라고 소문이 났다. 그래서 사람들이 길 잃은 고양이들을 데려다 주기도 하고 누군가 잠시 맡겨 두기도 해서 한 때는 여러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기도 했다. 단연 철수라는 고양이와 순이라는 고양이는 터주대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모두 사연이 많은 고양이들인데 다른 집으로 입양되기까지 우리가 맡아 길렀다. 철수는 원래 찰스라고 이름을 짓다가 철수가 되었다. 귀공자스러운 자태를 뽐내는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고양이다. 그리고 순이라는 고양이는 특히 사연이 많은데 사람들 손에 키워지다 버려지기를 반복한 고양이로 사람들을 몹시 피하거나 다가오지 않았다. 마음을 잘 열지 않는가 싶더니 지금은 똑똑하게 잘 지내고 있는데 나비보다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크고 있다. 순이는 아이팟도 즐길 줄 안다.

 우리가 이 공간에서 하고 있는 일은 무수하다. 커피와 음식도 만들고, 고양이도 키우고 진료도 하고 그 이외에도 참 많은 일들을 꾸며 왔다. 공간을 새로 디자인하기 위해 의자도 직접 만들기도 하고 직접 칠도 하고 그러다 놀기도 하고 공연도 함께 하기도 하고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잡지 등 인터뷰도 하고 그리고 동네 사람들 이나 미투데이 사람들 불러서 강의도 하고 신발에 그림도 같이 그려 팔기도 하고 그리고 기부도 한다. 또 미투데이 사람들과 함께 숲에 가서 놀러 가기도 했는데 편하게 그냥 숲에 가서 이야기도 나누고 쉬기도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온다. 오는 12월에 한 번 더 갈 예정이다.

우리가 이런 이상한 일들을 많이 하고 있는데 도대체 우리의 정체가 무엇인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왜 그런 일을 하고 있는지 거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더 풀어 보겠다.

  

건강과 질병 사이

 건강과 질병, 그리고 그 사이에 대해서 이야기 하겠다. 어떻게 사는 게 건강한 건지 건강한 삶은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는 건지 그 첫 질문들을 하는 시간이 될 것 이다. 그럼 먼저 질문을 하나 하겠다. 건강이 뭘까? 건강은 근육이다? 또? 아프지 않는 것? 내가 준비 온 다음 대답과 같은데 어떻게 알았지? 혹시 여기 감기 걸린 사람 있나? 네. 그럼 아픈 사람은 건강하지 않은 건가? 아프지 않은 사람들이 건강한 사람이라고 한다면 감기 걸린 사람은 건강하지 않은 사람인가? 병원에 가지 않는 것이 과연 건강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가? 여기에서 재미없는 건강에 대한 세계보건기구에서 정의한 것을 살펴보자.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안녕한 상태. 생존의 목적이 아닌, 신체 역량뿐 아니라 사회적인 역할과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최적의 상태를 뜻한다. 흔히 사람들은 건강과 질병을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예를 들면 질병이 없는 상태가 건강한 상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말하고자하는 것은 바로 건강과 질병 그 사이에 있는 증상에 대해서 이야기하려 한다. 사람들이 살면서 여러 증상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다양한 증상으로 병원을 찾기도 한다. 잠이 안와요. 발가락이 간지러워요. 소화가 안 돼요. 머리가 아파요. 자꾸 부어요. 배가 아파요. 메슥거려요. 꾸룩꾸룩 거려요. 등등 많은 증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것은 질병이 아니라 증상인 것이다. 혹시 최근에 병원에 다녀 온 사람 있나? 턱이 아파서 물리치료를 받으러 갔다. 또? 충치. 치과 외 다른 병원은? 코랑 목이 아파서 병원에 갔다. 감기인가? 주사를 맞았다. 주사를 맞으면 병이 낫나? 응급실에 가 본 사람 있나? 어릴 적에 간 기억이라 가물거린다. 그럼 기억난 사람 없나? 손톱에 이상이 있어 응급실을 찾아본 적 있다. 강의를 종종 다니지만 이렇게 많은 병원에 다닌 적은 처음 본 것 같다.

 그렇다면 이렇게 병원을 많이 다녀 본 사람들도 있으니 다시 질문을 하겠다. 혹시 의사들이 당신들에게 “당신은 출혈을 동반한 상세불명의 급성 소화성 궤양이군요!”이라고 상세한 진단명을 들은 적이 있나? 감기 때문에 가도 배가 아파서 가도 명확하게 진단명을 들은 적이 있나? 보통은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앞의 여러 가지 증상들과 의사들이 알고 있는 질병과 1:1로 대응되지 않는다. 여러 증상들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나서 어떤 진단을 하기 때문이다. 환자들의 여러 증상들을 듣고 의사들은 순간 여러 생각들을 한다. 누군가 ‘메슥거려요’ 라는 말 한 마디에 머리 속에서는 다양한 정보들이 오가며 여러 생각들을 한다. 그래서 또 의사는 질문을 한다. 언제부터? 어떻게? 라고 질문을 하며 수많은 정보들 중에 그 사람의 증상에 맞는 진단을 하기 위해 구체적인 질문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현재 병원에서는 “술 때문인 거 같은데 약 줄 테니까 3일정도 복용하고 다시 아프면 찾아 오세요”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이 말을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의없는 진단이라고 생각할 지 모른다. 하지만 의사와 환자와의 짧은 대화 속에서 수많은 추리를 한다. 속이 메슥거리는 이유에 대해서 수많은 가지들을 생각하고 몇 가지 증상들을 근거로 가지치기를 한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이런 과정을 반복적으로 잘 훈련해왔다. 하지만 그 교감을 잘 보지 못하는 환자들은 오해를 하기 때문에 불만이 쌓인다.

 그렇기 때문에 증상을 가진 사람들의 대부분은 ‘병원에 가봤자’라는 것을 학습하게 된다. “제가 원래 기관지가 약해요, 면역력이 약해요. 제가 몸이 좀 약해서., 건강한 편이 아니라서” 등등의 자가 진단에 의존하게 된다. 자신의 취약점을 오래 각인되어 증상으로 가지게 된다. 이것이 문제다. 전혀 문제가 없는 사람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 혹시 뭐가 문제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있나? 장이 문제다? 요즘에는 설명할 말이 많아야 하는데 의사들이 한 마디로 축약하다보니까 “장이 안 좋아서 그래요” 라는 식으로 일축해버린 게 문제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살아가면서 어떤 이벤트를 갖게 된다. 감기도 걸리기도 하고 다리가 아프기도 하고 이렇게 종종 다양한 이벤트를 겪게 되는데 건강하게 살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래서 우리는 항상 당신은 건강하다고 메시지를 전달한다. 감기가 수시로 걸리는 사람, 먼지가 봐도 재채기, 변비 때문에 화장실가기 힘들다고 한다. 사실은 건강한 삶 속에서 주어지는 잠시의 이벤트인 것이다. 이러한 증상들로 건강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다. 그래서 “괜찮다”라는 말을 종종 건네기도 하는데 사람들은 의심하는 경우가 많다. 검사는 대개 많이 하지만 여전히 아프기도 하고 질병을 찾기 위해서 검사를 하지만 찾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질병이 아니라 증상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신은 충분히 건강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당신은 당신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다고 다시 확인해준다.

 건강해지기 위해서 무얼 할 수 있을까? 오메가 쓰리를 먹는다? 잔다? 베지밀을 먹는다? 또? 책을 봐요. 쉰다. 등등의 이야기들이 나왔다. 건강해지기 위해서 사람들은 정말 많은 일들을 한다. 건강보조식품을 먹기도 하고 헬스장도 다니기도 하고 보약도 먹고 운동도 하고. 하지만 건강해지기위해서 그런 것들을 해서는 안 된다. 건강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건강 혹은 삶을 즐기기 위해서여야 한다. 건강하니까 더 즐기기 위해서 충분히 건강하니까 더 삶을 즐기기 위해서라고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여러분들은 건강하니까요.

 

2.
잘 먹고 잘 살기
_제닥 김승범

  나는 <건강하게 살기>에 대한 얘기를 하겠다. 건강을 넘어 행복이 대한 얘기이다. 처음 시인들에 초대되었을 때 보니 제닥이 보다 시(視)를 붙여 주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는 제닥은 관점을 중요시한다. 건강, 질병, 일상이라는 것의 관점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다. 건강을 찾고자하는 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이지만 돈을 버는 것처럼 도구적인 가치이다. 아까 본 바둑이 얘기로 시작하자면 길에서 살다가 비오는 날 어떤 분의 우산 속으로 바둑이가 들어오면서 구조를 하게 됐고 그 바둑이를 입양을 했다. 그러면서 고양이들의 팔자가 좋아졌다. 하지만 가끔 찌든 표정을 짓기도 하고 푹신한 의자를 두고 박스에 들어가 있기도 하다. 창밖을 멍하니 볼 때가 있어 뭘 보나 쳐다보면 멍하니 사람을 보거나 하늘을 바라본다. 행복해 보이지만 나름의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00만 채워지면 행복하겠다, 00만 하면 행복할 텐데. 원하는 것이 뭘까? 행복을 최종가치라고 할 때 그 중간의 과정을 나열해보면 _좋은 대학에 가면 좋겠다, (요즘은 대안교육을 해도 서울대를 가면 틈새라며 좋아한다.), 배우나 의사가 되면 좋겠다, 돈이 많던가, 자동차를 갖는 다던가, 남태평양의 작은 섬 하나를 갖는 것. 또는 열정으로 삶을 불사르거나, 나의 가치를 추구하고, 나 아닌 것을 위한 가치를 실현시키고, 정의나 용기, 지혜를 구하는_등이 있다.

 이처럼 행복에는 다양한 기준이 있다. 어떤 가치를 선택해야하는지를 결정해야한다. 요즘은 창의력이 트렌드이다. 인터뷰 중에 ‘왜 아이들이 창의적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우리는 이렇게 살지만 이렇게 살지 않아도 된다. 창의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을 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 지행일치라는 얘기를 한 사람(소크라테스)이 있다. 지금의 상황에서 뭘 채우면 행복해 질까? 소크라테스식으로 말하면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나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1977년에 태어났다. 96년에 대학을 갔고 2004년에 졸업을 했다. 휴학을 좀 해서 8년 만에 졸업을 했다. 2007년에 제너럴닥터를 열었다. 행복하려고 태어났다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부럽다. 논리적으로 목적이 있거나 원하는 것이 있어서 태어난 것이 아닐 수 있다. 답을 찾아가는 것이다.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다. 나는 84년에 초등학교 2학년이었다. 그때 하고 싶었던 일은 야구선수였다. 그 당시 그림을 끄적이면서 맨날 야구선수그림만 그렸다. 그 정도로 좋아했다. 그러다가 93년에 고등학교입시를 서울과학고로 봤다. 배점이 높은 영어 주관식 문제 중 문장을 보고 주어진 단어에 대한 단어를 채워 넣는 것이었다. museum이 정답인 문제였는데 단어 스펠에 자신이 없었다. musium이 아닐까 생각했다. 고민하다가 마지막순간에 I로 썼고 그 학교에 떨어졌다. 일반 고등 학교에 갔다.
 그러다가 96년도에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수학을 못했고 공간 지각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의대에 가고 싶었다.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전문직이라는 것은 사회적 틀에 박힌 것 같지만 그 속성은 굉장히 자유롭다. 재난이 닥친다고 가정하면 변호사 등등은 쓸모가 없다. 그러나 의사는 쓸모가 있다. 세상에 모든 일이 없어져도 농부, 목수, 의사는 가장 마지막까지 쓸모가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제 방식으로 제 관점으로 여러 일을 겪으면서 아웃사이더짓을 하면서 대학을 졸업했다. 학교 다니면서 백수짓을 했다. 특별히 반항하지도 않고 나만의 뭔가를 하지도 않고 잠을 잤다. 지금 생각하면 잘한 일 같다.
 내가 무엇을 해야 가장 행복할 수 있을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온전히 안다면 되는데 그걸 위해 뭔가를 해보는 것이 아니라 백수짓을 한 것이 가장 도움이 됐다. 의대 다니면서 ‘이건 아니지 않나?’했던 것은 양리학 실험을 할 때였다. 생체실험을 하는 것인데, 간독성 실험에서 쥐를 가지고 실험을 했다. 그건 그래도 견딜만 하다. 실험을 하고 레포트를 쓸 때 문제가 발생했다. 문제를 충분히 이해하고 레포트를 쓸 수 있는 학생은 상위 10% 정도이다. 돌아와서 그게 뭐냐? 라고 물어보다가 구차한 생각이 들었다. 쥐들은 죽여 놓고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했고 레포트를 쓰지 않았다. 토끼를 대상으로 하는 간질발작실험은 토끼의 뇌에 전극을 붙여주면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다른 조건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실험한다. 토끼는 너무 착한 동물이다. 전극을 코 앞에 두기 전 까지도 자기 운명을 모른다. 그러다가 갖다 대는 순간 모양새가 안 좋아진다. 그때 의대생들이 호기심에 어려 본다기보다 웃으면서 보는 모습을 봤다. 그 순간 화가 많이 났다. 그냥 혼란스럽기만 해서 레포트를 내지 않았다. 그렇게 소극적인 반응만 보이며 살았다. 백수짓을 꾸준히 했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을 해야 행복할지에 대한 것은 모르고 백수짓만 하니까 나를 그냥 두면 잠만 잘 수 있는 사람, 아무 쓸모가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소크라테스식의 앎을 확실히 받아들이게 되면서 나를 그냥 두지 않기로 했고 그렇게 믿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제너럴 닥터를 한 것이다. 그냥 보면 창의적이고 꿈이 가득해서 시작한 듯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건강은 우리의 삶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때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기존의 대학병원이 가진 문제점을 극복하고 싶었다. 나의 경험상 대학병원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될 것 같았다. 대학병원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자유롭게 여행을 하거나 하면 역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나는 제닥에서 산다. 집을 없애고 쉬지 못하게 한 것이다. 평화로워 보이는 모습 속으로 나를 밀어 넣은 것이다. 주도적으로 자기를 바꾸고 믿고 긍정을 통해야만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그렇다. 왜 해야 하는지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왜? 라는 질문이다. 나처럼 처절한 경험을 통할수도, 책을 통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알아야 행복을 찾든가 말든가 한다. 일방적으로 내가 살아온 한탄을 한 건 아닌가 싶다. 몇 분께 질문을 드리고 싶다. 오랜친구에게 묻겠다. 왜 필통 일을 하는가?

오랜친구: 재밌으니까. 개발자의 틀을 벗어날 수 있다. 오래 하고 싶은데 30대 중반이 되면 현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중간 중간 재밌는 일로 안식을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엔 좀 연령대가 있어 보이는 운짱에게 묻겠다. 무엇이 되고 싶나요?

운짱: 연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을 연결해주면 서로 득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어렸을 때는 막연했는데 비행기 타고 싶어서 외교관이 되고 싶기도 했다가 한두 사람이라도 연결을 하면서 물꼬를 트고 싶다. 그것이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이번엔 죽돌에게 물어보자. 토토는 뭘 원한다고 생각하나?

토토: 영상작업자가 되고 싶다. 왜? 영상을 처음 접하고 2년이 흐르면서 가장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고, 광범위하게 표현할 수 있고 사람들하고 같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이다. 영상에게 신뢰한다기보다는 영상을 하고 싶은 나를 신뢰한다.

솔직히 제닥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하자작업장학교를 나온 제이나 애동을 봐도 그렇고 하자작업장학교 사람들은 자기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것 같다. 왜라는 것은 집요하게 자기를 알기위한 질문이다.

 
성장하기 vs 늙기

늙어가고 있다는 사람이 있나? 무엇을 기준으로 언제를 기점으로 성장한와 늙는다는 것을 나눌 수 있는가?

에이스: 나누기보다 늙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것 같다. 신체적으로 건강이 악화될때. 10대, 20대는 쭉쭉 성장하고 성장이 멈췄을때 늙기 시작하는 것이다.

히옥스: 밤에 꿈을 잘 안 꾸기 시작할 때부터? 하룻밤새에 몇십년의 꿈을 꾸다가 요즘은 그런 꿈을 꾸지 않는다.

홍조: 내가 어제보다 발전 또는 나아졌다고 느낄 때. 발전이 없다고 느낄 때 늙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 이렇게 각자의 답이 있을 것이다. 이 질문은 고등학교 2학년 문학 시간 때 자유주제로 주어진 과제였다. 친구들 중에 벌써 늙는 친구들이 있다. 나는 늙는 것을 너무 싫어했다. 50년 뒤 어느 날 아침 일어났을 때 몸은 쪼글쪼글해져있고 할 일도 없고 숨만 쉬고 잔소리만 하고 똥만 싸고 나가도 햇살이 부담스러운, 누가 봐도 잉여인간처럼 돼버린 상태의 하루를 보낸다고 생각해보라.

 

나만의 답과 나만의 생각
 거기에는 뭔가 새로운 것을 계속 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20대 때 생각한 것을 우려먹고 있는 것이다.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려하지 않는 상태를 늙는 거라고 생각한다. 100살이더라도 생각이 넓어지고 깨이고 하는 사람은 늙지 않는 것이다. 아까 말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를 소비하는 것은 이미 늙어버린 사람의 하루이다. 나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다. 생각으로 만들어서 나만의 행동으로 만들어간다. 나를 주도하는 힘은 바로 ‘나는 늙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이다. 그렇게 계속 생각할 수 있는 나를 만들어나가고 싶다.
 건강을 넘어 잘 살 수 있을까 라는 얘기를 하다가 한탄과 자기중심적인 얘기를 하게 된 것 같다. 이런 얘기를 한 것은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이다. 완전 날 백수 짓과 바닥을 경험하고 그 경험에 의거해서 나를 몰아세우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의사로서 사는 것이 행복하고 늙지 않기 위해 이런 노력을 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나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 그동안 피하고 있었다면 직면을 했으면 좋겠다. 백수에 쓰레기처럼 살 수밖에 없다 라는 것을 직면했을 때 슬펐다. 그러나 직면을 했기 때문에 지금의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를 찾아서 직면하면 좋겠고, 그것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 길이다.

  
Q&A

Q : 손님들을 진료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증상이나 고민 또는 가장 많이 전달하는 말은?
A : 감기 걸렸어요. 라는 환자가 제일 많다. 감기환자와 30분의 진료를 한다. 가능하면 약을 주지 않으면서 약을 왜 안 먹어도 되는지, 약을 안 먹고 어떻게 완화시킬 수 있는지, 왜 자주걸리는 지 원인을 찾는 역할을 한다. 제너럴닥터식 진료는 현재 가지고 있는 상황과 입장, 정말 원하는 것이 뭔지(약인지 주사인지, 하루 쉬고 싶은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려는 과정이다. 기본적으로 30분으로 하려고 한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다보면 매일 술 마시는 사람도 술을 끊기도 하고 감기를 스스로 관리하기도 하는 환자를 보면서 진료를 잘 하고 있는 거구나 느끼기도 한다. 환자들에게도 병원을 갈 때 명확히 원하는 것을 알고 가라고 교육을 시킨다.

Q : 사람들이 종종 고민거리를 들고 오기도 하나?
A : 많이 온다. 증상과 고민거리가 꼭 구분되지 않는다. 고민과 연결시키지 못하고 병만 보면 안 된다.

Q : 병원과 카페가 어찌보면 안 어울린다. 두 개를 결합시킨 이유는?
A : 키워드를 말하면 기대와 인지의 문제이다. 병원에 대한 인지가 있는데 그 인지는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한국사회의 기존 병원, 의사, 환자의 기대는 새로운 것을 할 수 없게 되어있다. 그래서 인지를 바꿔버리는 것이다. 기존의 병원에 대한 인지를 할 수 없게 병원을 숨겨버리고 없애 버린것이다. 기존의 기대를 갖고 들어오기가 어렵게 만들었다.

Q : 의료가 민영화 되는 것이나 현재 제닥에서의 의료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A : 보험진료 100%이다. 동네병원진료비와 같다. 의료의 민영화는 아직 안됐고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가지 않을 수도 있다. 의료는 공공재만은 아니다 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상적으로는 공공재여야 하는 것이 맞다. 이상적으로 사회가 평등하지도 않고 모두가 완전히 자유롭지도 않다. 의료라는 것이 다른 산업분야와 마찬가지로 산업화의 흐름을 타고 있다. heath care service라고 부르기도 한다. 의료비라는 부분으로만 의료의 공공성을 담보시킬 수는 없다. 기반을 다지고 사회적 합의를 얻어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의료비만의 문제는 아니다. 의료를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이 사회에서 의료를 소비하고 있는데 공공재적인 것만 부각되고 있다.

Q : 사회적기업관련 책을 보면 환자를 진료하고 내고 싶은 만큼의 진료비를 내게 하는 것이 나온다. 그런 점을 생각해보았나?
A : 가능한 모델이긴 하나 현재 우리나라는 의료비가 통제되어 있어 불가능하다. 가격경쟁을 못하게 막고 있다. 합리적 가격체계를 만들어 내고 싶다.

Q : 제너럴닥터는 동네 병원이라고 했는데 그 동네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A : 여러분도 동네사람이다. 물리적 공간에 어울려 사는 동네 사람을 넘어 공감을 나누는 커뮤니티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동네 사람이다. 그래서 온라인을 통해 공유하는 것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Q : 고양이가 인플루엔자를 옮길 수 도 있는데, 카페랑 같이 하는 것은 안 위험한가?
A : 병원은 원래 환자들이 몰리는 곳이라 바이러스밀도가 높다. 그러나 다른 곳도 마찬가지이다. 동네병원은 고위험환자들이 오는 것이 아니다. 의학적인 치밀성, 완성도보다는 더 넓고 약하고 자유로운 것이 가능한 곳이 동네병원이다. 사람들이 의료에 대한 인지를 깨고자 고양이를 키운 것도 있다. 바이러스 전파는 종간전파가 기본적이다. 실제로 제닥은 환자밀도가 낮다.

Q : 장소에 있어서 의미가 제닥이 다를 수 있는데 홍대에 자리 잡은 이유가 있는가?
A : 아마 홍대가 아니었으면 어려웠을 수도 있다. 홍대니까 있을법한 병원일 수 있다. 개원을 할때 개원 컨설턴트가 있는데 홍대지역은 환자가 없고 사는 사람보다 놀러온 사람이 많다는 얘기를 한다. 젊은 사람들은 안 아픈가? 홍대는 병원은 많지만 피부, 미용, 성형에 집중되어 있다. 오히려 젊은 사람들이 감기에 걸리고 의사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홍대는 그런 구멍 중에 하나이고 그 부분에서 동네병원을 하려고 했고 컨셉 자체가 홍대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도 진화해왔다. 상호작용 속에서 현재의 모습이 생긴 것이다. 다른 지역이었으면 다른 모습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Q : 어디가 아픈지는 모르겠지만 의사에게 설명을 해야한다. 내 몸에대한 정의를 내리기 힘들 때 어떻게 할 수 있는가?
A : 제일 좋은 방법은 적는 것이다. 나의 상황, 입장, 원하는 것. 의사와 상호소통을 하기위해서 그 세 가지를 정리하는 것이다. 나머지는 주고받을 수 있다.

A :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굉장히 다양한 표현을 듣는다. 홍대에 사니까 각종 문학적인 표현을 쓴다. 다행히 의사들은 그런 다양한 표현을 듣다보니까 전문적인 지식과 쉽게 연결시킬 수 있다. 그러니까 있는 그대로 말하라.

Q : 의료디자인이란 말을 들었다. 의료도구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어떤 것을 말하는가? 그리고 가장 황당한 환자는?
A : 사탕이 붙은 압설자, 곰 인형에 내장한 청진기를 안겨주는 것. 가장 인간적인 의료경험을 안겨주기 위한 것이 의료디자인이다. 그리고 진상환자는 의사들이다. 엿보러 온다. 자태부터 티가 난다.

Q : 두 분은 전례에 없는 의사, 정상이 아닌 의사가 아닌가? 탈 병원, 대안적병원이 것 같은데 각자가 생각하는 의지, 생각, 뜻이 있다고 하셨는데 결과적으로 행복한가?
A : 개원의가 되고 싶은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새로 만들어 내는 의사라 되고 싶었다. 개념이 많고 관념적이다. 개념을 구현하는 물체, 환경을 만들기를 원하는 데 그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개원이다. 이것을 통해 다음 것을 보여주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으니 할 수 있는 것이다.

A : 왜 라는 질문을 본격적으로 처음 한 것이 의대 졸업 후 의사 가운을 입었을 때이다. 의사선생님이라고 불리면서. 레지던트가 되면서 하루에 1-2시간을 자면서 내가 여기서 왜 이 짓을 하는 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1년차가 지나갔다. 2년차가 되면서 생각할 여유가 생기니까 처음 의대를 갈 때 생각했던 의사라는 모습과 다른 내 모습을 보게 됐다. 능률적인 직업인, 병원의 사원으로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원하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3년차가 되었다. 당직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처음으로 홍대라는 곳에 놀러 가게 됐다. 친구가 데려간 커피가 맛있는 카페가 제너럴닥터였다. 처음 만나서 얘기하는 것을 들었는데 완전 똘아이라는 생각을 했다. 막연하게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에 대한 대답을 하루 만에 들었고 사표를 내고 같이 일하게 되었다. 지금 행복한 이유는 내 인생을 내가 처음 설계한 기쁨을 맛봤기 때문이다. 인생에 대한 구체적인 플랜을 서른이 넘어서 깨닫게 되었고 의료의 본질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의사가 환자에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이다. 알았기 때문에 할 일은 쌓였으나 공식 속에서 살지 않는 다는 행복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