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12. 7. 히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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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슬퍼하는 마음"을 담배로 피워서 버리나?

논의과정에서 소담이 울었다.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스트레스가 해소가 되거든. 기분이 안 좋을 땐 좀 나아지기도 하고...'라고 대꾸하자, 소담은 '건강에도 안좋구... 그리고 왜 슬퍼하는 마음을 담배로 피워서 버려버려?'라고 울먹이다가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담배를 피는 것이 '기분이 좋아서', '담배 피는 '맛'이 좋아서'라는 데야 할 말이 없다. 그러나 문득 슬퍼하는 마음, 나쁜 기분, 스트레스 등은 때때로 나의 작업(artwork)에 좋은 자료가 되기도 한다는 생각이 났다. 그렇다면 그런 기분, 그런 마음들을 태워버리기에는 아깝다. 담배를 피우기 전에는 어떤 식으로 해소하였었니? '옛날엔 어땠지...' 쓰래는 이 부분에서는 말문이 막힌다고 하였다. 다른 방법은 뭐였나? 기억이 가물가물.

십대가 담배를 피는 것이 왜 유독 못마땅하게 여겨지는 걸까? 담배를 물고 깊게 주름이 패인 얼굴의 남자가 물건을 나르는 것을 볼 때 그런 이미지는 어색하지 않지만, 열 네 살짜리 하야시가 그런다면 아주 어색한 그림이다. 담배를 들고 춤을 추는 십대란 '겉멋'에도 그런 겉멋이 없다. 그렇게들 생각하는 것이다. 금연대회를 하면 어떠냐는 말이 나올 만큼 비흡연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완강하다. 이유가 단순한 건 아니지만, 아무튼 소담이는 운다. 학부모 게시판으로부터 금연초 광고지를 전해주고, 흡연과 건강에 대한 리포트를 건네준다. 다행히 막무가내로 '안된다'라는 태도는 아니다. 십대들을 관망하면서 제 스스로 답(금연이라는)을 찾기를 바란다. 그러나 십대를 만나는 비십대들의 태도가 일관적인 것은 아니다. 골초인 전군과 해솔의 태도와 혐연자로 보이는 조한의 태도는 극단적으로 대조적이다. 해솔은 '담배를 피워서 수명이 준다면, 담배를 못피우면서 장수를 하는 것보다는 수명이 조금 줄더라도 담배를 피우고 싶다고 생각할 때도 있어'라고 한다. 원은 '왜 항상 건강해야 하는지를 생각할 때도 있어'라고 말한다. 그러는 중에 하자가 '담배 권하는 사회' 아니냐는 한 인턴의 따끔한 질책은, 십대와 격이 없이 담배를 피우던 판돌들을 찔끔하게 만들었다. 센터 현관에서, 흡연실에서 갑자기 늘어난 흡연풍경은 모두를 놀라게 만드는 면이 있다. 센터에 와서 담배를 처음 피웠다는 십대들의 증언도 늘어간다.

두레는 '자기 맘이지 뭐...'라고 말한다. 대개 십대들의 태도가 그렇다. 그러나 담배를 피지 않는 두레는 공공적인 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에 대해서 원망을 표시한다. 담배연기가 싫으니까. 계속 선 채로 간접흡연을 하게 되는 버스정류장에서는 담배 피우는 사람이 정말 싫다. 그런데 된통 '본인' 문제로 갈등을 겪었던 원이와 오로라는 '누가 자기인데?'라고 되묻는다. 십대들에게 '본인'은 그들의 보호자인 부모이니까. 십대들에게는 자기결정권이라는 것이 없다. '자기 맘'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어른들이 많아 보인다. 개인의 욕구를 존중하기보다는 십대의 성장발육을 위해 어른들이 결정하는 것 같다. 모성보호라는 명분으로 여자들의 담배 피는 것을 비난하는 것 같은 그런 맥락에서. '그래서 나는 어떤 땐 오기로, 내가 주인이라는 것을 보이려고, 그래서 담배를 피우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라고 원이 말한다. 한 때 여자들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지. 85년의 여자대학시절, '우리과의 100퍼센트가 흡연자였지'라고 나는 말한다. 공공장소에서, 그래서 까페에서 길거리에 서 담배를 피우려고 성냥을 '치-익'하고 긁어대던 친구들의 모습을 기억한다. (그때는 라이터를 사용하는 것이 일상적이지는 않고, 까페문화가 성행하던 시절이라 성냥이 매우 흔했다.) (그러다 뒤통수를 두들겨 맞는 친구들도 제법 있었다.) 아, 그렇지만 가족으로부터 독립하려고 '결혼'으로 도망했다가 뭐 피하려다 뭐에 부딪힌 느낌으로 사는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지.

다시 소담이 말한다. '버릇이 되면 안되잖아'라고. 지지큐가 '중독문제가 아니더라도, 담배 피는 것이 죄의식을 느끼게 할 때가 없는 것은 아니야'라고 말한다. 최근에 뉴스프로그램에서는 외국 담배회사들의 마케팅 전략에 대해서 비판적인 보도를 많이 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국적 기업이 생긴 이래, 국제적 노동분업은 제3세계의 시민들을 소외된 노동과 조작된 소비의 대상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담배회사들이 내수용담배를 줄이고 아시아의 여자들에게 담배를 많이 팔자는 식의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는 소리를 들으니 참 담배 피기 싫어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돈이 든다는 것도 그렇다. 심지어 최근에는 '얘기 좀 하자'라는 말 대신, '담배 피자'라고 말하게 되었다. 그런 것들이 싫다. 이른 바 '담배 교제'인데, 만나서 할 일이란 것이 담배 피는 것 외에는 없게 된 관계가 싫은 것이다. 원은 '흡연자들끼리 담배 피면서 의논하고 일을 처리하는 것이 문제가 된 적이 있다'고 말한다. '담배 소외'를 야기하는 '담배 정치'하면서 웃는다. 그러고보니 주체적으로 살자고 '어른흉내'내기 시작했던 것이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문제점이 너무나도 많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버릇이 되고 중독이 된다. '중독된다는 건 그렇게 즐거운 일은 아니지. 그렇지만 무엇보다 담배 피는 게 맛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는 거야'라고 원이 키득거리면서 덧붙인다. 담배 끊기는 참 어려운 노릇인가 보다. 흡연문제에서 터닝포인트는 어떤 시점에서 이루어지게 될지? 그렇지만 어떻든 하자에서 담배를 피우는 아이들은 이유도 많고 변명도 많고 걱정도 많고 생각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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