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12. 7. 히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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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십대들에게 필요한 건 성교육이 아니라 성연구?!

하자학교에서 '성'에 관한 이야기는 두 가지 사건으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는 학교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멘토제도를 정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생각되는 뮤지션 M case. 또 하나는 학교공동체에서 구성원간의 멤버십, 파트너십이 형성되기 전에 '연애'관계를 가진 학생들이 생겨난 case.

먼저 후자부터 말해본다면, 십대들간에는 스킨십이 무척 자유롭지만, 그것을 연애관계의 스킨십으로 규정하는 순간부터 스킨십은 하나의 '스캔들'이 되고, 심지어는 스캔들에 휘말린 두 사람이 부당한 가십거리의 대상이나 놀림감이 되었던 것. 만나면 반갑게 포옹할 수 있지만(동성이든, 이성이든), 스캔들의 대상자들이 포옹한다면, '18세금지장면이야!'라고 야단스러운 지적을 받게 된 적이 있었다. 해솔은 그 문제를 의논하던 중, 두 사람의 '사적인 태도'가 다른 사람들을 거리두게 한다는 점이 문제가 되었다고 했고, 두 사람과 두 사람을 둘러싼 모두의 태도가 문제스럽지만, 그 문제를 좋은 텍스트로 활용하여, 십대들의 성과 연애, 성정체성 등을 둘러싼 symposium을 하자고 제안하게 되었단다. 우선 아멘트 박사의 '섹스북'을 읽으면서 우리들의 실정에 맞는 하자판 섹스북을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고, 현재, 타락천사, 쓰래, 남이, 성경, 코리, 하야시, 카오리, 아람, 아레스 등이 참여하는 '섹스북 만들기'팀이 꾸려졌다. symposium이라고 쓴 이유는 이 팀의 경우, 자자방 하나를 빌려 장소로 사용하는데, '만찬'은 없지만, 자유로운 태도로 자신들의 생각과 경험을 나누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고대 그리스의 심포지엄). 현재는 MD로 녹음을 해두는 내용을 가지고 정말 섹스북을 만들게 되는 것이 이 팀의 목표다.

전자의 뮤지션 M case는 다른 자료로 자세한 서술이 되어 있다(참조: 뮤지션 M case). 어쨌든 이 경우는 판돌과 멘토 등 십대를 만나는 사람들의 어설픈 어른되기의 문제와 맞물려 아직 익지 않은 문제의식들을 내포하고 있다. 하자학교가 벽이 없는 학교로서 교육제도 바깥의 문화작업자들을 멘토로 두고자 한다면, 꼭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문제를 공개하면서 만난 십대들과 판돌들의 자리에서는, 십대와 성, 십대와 다른 세대가 만나면서 훈련해야 할 젠더감수성, 성폭력, 성교육, 성문화 등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통한 연구가 하자의 벽화사이트 3탄으로, '성 사이트' 만들기라는 이름으로 수행되는 것이 좋겠다는 제안이 나왔다.

제도교육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실제로 제도권내부에서도 다양한 문화체험, 문화강의를 기획하고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그때 십대들을 만나게 될 멘토들이 어떤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발생한 성폭력에 '대처'하고, 가해자들을 '처벌'하자는 식으로는 해결되기 어려운 벽이 우리 앞에 있다. 우리는 계속 제2, 제3의 M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들은 버릇이 아주 나쁜 '동료'다. 어떻게 만나자고 할까? 그러기 위해서 특히 십대들의 자기정체성, 성정체성 등이 자유롭고 가볍게 연구될 필요가 있다. 2-30대의 문화작업자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될 이 프로젝트는 또한 십대들의 성의식과 경험에 대한 연구도 수반한다. 예를 들면, 십대들의 성의식을 장악하고 있는 '임신공포'가 어떻게 십대들을 통제하는지, 그러면서 얼마나 많은 십대들이 성폭력의 피해자로 무력한 상태에 처하게 되는지, 성적인 존재로서의 십대를 재규정하지 않으면 십대들 스스로도 그렇고, 이들을 만나는 어른들도 서로 어떻게 만나야 좋을 지 알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는 1월부터 놀자프로젝트로 진행될 것이며, 이 프로젝트의 담당판돌을 원이 맡았다. 그동안 콜레지오 십대들의 성문화 팀, 소녀들의 페미니즘 팀에서 공부해온 자료를 바탕으로 죽돌 원이 판돌역할을 맡아 데뷔하게 되었다. 멘토와 멘티가 어떤 단계에서 어떤 내용으로 '동료'가 되는 지, 그 터닝포인트, 업그레이드의 실례도 보게 된 셈이다. 원 외에도 오로라, 지지큐, 남이, 쓰래, 카오리, 쏘룡 등의 작업장학교 친구들과 소녀들의 페미니즘을 함께 했던 세나와 효, 판돌 중에서는 양양, 찐빵, 희옥스, 문화작업자로, 김형태(황신혜밴드), 강기영(달파란), 황보령, 백현진(어어부밴드) 등이 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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